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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클로즈업] 20개월만에 '마음의 빚' 떨쳐낸 진에어의 조현민

 

[FETV=김현호 기자] "조현민과 물컵갑질 그리고 진에어"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 조현민 한진칼 전무에겐 생각하고 싶지 않은 단어들이다. 조 전무는 저비용항공인 진에어에 대한 애착이 무척 컸다. 조 전무가 종종 진에어 1일 승무원으로 변신해 직접 항공기 이용객을 상대로 음료 등을 서비스한 것도 이같은 애착에서다.

 

그런 조 전무가 20여개월 전 광고기획사와 항공기 광고 제작 과정에서 언쟁을 벌였고, 급기야 '물컵갑질' 사태로 이어졌다. '물컵갑질'은 조 전무의 국적문제와 경영권 자격 시비로 비화하는 등 일파만파였다. 급기야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로부터 '진에서 신규 노선 불허'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았다.  

 

그 후 진에어는 규제가 시작됐고, 항공업계엔 '물컵갑질'이라는 주홍글씨가 20여개월 내내 따라붙었다. 조 전무가 진에어에 대해 '마음의 빚'을 느끼는 이유다. 그런 조 전무가 '마음의 짐'을 내려 놓게 됐다. 진에어의 발목을 잡았던 정부 규제가 풀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31일 국토교통부는 진에어에 대한 이같은 일련의 제재를 공식 해제했다. 이로써 진에어는 20여개월간 신규노선 불허 및 운수권 배분 제약 등 여러가지 규제에서 벗어나게 됐다. 그동안 항공업계는 중국의 한한령, 일본 불매운동, 홍콩 시위 등으로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진에어도 연이은 대외 변수로 지난해 48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시작부터 암초를 만났다. 진에어는 지난 1월, 국내·국제노선 36개를 운항했지만 현재 7개 노선만 운항 중이다. 항공사들이 ‘셧다운’ 위기까지 놓이자 국토부도 제재 해제를 연장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진에어도 지금까지 제재 해제를 받기위해 경영문화 개선을 노력과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제재의 중심에는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있었다. 조 전무는 2018년 3월, ‘물컵갑질’ 사건으로 논란에 중심에 섰다. 그는 광고업체 직원이 자신의 질문에 답변을 제대로 못하자 소리를 지르며 물컵을 던지는 등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갑질 사건은 불법 등기임원까지 연결됐다. 항공법상 외국인은 국적 항공사에 이사를 두지 못한다. 조 전무는 외국인 신분으로 2010∼2016년 진에어의 등기이사로 재직해 진에어의 고립을 자초했다.

 

이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복귀 요청에 14개월 만인 2019년 6월, 한진그룹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복귀했다. 올해 2월에는 '이화여대 섬유화질환 제어 연구센터 후원 협약식'에 직접참석하며 복귀 8개월 만에 첫 공식 활동을 했다. 또 한진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도 했으며 한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조현민 전무는 가족인 조원태·현아 남매가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며 조원태 회장과 함께 경영권 방어에 일조했다. 그는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함께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고 밝히며 조 회장의 편에 섰다.

 

경영권 분쟁은 조 회장의 승리로 끝났지만 가족간 불화는 현재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측근인 석태수 한진칼 대표는 조현아씨를 향해 “언젠가 돌아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루비콘 강’을 건넜지만 조 회장과 조현아씨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서는 조현민 전무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한진그룹을 휘감았던 제재 해제와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면서 조 전문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원태 회장은 코로나19의 위기 극복을 위해 뼈를 깎는 자구 노력과 전 임직원들 함께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현민 전무가 ‘알을 깨고’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해 어떤 역량을 발휘할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