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GS그룹 회장 [사진=GS그룹]](http://www.fetv.co.kr/data/photos/20191043/art_15718824206691_354c11.jpg)
[FETV=김윤섭 기자] GS그룹의 계열사인 GS홈쇼핑은 24일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한진의 지분 6.87%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투자 총액은 약 250억원 규모다. GS홈쇼핑의 대한항공 주식 매입은 두그룹 오너의 오랜 친분관계가 크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총수인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막역한 관계를 맺으면서 사업적인 교류도 활발했다고 알려졌다. 앞서 GS홈쇼핑의 2대주주로 한진그룹이 올라선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전략적 협업관계였다. 수십년간 이어진 오너일가끼리의 관계와 사업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양사의 협업 관계는 한진그룹의 대를 이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매각 주체는 조 전 회장의 상속인인 아내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세 자녀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이다. GS홈쇼핑은 “급변하는 배송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해나가기 위해 ㈜한진에 전략적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2500억원대에 달하는 막대한 상속세에 부담을 느낀 한진그룹 총수일가가 고인의 지분을 매각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상속세 신고는 사망일로부터 6개월 내 해야 한다. 따라서 이달 말까지 총수일가는 상속분에 대한 세금 신고를 마쳐야 한다. 현금성 자산이 부족한 한진그룹 총수일가가 이번 지분 매각으로 재원 마련에 숨통을 튼 셈이다.
또 KCGI와 대한항공 경영권을 두고 지분 싸움을 하고 있는 한진그룹 입장에서 우호 세력 확보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델타항공과 반도건설 등을 우호지분으로 가정하면 한진그룹 측 한진칼 우호 지분은 38%정도로 KCGI보다 약 2배 넘는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GS홈쇼핑과 ㈜한진이 GS홈쇼핑 설립 초기부터 꾸준히 협력관계를 맺어온 점도 주목할 점이다. 현재 GS홈쇼핑의 배송 물량 중 약 70%를 ㈜한진이 담당하고 있으며, ㈜한진에서는 GS홈쇼핑 전담 배송원 제도도 운용하고 있다. 한진은 GS홈쇼핑 지분 3.5%도 보유하고 있다.
GS홈쇼핑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는 모바일 커머스 시장에서 ㈜한진이 보유한 물류 인프라를 통해 한층 더 향상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투자를 통해 지정 시간 배송 등 특화 서비스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GS홈쇼핑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한진 외에도 NHN페이코와 월드키친, 국내 신규 스타트업 등에 전략적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조 전 회장의 지분이 전량 매각된 뒤에도 여전히 한진의 최대주주는 지분 22.19%를 보유한 한진칼이다. 한진그룹 경영권 유지에는 변화가 없다.
지분 매각 대금 사용처와 관련, 한진 측은 "조 전 회장의 개인 지분을 처분하는 것이어서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명희 고문과 세 자녀가 매각 대금을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하거나 적절히 분배해 보유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