
[FETV=유길연 기자] IBK기업은행이 한 달 만에 또 다시 4000억원이 넘는 역대급 자본 확충에 나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 유증으로 주가 하락을 피할 수 없지만 '국책은행'으로서 국가 위기 극복에 앞장서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최근 412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새로 발행될 주식은 5752만3357주이며 주당 발행가액은 7171원이다. 모든 신주는 정부에 배정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유증 결정에 대해 “자본 확충을 통해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라고 말했다.
이번 유증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인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다. 기업은행은 2009년 1월에 두 차례에 걸쳐 각각 3600억원, 1400억원의 유증을 결정했다. 같은 해 5월에는 3000억원의 유증을 추가로 실시했다. 이후 기업은행은 몇 차례 500억원 내외로 주식을 새롭게 발행했다. 현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작년 3월 2000억원 규모로 유증을 실행했다. 또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지난 3월 신주 발행 규모를 2640억원으로 크게 늘리더니 이번에 4125억원 규모의 역대급 유증을 결정했다.
![기업은행 유상증자 추이 (단위: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417/art_15873513677611_8256db.png)
기업은행은 최근 코로나19 충격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소상공인을 위한 ‘초저금리 대출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기업은행은 초저금리 대출 한도를 기존 1조2000억원에서 5조900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또 신속한 대출 실행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 지난 9일 기준 1조3955억원(4만2286건)의 초저금리 대출을 집행했다. 이는 시중은행을 크게 앞서는 기록이다. 같은 기간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이 초저금리 대출 1000억원을 돌파했을 뿐이다. 또 기업은행은 올해 중소기업 대출공급 목표를 당초 49억원에서 59억원으로 10조원 확대할 방침이다.
이처럼 기업은행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자본적정성 악화 문제는 고민거리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을 크게 늘리면 그만큼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해 자본적정성 지표가 하락한다. 기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비율은 6대 은행 가운데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기업은행의 BIS비율은 14.47%로 6대 은행 중 가장 높은 하나은행(16.11%)에 비해 1.64%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본의 질을 측정하는 보통주자본비율은 10.30%로 가장 높은 국민은행(14.37%)에 비해 4%포인트 낮다. 기업은행은 바젤Ⅲ 시행으로 보통주자본비율이 도입된 지난 2013년부터 10% 아래의 보통주자본비율을 기록할 정도로 자본의 질이 좋지 못한 편이었다. 이후 보통주자본비율 상승을 위해 노력한 끝에 지난 2017년 말 10.03%로 끌어올려 10%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 대출 증가로 인해 다시 보통주자본비율이 10% 아래로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기업은행은 자본적정성 악화를 방어하면서 대출을 늘리기 위해 이번 유증을 실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기업은행은 올해 추가적인 유증을 실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당분간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국책은행 역할론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향후 증자 이슈는 계속될 공산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기업은행 주가 동향(단위:원, 종가기준) [자료=한국거래소] ](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417/art_15873514564235_7e0224.png)
이처럼 공공성 강화에 전력을 쏟는 기업은행이 치러야할 대가는 ‘주주가치 하락'이다. 기업은행의 주가는 최근까지 하락세였다. 1년 전인 작년 4월 17일 기업은행 주가는 1만4650원을 기록했지만 이후 계속 하락하면서 올해 1월 28일 1만1000원대로 떨어졌다. 주가 하락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더욱 심화돼 지난달 17일 6710원까지 기록했다. 이후 기업은행의 주가는 7800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 유증으로 발행주식이 늘어나 주가의 추가적인 하락은 피할 수 없다.
또 앞으로 추가적인 유증을 하면 주가 하락세는 더 심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면 유증 시 1주당 발행가도 하락해 발행해야 할 주식수를 더 늘려야하기 때문이다. 이번 유증에서 1주당 발행가는 7171원으로 지난달 유증의 발행가(8986원)에 비해 1800원 가량 하락했다. 기업은행 투자자들의 손해는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은 코로나19 대응으로 주가하락으로 인한 당장의 손해는 있더라고 장기적으로는 기업은행 성장에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분간 기업은행은 주주가치 하락에도 불구하고 공공성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위기가 진정되고 우리경제가 정상화 될 경우 새롭게 유입된 고객과 대출자산이 기업은행의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과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 유입된 고객이 기업은행 성장의 발판이 된 바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