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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과다겸직 논란’ 해소한 신동빈 ‘뉴롯데’ 속도 높인다

건설·호텔·쇼핑 등 주요계열사 사내이사직 내려놓으며 겸직논란 해소
호텔롯데 상장 염두·전문경영 체제에 힘 실어주기 위한 선택
코리아세븐·롯데GRS등 주요계열사 상장 통해 기업 가치 ↑ ◆

[FETV=김윤섭 기자] ‘게임체인저’로의 변화를 선언한 신동빈 회장이 책임경영을 더욱 강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롯데건설, 호텔롯데 대표이사직에 이어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계열사의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으며 그동안 신 회장을 압박했던 과다 겸직논란을 해소했고 자사주 매입에도 나서면서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동빈 회장 건설·호텔·쇼핑 등 주요계열사 사내이사직 내려놓으며 겸직논란 해소= 30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롯데건설·호텔롯데 대표이사직, 롯데쇼핑,롯데칠성음료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신회장이 현제 현재 그룹 계열사 중 ▲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롯데칠성 ▲캐논코리아 ▲에프알엘코리아 사내이사직을 맡고 있다.

 

특히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사내이사직에서 신 회장이 물러난 것은 지난 2000년 이후 20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신 회장이 그간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들로부터 공격받았던 과다 겸직 논란을 해소하고 전문경영인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행보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신 회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강희태 부회장에게 그룹의 유통계열사를 모두 총괄하도록 했으며 지난 5일 일본 매체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역대 최대 규모의 점포 구조조정 단행 등을 포함한 향후 사업 계획을 밝히면서 강희태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호텔롯데 상장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건설·부동산 유관 계열사는 등기임원의 사법 리스크가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데다, 호텔롯데의 경우 상장을 앞두고 있어 예비심사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점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부동산개발업을 영위할 수 없는 결격사유로 '배임 등의 명목으로 죄를 범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거나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라고 명시돼 있다.

 

신 회장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서도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20일 지난해 연봉의 절반 정도인 10억원을 투입해 롯데지주 4만7400주를 매입했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도 300주를 매입하면서 자사주 매입 행렬에 동참했다.

 

롯데지주는 “2018년 발행 주식의 10%를 소각하고 반기 배당을 시행하는 등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조치들을 시행해왔지만 대내외적인 여건 악화로 주가 약세가 지속하자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강희태 부회장도 지난 24일 자사주 140주를 매입했다. 같은 날 롯데쇼핑 HQ재무총괄본부장인 장호주 부사장은 보통주 66주(약 403만원), 백화점사업부장 황범석 전무는 보통주 100주(약 598만원)를 매입했다.

 

신회장이 적극적인 책임 경영 행보에 나서면서 호텔롯데 상장을 비롯한 ‘뉴롯데’건설에 속도가 빨라질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또 최근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경영권을 장악하면서 이러한 분석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롯데지주는 일본 롯데홀딩스는가 18일 진행된 이사회에서 신동빈 회장이 4월 1일자로 회장에 취임하는 인사를 결정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그간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격호 회장, 신동빈 부회장 체제로 운영돼왔고 부친인 고 신격호 회장이 2017년 명예회장으로 추대된 이후 회장직은 공석이었다.

 

롯데지주는 “일본 롯데 경영진의 굳건한 신뢰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한편, 한일 양국 롯데의 경영을 책임지는 리더로서의 자리를 공고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호텔롯데 상장 염두·전문경영 체제에 힘 실어주기 위한 행보=이를 게기로 뉴롯데 마지막 퍼즐인 호텔롯데 상장 작업에도 힘이 실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롯데지주와 함께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호텔롯데의 상장은 신동빈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다. 롯데 지배구조는 총수일가→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지주→롯데그룹 계열사로 이어지는 구조로 돼있기 때문이다.

 

지분구조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19.07%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4.0%를 갖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광윤사로 신동주 전 부회장이 50%+1주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 있다. 이에 신동빈 회장은 호텔롯데를 상장시켜 일본 주주 지분을 희석한 뒤 롯데지주로 통합하려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롯데=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로부터 자유로워지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말 임원 인사에서 과거 호텔롯데 상장을 주도한 송용덕 호텔·서비스BU장(부회장)을 롯데지주 공동대표로 선임한 것 역시 호텔롯데 상장에 대한 신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 부회장은 40년간 호텔에서 근무해온 베타랑이자 2015년부터 호텔롯데 상장을 주도해 온 인물이고, 이 BU장 역시 지주 출범 과정에서 계열사 분할·합병과 롯데정보통신 상장 등 굵직한 사안을 지휘한 경험이 있는 ‘재무통’으로 유명하다. 또 이 BU장은 올 3월 호텔롯데 비상무이사에 이름을 올리면서 상장에 대비한 업무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롯데의 실적도 상승세였고 실 월드타워점 특허권도 유지하면서 호재를 맞았다. 지난해 호텔롯데 매출액은 6조4474억원이었는데 이 중 면세사업부 매출액이 5조 307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2.3%를 차지한다. 이 중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1조 2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대형 점포로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의 약 20%에 해당한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순탄치 않다. 업계에서는 상장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국정농단 관련 총수 리스크가 지난해 대법원 집행유예 판결로 해소된데다, 면세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한 실적개선세도 뚜렷해 분위기가 갖춰졌다며 올해를 상장의 적기로 지만 코로나19 사태 악재로 인한 타격이 지속되면서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우선 호텔롯데 상장에 있어 호텔롯데 사업을 사실상 책임지고 있는 면세사업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점이 부담이다. 면세사업부는 호텔롯데의 매출 80%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다. 지난 상장 작업이 멈춘 이유도 면세사업의 실적이 부진하면서 기업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2일부터 김포공항면세점 임시 휴점에 들어갔다. 코로나19 사태로 공항이용객이 금갑하면서 면세점이용객이 줄어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사실상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했고 지난 9일부터 일본도 한국인의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이에 롯데면세점 김포공항점은 코로나19 확산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루 평균 2~3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무기한 휴점 직전에는 하루 매출 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인천공항면세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사태로 인천공항 이용객수가 연일 곤두박칠 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지난 15일까지 인천공항 이용객수는 41만7009명(출입국 합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2만8047명보다 무려 85.2% 감소했으며 일평균 이용객은 2만7800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8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15일에는 1만9316명을 기록하며 사상 첫 1만명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박종대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중국과 한국의 국지적 문제였다면 면세점 실적 회복 시기는 5월 정도일 가능성이 컸지만 글로벌 문제가 되면서 계산이 복잡해졌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 "중국 수요 회복으로 따이공(보따리상) 수요가 증가할 수 있으나 특별입국 절차와 항공 노선 축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며 "실적 부진 폭을 예상보다 빨리 줄일 수 있으나 매출 증가 전환 시기는 지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코리아세븐·롯데GRS등 주요계열사 상장 통해 기업 가치 ↑=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회되면서 호텔롯데 상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신 회장은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과 계열사 상장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면세 사업부의 부진이 계속되는 만큼 당장 여력이 있는 계열사부터 상장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황각규 부회장은 27일 주주총회에서 "코로나19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가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역량을 쏟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황 부회장은 주총에서 우선 "지주회사 출범 이후 순환출자 해소와 경영 투명성 강화를 추진해오고 있고 정보통신 등 자회사 기업공개(IPO)도 실시해왔다"면서 "이에 그치지 않고 추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보다 투명한 지배체제를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계열사 가운데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과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과 인수합병 추진 계획도 밝혔다

 

황 부회장은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시장에서의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기존 진출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서는 사업을 확대하고 수익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코로나19 이후 국내외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에서의 인수합병 기회를 모색하고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신동빈 회장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인터뷰에서 선진국 시장 개척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신 회장은 한국 중심인 호텔 사업을 세계로 확대하고 일본 화학기업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15일 개최된 롯데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과거의 성공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기존의 성공 스토리와 위기 극복 사례, 관성적인 업무 등은 모두 버리고 우리 스스로 새로운 시장의 판을 짜는 게임 체인저 (Game Changer)’가 되자”고 강조하며 위기 탈출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호텔롯데 상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신동빈 회장이 어떤 전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