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가삼현, 한영석 현대중공업 공동 사장 [사진=현대중공업]](http://www.fetv.co.kr/data/photos/20191145/art_15728327966294_61c689.png)
[FETV=김현호 기자] 현대중공업은 2019년 6월 물적분할(법인분할)을 통해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을 신설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로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을 두고 있다. 최대 중공업 회사인 현대중공업을 이끌고 있는 가삼현, 한영석 공동 사장이다. 가 사장은 영업과 대외업무, 한 사장은 현장총괄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11월6일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다.
세계 굴지의 조선업 회사를 이끌고 있는 공동사장은 1주년을 자축할 수만은 없는 분위기다. 실적 문제와 최대 과제인 대우조선해양 인수,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의 승계 작업까지 복합적으로 문제가 얽혀있다. 또 경쟁사와 달리 노조와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어 갈등봉합이라는 숙제도 남아있다.
국내 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의 2018년 실적은 악화일로였다. 이미 조선업계의 불황으로 실적 하락이 지속됐지만 성적은 초라했다.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매출은 13조1198억, 영업손실은 5225억, 당기순손실은 4536억을 기록했다. 이는 2017년 대비 매출은 2조3489억. 영업이익은 5371억이 감소한 것이다. 또 당기순이익은 3조1467억원이 감소했다. 또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를 포함한 2019년 전체 수주 목표는 196억달러로 전년 대비 18.6% 높다. 하지만 상반기 수주규모가 20.1%에 그쳤다.
실적 부진의 이유는 더디게 흘러가는 해외 수주 발주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해양유전 사업, 호주와 미얀마 등 현지에서 발주가 예정됐던 사업이 당초보다 연기된 문제가 컸다. 2019년은 두 사장의 첫 실적 성적표였지만 기대 이하의 결과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회사의 영업을 총괄하는 가삼현 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향후 전망은 긍정적이다. 세계 각국에서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간 무역분쟁으로 관망세를 보였던 선주들이 발주를 시작하는 움직임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노조와의 대립 격화로 곤혹을 겪고 있다. 이미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 당시 노조는 삭발식과 주주총회장소를 막는 등 극렬하게 반대했다. 이로 인해 사측은 조합원들을 고소·고발은 물론 손해배상을 청구까지 했다.
5개월 이후에도 극심한 대립의 골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을 반대하고 있다. 합병되면 구조조정이 발생해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노조는 현재 지속적인 부분파업과 상경파업을 벌이고 있다. 또 임금협상은 제자리걸음이다. 노조측은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 성과급 250% 보장 등을 원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하청업체 노동자 처우 개선을 요구했는데 이는 현대중공업이 하도급회사 기술자료 유용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기 때문이다.
사측과 노조는 21차례 교섭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측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조선업 불황 등의 이유로 노조 측의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 경쟁사인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이미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었지만 현대중공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이번 달 말 새로운 노조위원장이 선출된다. 대립의 골이 더 깊어질 가능성인 높은 상황이다.
한영석 사장은 노조의 대립을 피하고 상호협력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벌여왔다. 한 사장은 지난해 보안팀의 폭행사건으로 노조에게 직접적인 사과를 했다. 사장 취임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고개를 숙인 것이다. 또 노사업무 전담조직 폐지 등 노조측의 요구를 들어주며 스킨십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하지만 갈등 봉합은 아직 멀기만 하다. 업계 관계자는 “한 사장은 현대미포조선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노조와의 갈등봉합을 이뤄냈다”며 “그 경험을 다시 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20년 넘게 소유-경영 분리 원칙으로 회사가 운영됐다. 오너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일반적인 기업형태와는 다른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아들인 정기선 부사장의 승계 작업이 진행 중이다. 소유-경영 분리 원칙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가삼현 사장은 정몽준 이사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며 정기선 부사장의 멘토로 알려져 있다. 정 이사장의 지분 승계는 사장단의 역할이 아니지만 차기 오너를 위한 초석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 그룹의 황태자로 불리는 정 부사장은 초고속 승진으로 상무와 전무를 거쳐 지난해 부사장으로 임명됐다. 재벌 경영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는 정 부사장의 의미 있는 경영성과가 필요하다. 현재 정 부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분을 16.5%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장의 핵심은 단연 대우조선해양 인수다. 현재는 양사간 기업결합 심사를 세계 각국에서 진행 중이다. 최근 카자흐스탄이 합병에 동의하며 청신호도 켜져 있다. 실적 회복과 노조와의 갈등 봉합 등 내부적인 문제를 해결한다면 현대중공업은 세계 조선업 점유율이 21.2%, 세계 선박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초대형 규모로 새롭게 탄생할 수 있다. 향후 두 사장의 리더십에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