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조성호 기자] 금융투자협회가 20일 임시총회를 열고 제5대 금융투자협회장을 선출한다.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과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사장, 정기승 KTB자산운용 부회장 등 최종 3인이 후보에 오른 가운데 자산운용업계의 표심에 따라 당락이 좌우될 전망이다.
금투협은 사전에 3명의 후보자들의 소견발표 자료를 전 회원사에 발송했으며 임시총회에서는 후보자들의 소견발표에 이어 정회원사 대표(또는 대리인)의 직접·비밀 투표가 진행된다. 투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K-voting 시스템을 통한 전자투표 방식으로 진행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득표 2인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실시하게 된다.
투표권의 40%는 57개 증권사와 222개 자산운용사, 5개 선물사, 12개 부동산신탁회사 등 정회원 295곳에 각각 한 표씩 부여되며 1사1표 원칙이다. 나머지 60%는 회비분담금 비중에 따라 차등 배정하는 비례 의결권을 반영한다.
금투협 관계자는 “설립 이래 회원사의 직접투표로 협회장을 선출하는 선진적인 선출절차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협회장은 매년 6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집행할 수 있으며 공식 연봉은 5억원을 웃돈다. 또 판공비 등을 포함하면 협회장은 대략 6억원 가량의 돈을 사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의 당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960년생으로 최종 후보들 가운데 가장 젊은데다 현직 대형 증권사 출신인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나 사장은 35년간 대신증권 한 곳에서만 몸담으며 사장까지 오르는 등 증권업에 오랫동안 종사하며 리테일과 홀세일, IB, 기획, 인사 등 금융투자업 역량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또한 증권사 사장단 모임인 ‘금요회’에서 회장(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후임)을 맡고 있는 점에서 주요 증권사 사장단의 표심이 몰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증권사 표심에 따라 선거 결과가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나 사장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 사장은 자본시장 역할 강화, 미래역량 확보, 회원사 정책건의 확대, 회원사 중심의 자율규제, 협회 혁신 태스크포스(TF) 추진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불완전 판매 근절을 통한 투자자 신뢰 회복과 사모펀드 관련 규제 완화 등도 강조했다.
다만 전체 회원사의 75%에 달하는 자산운용업계의 표심까지 얻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2017년 이후 자산운용사 수가 급증하며 영향력이 커진 상황이어서 이들이 뜻을 모으면 선거 판세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사장은 1981년 삼보증권(현 미래에셋대우)에 입사해 우리증권, 동부증권,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등을 거친 정통 증권맨이다. 2013년 우리선물(현 NH선물) 대표를 거쳐 2014년부터 4년간 IBK투자증권 대표를 역임했다. 금투협에서 자율규제, 경영전략본부장을 맡은 경력도 있다.
신 전 사장의 경우 리서치 출신으로 자산운용사 인지도가 높은 편인 데다 최근 고려대 출신 회원사 대표들을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나 대표가 대신증권에만 몸담으며 폭이 넓지 않은 점이 약점으로 꼽혀온 만큼 결선투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정기승 KTB자산운용 부회장은 유일한 자산운용업계 출마 후보라는 점과 금융감독원 출신이라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정 부회장은 1978년 한국은행에 입행해 금융감독원 증권감독국장, 뉴욕사무소장, 은행감독국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이후 스마트저축은행 대표, 아이엠투자증권 부회장 등을 거쳐 지난해부터 KTB자산운용 부회장을 맡고 있다.
정 부회장이 세 명의 후보 가운데 유일한 자산운용사 경험을 갖고 있고 주요 공약도 자산운용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만큼 이번 선거에서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