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2 (수)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항공·물류


[힘내라! 2020 한국경제]<2>아시아나항공 HDC '뉴엔진' 달고 힘찬 비상

M&A 실패로 스스로 무너진 금호 그룹, ‘캐시 카우’ 아시아나항공 매각
구주·손해배상한도로 줄다리기 벌인 현산-금호, 협상 마무리하고 27일 매각
뉴(New) HDC 선언한 정몽규 회장, 호텔·리조트·면세에 이어 항공업까지
우려 섞인 인수라는 평가도…정 회장, 범 현대가 배경 업고 새로운 도약 준비

 

[FETV=김현호 기자] 1988년 2월 창립된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캐시 카우’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 그룹의 매출에 67%를 차지했다. 총자산 규모는 64%에 달했다. 하지만 이 기업은 지난해 12월27일 매각됐다.

 

금호그룹은 그동안 과도한 인수합병(M&A)과 이를 위해 끌어온 인수금액으로 그룹을 추락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만들게 했다. 이로써 한때 재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재계 60위권 밖으로 추락했다.

 

2020년 아시아나항공에 새로운 엔진을 장착시킨 기업은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이끄는 HDC현대산업개발이다. 그동안 현산은 건설 산업 위주로 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우려 된다는 반응을 쏟아 냈다. 하지만 다양한 산업으로 그룹의 영역을 확장시킨 정 회장의 리더십이 다시 통할 것이라는 시각도 주를 이루고 있다.

 

◆2019년 시작된 항공업계 대어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과정의 전말

 

지난해 4월 금호그룹은 부채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다. 항공업은 시장 특성상 새롭게 진출하기 어려워 M&A시장에 ‘대어’가 등장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SK, CJ, GS그룹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하마평에 올라 매각 열기가 끌어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7월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이 보유한 주식 6868만8063주(31.0%)에 대한 매각 공고를 냈다. 주요 대기업들은 신주와 구주금액에 대한 계산기를 두드리며 본격적인 인수 추진에 나설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예비입찰이 당시 뚜껑을 열어보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예비입찰 명단에 주요 대기업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의 전반적인 불황과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대기업들의 출사표를 막아선 것이다.

 

본 입찰에 출사표를 던진 기업은 애경그룹과 HDC현대산업개발 두곳에 그쳤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도 인수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전략적투자자(SI)를 찾지 못한채 매각 경주에서 일찍 탈락했다. 금호산업과 매각 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은 2개월 가량의 실사를 거쳐 지난해 11월 HDC현대산업개발을 아시아나항공 우선매각협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은 협상 테이블에 올라 구주금액과 손해배상한도를 두고 줄다리기를 벌인 끝에 12월27일 주식매매계약(SPA)까지 마무리 지었다. 금호산업은 구주금액을 4000억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현산이 제시한 금액보다 800억원 가량 많았다.

 

금호 측은 아시아나항공이 6개 자회사와 경영 프리미엄을 추가해 매각되기 때문에 4000억 수준으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반면, 현산 측은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의 마감시세가 3500원 수준이기 때문에 3200억이면 충분하다는 입장이었다.

 

양사간 구주금액 이견은 금호산업 측에 불리했다. 채권단이 “올해 안에 매각을 완료하지 않으면 직접 매각을 주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채권단 주도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이뤄지면 금호 측은 구주금액을 불러주는 데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 매각을 결정했어야 했다. 이후 금호는 현산 측이 제시했던 3200억 수준의 구주금액을 받아들였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손해배상한도를 두고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금호 측에 손해배상 한도 10%를 요구했다. 금호 측이 일으켰던 2018년 ‘기내식 대란’ 사건 때문이다. 아시아항공은 2003년부터 LSG스카이셰프와 기내식 납품 계약을 맺고 거래를 이어왔다. 계약 연장을 앞둔 금호그룹은 LSG에 금호홀딩스(현 금호고속)에 투자를 강요했다. LSG는 이를 거부했고 금호는 중국 하이난그룹의 ‘게이트고메’를 새 업체로 선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두고 불공정거래라고 판단했으며 과징금과 검찰고발까지 검토하고 있다.

 

금호 측의 투자 강요는 기내식 업체가 바뀌는 사태를 초발했고 교체된 기내식 업체가 제때 납품을 못하자 ‘기내식 대란’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협력업체 사장이 자살하는 사건까지 발생했으며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하게 됐다. 이에 따른 협력업체와의 소송전이 예고돼 있는 상황이다. 금호 측이 향후 수백억 원대의 우발채무가 발생할 수 있는 이유이며 HDC현대산업개발이 손해배상한도를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던 것이다.

 

양사는 12월 말 막판 신경전을 벌였던 손해배상한도를 9.9%로 낮춰서 합의했다. 큰 숙제를 끝낸 후 구랍 12월27일 SPA까지 만료한 두 기업은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을 이전하게 됐다. HDC그룹이 예고한 인수작업이 4월까지 마무리되면 아시아나항공은 31년 만에 새 주인으로 넘어가게 된다.

 

◆금호 그룹의 공격적인 M&A, 독으로 돌아오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날개는 과도한 M&A로 인해 꺾이기 시작했다. 위기의 시작은 2006년 대우건설 인수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6조4000억원을 쏟아 부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치며 대우건설의 기업가치가 추락하게 됐다. 인수 3년 만에 결국 대우건설을 되판 금호그룹은 이후 재무구조가 크게 흔들렸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워크아웃 했고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그룹의 2차 위기는 금호산업 대한 재인수로 인해 재발됐다. 7300억원이 투입된 당시 인수는 그룹의 핵심의 계열사였던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 악화로 연결됐다. 인수자금을 무리하게 끌어오다 아시아나의 부채비율이 상승한 것이다. 이로 인해 2015년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전년 대비 300%가 오른 991.23%를 기록했다.

 

◆ 시장 저변 확대 나서는 HDC그룹, 호텔·면세·리조트까지 넓혀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된 HDC현대산업개발은 그룹의 사업 영역을 새롭게 변화 시키는 변곡점을 맞았다. 정몽규 회장은 그동안 호텔, 면세 등 새로운 사업으로 보폭을 넓혔지만 항공업계 진출보다 규모가 크지는 않았다.

 

주력 계열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건설 산업을 위주로 사업을 진행한다. 이 기업은 그룹 계열사 매출에 95%를 담당한다. 하지만 정몽규 회장은 현실에 국한시키지 않고 새롭고 더 큰 꿈을 꾸며 이를 현실로 만들어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움직였다. 정 회장은 그동안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와 2015년 면세 사업을 시작했고 지난해 4월에는 골프·스키리조트인 한솔오크밸리도 사들이며 사업 다변화를 추구 하고 있다.

 

현재 국내 건설업은 부침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은 해외건설보다 주택산업 에 편중된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건설산업 침체기가 지속됐고 부동산 시장은 각종 규제로 인해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재건축 시장을 잠재우는 카드로 사용되고 있다. 결국 주택산업으로 편중된 현산의 경영은 그룹 전반에 걸친 위기로 만들어질 여지가 컸다. 따라서 이같은 정몽규 회장의 사업 영역 확대는 새로운 HDC그룹을 만들어야 한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 '뉴(New) 아시아나‘ 만들어낸 정몽규 회장, 그가 그리는 및 그림은?

 

호텔·면세·리조트 사업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그룹을 항공업계까지 진출시키는 성과를 이뤘다. 당초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한 뒤 시장 반응은 냉담했지만 정 회장은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정 회장은 “국가산업인 항공산업이 HDC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정몽규 회장은 범(凡)현대가(家)의 핵심 오너중 한명이다. 그의 아버지인 故정세영 명예회장은 故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넷째 동생이다. 이미 범 현대가는 자동차, 건설, 중공업 등 국내외 주요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기업이다. 이번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로 하늘길이 열렸고 현대가문의 기업들은 육·해·공을 지배하는 기업으로 우뚝 솟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이 범 현대가 기업으로 소속되자 현대가문의 계열사와 시너지가 기대되고 있다. 정몽규 회장의 조카인 정지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백화점그룹과는 기내식 케이터링 서비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최대주주로 버티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과 항공유 공급, 항공사 마일리지 공유에 대해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카드 등 시너지를 유발할 수 있는 현대가문의 기업들이 상당수다.

 

아시아나항공은 8조7000억원의 부채를 갖고 있다. 정몽규 회장이 배팅한 인수 금액은 2조5000억원이기 때문에 부채를 한순간에 부채를 끌어내리기가 쉽지 않다. 현금 ‘실탄’이 필요한 정몽규 회장이지만 벌써부터 호재가 들려고 있다. 이미 IB업계에 따르면 현대가문에 속한 주요 기업들이 지분참여 의사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기 때문이다. 자금 수혈까지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아시아나항공의 새로운 비행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몽규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명칭과 기업 이미지(CI) 등을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명칭 변경에 대해 “지금까지 상당히 좋은 브랜드 가치를 쌓아왔다”며 “현재로써는 바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룹 계열사는 HDC현대산업개발, HDC아이파크몰 등 HDC명칭을 달고 있다. 이에 따른 그룹의 통일성을 위해 'HDC아시아나항공‘으로 바뀔 여지가 크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에 상징적인 이미지였던 빨간색 ‘윙’ 마크도 땔 것으로 보인다.

 

정몽규 회장의 2020년은 항공업계의 부활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과 더불어 부담감도 안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품에 안은 HDC그룹은 재계 17위까지 올라서게 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개선과 35% 수준에 그치는 미주·유럽 노선 비중을 끌어올려야 한다.

 

기존에 호텔, 면세 사업 등의 다변화는 이번 항공업진출에 비해서는 ‘새발의 피’ 수준이다. 정몽규 회장의 2020년은 ’뉴(New) HDC그룹’을 선포하는 한 해로 기록될 예정이다. 2020년의 아시아나항공이 새로운 엔진을 장착하고 순조로운 비행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