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191251/art_15765472694053_a24545.png)
[FETV=김현호 기자] 주요 대기업의 연말 인사가 속속 단행되는 가운데 삼성그룹 인사가 감감무소식이다. 재계에서는 글로벌 경기부진과 더불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문제로 삼성 인사가 늦어진다는 분석을 내놓고도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16일부터 사업 전략의 및 그림을 그리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이 회의는 통상 사장단 인사 발표 이후 개최되지만 올해는 거꾸로 진행되는 것이다. 삼성그룹의 정기인사가 ‘오리무중’인 가운데 내년 초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사가 미뤄지는 결정적인 이유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심’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 대법원은 이 부회장의 항소심 판단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다시 되돌려 ‘파기환송’했다.
당시 재판부는 말 3마리 구입대금(34억1797만원)과 영재센터 후원금(16억2800만원)을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른 뇌물 액수는 2심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횡령액이 50억원을 넘어서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뇌물액이 늘어난 만큼 이 부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총수 구속’ 이라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삼성이 인사 단행을 최대한 늦출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에 따른 삼성 사장단의 연임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특히 대법원이 판단한 뇌물 문제는 삼성물산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을 책임지고 있는 이영호 사장의 임기 연장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법원이 판단한 뇌물 문제는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문제와 연계돼 있다. 지금까지 국정농단에 연루된 삼성의 책임은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이 있었다. 즉, 삼성은 말대금과 후원금을 지원해주고 이에 대한 대가로 청와대는 국민연금을 이용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승인해주는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써 양사의 합병에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었다.
2015년 9월1일 합병당시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이 높았던 제일모직이 1, 삼성물산이 0.35를 나눠 갖는 비율로 합병이 이뤄졌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가치보다 낮게 책정된 것이다. 이영호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을 위해 삼성물산의 주가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양사 간 합병이 이뤄지기 전 박근혜 정부는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을 펼치며 부동산 경기부양을 이끌어왔다. 그런데 삼성물산은 이런 흐름에 동조하지 않았다. 건설기업 1위인 삼성물산은 2015년 상반기에 300여 가구만 공급하는데 그쳤고 심지어 6월 이전 까지는 분양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5년 7월17일 주주총회에서는 양사의 합병이 결정된 이후 삼성물산의 태도는 정반대로 바뀐다. 당시 서울에만 1만994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했고 주총 전 수주했던 2조원 규모의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공사를 수주했다고 뒤늦게 밝히기도 했다. 때문에 삼성물산이 합병 비율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늦게 공개한 것 아니냐는 말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다.
검찰도 삼성물산이 회사의 실적을 고의로 떨어뜨렸다고 의심하고 있으며 관계자 소환조사도 계속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가는 시장에 따라 정해져야 하는 것이며 특정 시점에 정보를 공개하는 건 인위적인 주가 조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른 이영호 사장의 책임론도 불거진다. 이 사장은 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으며 합병이 마무리됐던 2015년도에는 삼성물산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재직했다. 특검 조사까지 받은 이 사장은 삼성물산의 대주주였던 ‘일성신약’을 찾아가 합병을 요청하기도 했다.
삼성물산의 실적 부진도 이 사장 입장에선 연임을 위협하는 큰 악재다. 사측의 3분기 일감은 전년 동기 대비 13.4%가 빠졌다. 연간 수주 목표는 11조7000억원이지만 4조3930억원에 그치고 있다. 같은 기간 누적 해외 수주액이 3조2450억원에서 1조7260억원에 그치며 반 토막난 상황이다.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만들 수 있는 현재 상황을 만든 이영호 사장의 연임여부가 ‘빨간불’이 들어온 이유다. 더군다나 삼성그룹은 통상 사장단에 60세 이상은 ‘용퇴’ 카드를 꺼내든다. 이 사장은 내년이면 61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