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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현대중공업 정기선, 사우디 ‘아람코’ 기업공개가 즐겁다는데...왜?

2300조 가치 지닌 석유사 아람코, 기업공개 되면 대규모 발주 예고
정기선 부사장,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남 갖는 등 돈독한 관계 보여
기업승계와 경영능력 발휘해야 하는 정 부사장, 아람코로 ‘활로’ 열까

 

[FETV=김현호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100%를 소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으로 평가 받는 아람코는 기업가치가 최대 2300조원(약 2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중국 알리바바가 상장했을 당시 공모액은 250억 달러였다. 이를 고려하면 아람코의 기업가치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아람코를 이끌고 있는 건 사우디의 차기 왕위 계승 1위로 꼽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다. ‘탈 석유’ 시대를 만들기 위해 분주한 빈 살만 왕세자는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 6월 방한하자 국내 재계 총수들이 총출동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그룹 총수는 삼성그룹의 ‘승지원’에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났다. 2010년 전국경제인연합회 만찬 이후 9년만이었다. 그만큼 국내 기업 총수들도 빈 살만 왕세자가 운영하는 아람코 사업에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 당시 재계 총수 중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다. 정 부사장은 기업의 총수는 아니지만 빈 살만 왕세자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할 당시 공식 오찬에 참석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아들인 정기선 부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의 기업승계를 앞두고 있다. 정 부사장은 빈 살만 왕세자와 단독회담도 진행했다. 지난 만남은 2016년과 2018년 이후 3번째다. 특히 당시 회담은 빈 살만 왕세자의 요청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아람코의 IPO는 정기선 부사장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상장이 되면 자금 수요가 아람코에 몰리게 된다. 막강한 자금을 확보한 빈 살만 왕세자는 사업 영역을 확대해 전 세계 기업에 발주하는 물량을 쏟아 낼 수 있게 된다. 특히 정 부사장은 그룹을 승계 받아야 하는데 빈 살만 왕세자와의 친분으로 아람코로부터 수주 물량 확보를 기대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30년 동안 이어진 소유-경영 분리 원칙을 깨고 정기선 부사장에게 승계 작업이 진행 중이다. 따라서 정 부사장은 지분 승계와 더불어 경영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아무런 능력도 없이 30년 넘게 이어져온 원칙을 깨고 기업을 물려받게 된다면 ‘금수저’ 경영인의 이미지를 지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승계 작업의 핵심은 그룹의 지배기업인 현대중공업지주의 지분 확보다. 현재 그룹은 5개의 상장사와 25개의 비상장사를 보유하고 있다. 정기선 부사장은 지난해 3월 현대로보틱스의 지분 5.10%를 정몽준 이사장에게 증여받아 현대중공업의 3대 주주로 올라섰다. 현재 현대중공업지주는 정몽준 이사장이 25.80%, 정기선 부사장이 5.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오일뱅크의 지분을 매각해 아람코로부터 1조4000억원의 금액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17%(콜업션 포함 19.9%)를 확보한 2대주주가 됐다. 아람코는 에쓰오일의 지분 63%를 확보하고 있는데 이번 인수를 통해 현대오일뱅크가 에쓰오일 계열사로 편입할 수 있는 기업결합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이후 상장까지 진행되면 정기선 부사장의 승계 자금 확보도 가능해진다. 이번 아람코의 지분 인수도 정기선 부사장이 직접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의 핵심 회사는 현대중공업이다. 이 회사는 올해 6월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물적분할 했다. 중간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신설돼 현대중공업을 지배하는 형태로 지배구조를 변화시켰다. 그룹은 현재 현대중공업지주를 필두로 한국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3개의 사업회사를 두고 있다.

 

핵심 계열사지만 2019년 실적이 부진에 늪에 빠져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올해 수주 목표는 178억1000만 달러다. 하지만 9월까지 누적 수주는 77억 달러에 그쳤다. 목표치에 43%만 달성한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4분기에 LNG(액화천연가스)선 발주가 남아있지만 목표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아람코가 향후 발주하는 물량을 그룹이 얼마만큼 확보하느냐에 따라 정기선 부사장의 경영능력이 검증 될 수 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아람코와 사우디 킹살만 조선소 내 선박엔진공장 설립 계약을 맺었다. 또 양사간 합작회사인 ‘IMI'의 지분을 늘리는 계약을 맺으며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다. 조선업계가 또 다른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정기선 부사장은 이미 파트너로써 관계를 이어온 아람코와 현대중공업그룹과의 관계를 강화했다”며 “정 부사장에게는 아람코의 IPO가 그룹의 실적회복과 더불어 경영능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