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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다변화·신사업 진출...교보자산신탁의 '숙제'

'단독경영' 이후 시장점유율·수익성 '뒷걸음질'

 

[FETV=권지현 기자] 교보자산신탁(옛 생보부동산신탁)이 교보생명의 아픈 손가락이 되고 있다.

 

생보부동산신탁은 1998년 자본금 100억원(100만주)으로 설립돼 교보생명과 삼성생명이 각각 50%의 지분을 갖고 공동으로 경영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7월 생보부동산신탁을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교보생명은 작년 보험업계가 저금리·저성장 등으로 위기를 겪는 와중에도 호실적을 냈다. 교보생명의 작년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은 6034억원으로 전년 대비 14.3%에 달하는 성장률을 달성했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지표중 하나인 지급여력비율(RBC)은 배당 전 기준으로 343%를 기록했다. 지난해 수익성이 개선된 곳은 대형 생명보험사 3사 중 교보생명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더욱 눈에 띈다.

 

이러한 성과에는 2000년부터 교보생명을 이끌고 있는 신창재 회장의 이익중심의 '퀄리티 경영' 방침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신 회장은 최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선임 돼 앞으로 3년간 교보를 더 이끌게 됐다. 교보생명뿐만 아니라 교보증권 등 다른 계열사들도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교보자산신탁은 다른 모습이다. 교보자산신탁의 시장점유율은 2018년 11개 부동산신탁사 중 8위에서 지난해 10위로 두 계단 떨어졌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7위에서 8위로 하락했다. 분기별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2분기 이후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특히 작년 3분기 83억원이던 당기순익은 4분기에는 23억원으로 72%나 '폭락' 했다. 지난해 7월 교보생명 ‘단독경영’으로 변경 된 이후 교보자산신탁의 시장점유율 및 수익성 등이 동반 하락한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교보자산신탁이 '저위험-저수익군'에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신탁사들은 크게 차입형·비차입형·혼합형으로 구분된다. '차입형'은 신탁사가 직접 자금을 투입해 부동산개발사업을 진행하며 '비차입형'은 담보신탁·토지신탁관리·분양관리·대리업무 등을 주로 취급한다. '홉합형'은 차입형·담보신탁·책임준공형 등을 함께 다룬다. 통상 차입형·책임준공형은 고위험-고수익군, 비차입형은 저위험-저수익군으로 분류된다.

 

교보자산신탁은 현재 비차입형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교보자산신탁 매출 67%가 비차입형인 담보신탁(45%), 토지신탁관리(22%)에서 나왔다. 차입형 수탁은 2014년 이후로 공략한 적이 없다. 반면 업계 후발주자인 하나자산신탁은 작년 3분기 기준 수수료 이익의 57%는 혼합형인 챔임준공형, 13%는 비차입형인 담보신탁에서 비롯됐다. 수익을 다각화한 덕분에 지난해 시장점유율 3위까지 올랐다. 하나자산신탁은 2013년부터 하나금융지주가 100% 계열사가 됐다. 완전자회사로서 단독경영 아래 있다는 점에서 교보자산신탁과 공통점을 갖고 있다.

 

교보자산신탁이 ‘강력한 베팅’을 주저하는 데는 신 회장의 경영철학이 자리잡고 있다. 부동산개발 등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수익을 내야 하는 부동산신탁 부문에서 비교적 ‘안정’을 선택함으로써 수익성 다변화, 신사업 추진 등에 지지부진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교보자산신탁의 소극적인 모습은 리츠(REITs) 운용을 들여다보면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교보자산신탁은 2011년 리츠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2018년 43조2000억원이던 국내 리츠 자산 규모는 올해 1월 기준 48조7000억원을 넘어서 1년 새 13%나 성장했다.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교보자산신탁의 리츠 운용은 5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최근 5년간 운용 중인 교보자산신탁 리츠는 5개 내외, 리츠 관련 맡겨진 자산 역시 지난해 7480억원에서 별 차이가 없다.

 

이런 가운데 업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3곳(한국투자부동산신탁·대신자산신탁·신영부동산신탁)이 새롭게 부동산신탁업 인가를 받았다. 이에 부동산신탁사는 기존 11개사에서 14개사로 늘어났다. 이중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의 지배기업인 한국투자증권 자기자본은 4조6443억원에 달한다. 업계는 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은 신생 부동산신탁사들이 리츠 등 신사업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3개 신설사는 교보자산신탁의 주된 수입원인 비차입형 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3개사는 금융당국으로 2년 후부터 차입형 사업을 영위할 것을 조건으로 인가를 받았다. 교보자산신탁의 편중된 수익구조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교보자산신탁 관계자는 "올해는 책임준공형, 차입형, 리츠 등 사업 다각화에도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