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서홍 GS에너지 전무,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사진=각 사 제공]](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311/art_15839096875356_89e9ec.jpg?iqs=0.7900290612438496)
[FETV=송은정 기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연일 주가가 급락하면서 상장사 및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 행렬이 잇따라 주목된다. 이는 돌발변수인 코로나19에 따라 급락한 주가를 방어해 투자자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게 경제전문가의 중론이다.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주가 방어가 가능하다는 점과 어려운 영업환경에서도 회사가치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서 출발한 최고경영자와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 열기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오너 입장에선 싼값에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확보하고 증여 부담을 덜 수 있는 효과도 있다.
◆각 기업 CEO "자사주 잡아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배재훈 현대상선 대표는 지난달 27일 자사주 1470주를 매입했다. 이번 매입을 통해 배 대표의 보유 주식은 기존 63043주에서 64513주로 증가했다. 그는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11번에 걸쳐 총 2억2687만원 가량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대표도 지난달 24일 자사 주식을 매입했다. 취득 단가는 14750원으로 총매입금액은 4억4250만원이다. 이번 매입으로 최 대표의 보유 주식은 기존 44255주(0.02%)에서 74255주(0.04%)로 늘어났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최근 자사주 1500주를 장내에서 매수해 총 2500주를 보유하게 됐다. 박 대표는 지난달 14일 1주당 22만 6500원에 1000주를 매입한 이후 17일 500주를 주당 23만 500원에 장내에서 추가로 매수했다.
박 대표는 지난 2017년 3월 자사주 1000주를 매입한 데 이어 이번 매입까지 5억9975만원을 썼다. 박 대표뿐 아니라 주요 임원들도 자사주 매입에 동참했다. 회사 임원 20여명이 최근 총 8052주, 18억여원어치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SK텔레콤은 지난해 5G 가입 마케팅 비용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악화됐지만 올해 통신사들의 마케팅 경쟁 완화 기조에 따라 비용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춘성 LG상사 대표도 지난달 17일 자사주 3700주를 4900만원 어치를 취득했다. 윤 대표는 자원부문장 부사장이었던 2018년 3월에도 자사주를 매입한 바 있어 총 6855주(0.02%)를 보유하게 됐다. LG상사도 올해 실적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지난달 LG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 전량을 약 3412억원에 매각하며 대규모 신규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등 성과를 냈다.
강계웅 LG하우시스 대표 또한 미래 회사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며 지난 4일 자사주 1000주를 취득했다. 이번 매입으로 강 대표의 보유 주식 수는 총 1980주가 됐다. 그가 LG하우시스 한국영업본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5월 자사주 980주를 매입한 데 이어 두 번째 매입이다.
허세홍 GS칼텍스 대표는 GS 보통주 3만3133주를, 허서홍 GS에너지 전무는 3만2000주를 지난 6일 매수했다. 이를 통해 둘의 지분율은 각각 2.01%, 1.68%로 뛰었다. 이들은 지난달에도 각각 9만6632만주, 4만7100주를 사들였다.
HDC는 지난달 2~4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아들인 정준선, 정원선씨가 각 HDC 주식 3만주와 4만주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 지분율도 37.88%에서 38.00%로 올라갔다. LS그룹의 경우엔 구자은 LS엠트론 대표를 포함한 LS그룹 오너일가가 지주회사 LS의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 LS는 지난 6일 구자은 회장 등 LS그룹 오너일가 15명이 LS 보통주 6만6701주를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문 총괄사장도 지난 1월 말 신세계 보통주 5만주(약 130억원)를 장내 매수했다. 거래규모는 총 137억원이다. 정 사장의 지분율은 9.83%(96만7853주)에서 10.34%(101만7853주)로 올랐다.
대웅과 대웅제약은 지난 5일 경영진이 총 4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장내 매수했다. 윤재춘 사장은 대웅 주식 1만8825주(2억원)를, 전승호 사장은 대웅제약 주식 1000주(1억원)를 사들였다. 이창재 부사장도 대웅 주식 9413주(1억원)를 매수해 자사주 매입에 동참했다. 대웅은 지난 3일에도 약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바 있다.
한화는 지난 4일 금춘수 부회장이 보통주 1만주, 우선주 1만주를 장내매수했다고 공시했다. 보통주 1주당 평균 매입가격은 2만원, 우선주는 12350원이다. 금 부회장은 이번 주식 매입에 총 3억2350만원을 투자했다.
◆금융권도 자사주 매입 러시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금융권도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이 러시다. 우선 금융지주 회장이나 행장이 자자수 매수에 적극적이다. 주가 부양을 위해서다. 이들은 각종 악재와 금융사고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주가를 견인하기 위해 자사주를 적극 매입하고 있다.
최근 각 금융지주 등 은행주의 주가는 줄줄이 떨어지는 추세여서 주가 부양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이후 주가 하락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은행주의 경우 시가총액이 10조원 이상 증발했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4일 자사주 1만주를 장내매수 했다고 9일 공시했다. 이번 매입으로 김 회장이 보유한 자사 주식은 취임 직후부터 순차적으로 매입한 주식 1만5000주를 포함해 2만5000주로 늘어났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지난달 5일 자사주 2000주를 매입했다. 김 회장은 2013년부터 현재까지 5억650만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수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월 6일 5000주를 매입했다.
증권가의 경우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3~4일 이틀에 걸쳐 자사주 5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번 매입으로 정 사장의 소유 주식수는 1만1697주에서 1만6697주로 증가했다.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도 지난 2일과 3일 자사주 3만3417주를 추가 매수했다. 양 사장은 올해 들어 대신증권 지분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KB증권 사장과 김기환 KB금융지주 부사장은 각각 지난달 28일과 4일에 5000주와 1000주의 KB금융 주식을 샀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기업들이 자사주를 사들이는 주주 환원 정책을 통해 코로나19 위기를 기업 가치를 높이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라임사태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하락한 주가를 방어하고,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또한 주가 하락으로 마음이 불편해진 상황에서 주총장에 찾아올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 왜 이런 현상이?
CEO들의 자사주 매입은 일반적으로 책임경영의 성격을 갖고 있다. 자사주 매입은 통상 주가 하락을 일정 부분 방어하려는 목적이 있다. 외부 변수로 급락한 주가를 방어해 주주들의 이익을 높이겠다는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이다. 또 기업의 경영상황이 양호하다는 방증과 함께 호실적을 달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해석된다.
오너가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가 많이 떨어졌을 때 싼값에 지분율을 높여 지배력을 공고히 하려는 차원으로도 풀이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 경영진이 손수 나서 주식을 사들이면서 주가 부양에 대한 노력과 책임경영 의지를 강화하는 모습을 주주들에게 적극 보여주고 한편으로는 경영 현안에 대한 지지를 얻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