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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물류


[클로즈업]"아시아나항공 포기는 없다지만”...딜레마에 빠진 HDC 정몽규

2조5000억 투자하는 HDC현산-미래에셋대우…시총 3분의 1 추락한 아시아나
인수 포기설(說) 증폭되는 현산, 매각조건 변경위해 산은과 협상 나설 가능성
상법위반 커진 자회사의 모회사 영구채 인수, 자회사 손해가 현산 손실로 연결

 

[FETV=김현호 기자] 아시아나항공을 두고 HDC현대산업개발(현산) 정몽규 회장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몸값이 3분의 1수준으로 추락한 아시아나항공을 계획대로 인수해야 하는지 아니면 가격을 낮춰 인수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렇지 않으면 아예 인수를 포기하고 건설업에 집중해야 하는지 등 선택의 귀로에 섰기 때문이다.

 

정몽규 회장은 당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컨소시엄 파트너인 미래에셋대우와 2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시가총액이 7000억원대로 낮아지는 등 코로나19 사태이후 몸값이 3분의 1까지 수직 추락하는 등 돌발 변수를 만났다. 이같은 돌발변수 때문에 재계에선 인수포기설이 조심스럽게 수면위로 부상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 회장의 입장은 확고하다. 현산과 미래에셋대우는 “인수 포기는 없다”게 정 회장이 콘트롤타워를 집고 있는 현산의 선택이다. 

 

당초 정몽규 HDC 회장은 2조원을 투입해 800%에 달했던 부채비율을 300%까지 끌어내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1386.69%까지 치솟았고 적자도 4437억원에 달했다. 코로나19로 올해 적자 규모는 1조원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현산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515억원으로 건설업계의 불황을 고려하면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자칫 '승자의 독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심지어 HDC현대산업개발그룹 전체가 아시아나항공發 경영난에 봉착할 수 있다는 어두운 관측도 있다. 

 

◆산은·현산 줄다리기 통해 매각 조건 변경할 수 있을까?=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을 위해 5000억원의 영구채와 4000억원의 크레디트라인(신용대출) 등을 지원했다. 이는 인수자가 상환해야 하는 것으로 현산이 산은에 갚아야 하는 돈이다. 이번 인수에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미래에셋대우는 “적어도 자금난 때문에 아시아나 인수포기는 없다”며 “인수 포기와 관련해서는 현산에 물어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현산의 부담이 증폭되는 가운데 재계 일각에선 현산의 아시아나 인수 포기설이 고개를 들자 채권단인 산업은행측은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수 포기설(說)’이 터지면서 현산의 기회로 작용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산은은 매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부담이 커져 아시아나 매각 조건을 변경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는 크게 두가지다. 먼저 영구채를 출자전환하는 것이다. 출자전환은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금리가 높은 영구채보다 현산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두번째는 가격 재협상이 거론된다. 현산은 아시아나의 모회사인 금호산업이 받는 아시아나 구주를 주당 4700원에 책정했다. 4월 초 기준 아시아나의 주가는 주당 3400원선에 그치고 있다.

 

협상을 진행할 여지가 크지만 이동걸 산은 회장에겐 썩 내키지 않는 카드다. 이 회장은 그동안 STX조선해양, 두산중공업 등을 지원하면서 대주주의 고통분담을 원칙으로 내세운 바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현산을 위해 거래조건을 변경할 경우 특혜 논란에 휩싸일수 있다. 또 산은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만약 아시아나 매각을 위해 현산에 특혜를 주게 되면 이는 산은의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에 그치는 아시아나 인수=현산은 인수계약 이후 인수금액의 10%인 2500억원을 납부했다. 만약 현산이 인수를 포기하면 2500억원은 위약금으로 전환되면서 허공에 날릴 수 있다. 이 경우 계약금 일부를 돌려받기 위해 법정소송까지 이어질 수 있다. 현산 입장에서는 산은 측과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아시아나에 자금을 쏟아 부어도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에 그쳐 계약 포기가 현실화할수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나는 적자와 부채비율뿐 아니라 항공기 문제도 많은 상황이다. 항공기를 임대하는 운용리스에 의존한 아시아나는 지난해 리스료를 5100억원 납부했다. 같은해 5대의 신규 항공기를 도입한 상태여서 항공기 리스료는 더 올라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항공기 노후화도 문제다.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의 항공기 중 20년 된 이상 기종은 18대에 달한다.

 

◆영구채 문제 터진 아시아나항공, 인수과정 문제될까?=애경과 경쟁을 벌였던 현산은 아시아나 실사를 했을 당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문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몽규 회장도 추가 부실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주 커다란 문제가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아시아나가 자회사를 통해 투자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상법 위반 논란이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다.

 

포트코리아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는 지난해 3월 아시아나가 발행한 850억원 영구채에 600억원을 투자했다. 이중 영구채 투자금 600억원은 아시아나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 라임자산운용펀드 등이 각 300억원씩 출자한 돈이다. 자회사가 모회사의 영구채를 인수한 것은 상법 위반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법 제542조에 따르면 상장사는 특수관계인을 위해 증권 매입이나 신용공여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는 모두 코스피 상장사다.

 

이들 회사가 공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아시아나는 지난해 3월, 2차례에 걸쳐 영구채를 발행했다. 그런데 회사가 850억원의 영구채를 발행했다고 공시했을뿐 매입주체를 공개하지 않았다. 영구채가 사모사채로 발행됐기 때문에 자회사들의 공시도 이뤄지지 않았다. 영구채에 부실이 발생하면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

 

라임과 아시아나 자회사들이 출자했을 당시 영구채에 손실이 발생하면 상환 받는 1순위는 라임이다. 손해가 발생하면 자회사들이 부담을 갖게 되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통매각이 원칙으로 자회사의 손해가 결국 현산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매각 결정을 변경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는 산은 측과 협의를 진행중에 있지 않다”며 “정상적인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