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8 (일)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생두의 마술 '커피와인' 을 아시나요

[칼럼] 제주커피농부 김영한

자연이 가르쳐준 커피기술

커피나무의 가치를 처음 발견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염소이다. 아프리카 고지대에서 장생하고 있는 커피나무는 다른 나무들과 크게 다르게 보이지 않았다. 염소들이 빨간 열매를 따먹기 시작하면서 커피나무가 그 가치를 들어내게 되었다. 염소치기인 칼디(Kaldi)라는 소년이 어느 날 염소들이 흥분하여 춤추듯이 뛰노는 모습을 보게 된다. 커피열매를 따먹고 염소들이 카페인에 취해서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이때부터 커피나무가 인간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의 르왁 고양이가 커피열매만을 따먹고 생두는 배설한다. 르왁고양이가 배출한 생두는 체내에서 약간 발효가 되어서 다른 맛을 내게 된다. 염소는 카페인의 가치를 인간에게 말한 것이고 르왁 고양이는 발효의 가치를 보여 주었다.

나는 제주도의 따뜻한 날씨가 아까워서 5년 전에 커피농사를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커피를 수확하여 빨리 볶아서 내가 운영하던 카페에서 팔고 싶었다. 수확까지 3년이 걸려서 커피열매를 따 보니 그 양이 적었다. 그래도 제주도에서 재배하여 수확한 커피생두라서 바로 볶아서 맛을 보았다. 기대했던 것보다 맛이 떨어졌다. 수확량이 적고 맛도 별로여서 실망하였다. 어렵게 키운 커피나무가 돈만 까먹는 애물단지가 되어 가는 듯 했다. 커피재배가 생두를 생산하는 것만으로는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진) 제주도에 이주하여 커피와안을 개발한 김영한 교수해커톤방식으로 신제품 개발

왜 사람들은 커피만 보면 볶아서 마시는 것만 생각할까?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은 대게 북위 30도 이상의 문명국가 사람이어서 커피나무를 본 적이 없다. 커피나무를 재배하는 사람들은 열대 지방의 원주민들이어서 생두를 생산하여 빨리 수출하면 끝이다. 커피나무를 가공하여 새로운 상품을 만든다는 것이 생각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제주도는 커피나무를 재배할 수 있고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축복 받은 섬이다. 나는 이 축복 받은 섬에서 커피나무를 가공해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커피나무를 가공해서 신상품을 만들어 낼 기술도 없고 자본도 없는 상태이었다.

그래서 신상품 개발을 해커톤(Hackathon)방식으로 하기로 했다. 해커톤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페이스북이 작은 회사였을 때 쓰던 신제품 개발방식이다. 해커톤은 긴 시간동안 기획자, 프로그램 개발자, 디자이너가 한 팀을 이루어서 아이디어를 내고 기술개발을 하여 바로 시제품을 만들어 낸다. 나는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기술을 개발하고 디자인할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커피 응용 신제품 개발을 ‘1인 해커톤' 으로 하기로 했다.

먼저 시도한 것은 커피잎으로 녹차처럼 차(Tea)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우리 농장의 커피잎을 따서 녹차처럼 덖어 보았다. 커피잎에는 폴리페놀 성분이 많아서 떫은 맛이 있다. 커피잎차를 손님들에게 판매 해보니 녹차와 비교해서 깔끔한 맛이 떨어진다고 해서 포기했다.

다음에는 커피열매껍질(Cascara)로 차를 만들어 보았다. 카스카라차(Cascara Tea)를 마셔 본 손님들이 커피맛과는 너무 달라서 외면한다.

두 번의 도전을 실패하였지만 다시 신제품 아이디어를 찾아 보았다. 그러던 중 르왁고양이가 생각났다. 르왁은 왜 커피열매만을 따먹을까? 커피 열매껍질에 당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당분이 있다면 와인을 담글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와인을 담그는 기술이 부족한지라 제주대학의 산학협력프로그램으로 기술지원을 받았다. 르왁이 가르쳐 준 대로 커피 열매껍질의 당분을 이용해서 발효시킨 결과 커피체리와인이 만들어졌다. “이제는 됐구나” 싶었다.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제도적 문제에 부딪쳤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제주도로 이주하여 카페 '씨앤블루' 를 운영하던 시절 / 제주 커피 수목원 공사 초기 / 제주커피 묘목 / 제주 커피 열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제주도로 이주하여 카페 '씨앤블루' 를 운영하던 시절 / 제주 커피 수목원 공사 초기 / 제주커피 묘목 / 제주 커피 열매
계속되는 도전, 제도적 문제에 봉착

커피 체리와인을 만들어서 판매를 하려니 주류 제조허가가 필요했다. 전통주 제조허가를 받으려고 제주도청을 거쳐서 국세청에 신청을 했다. 국세청에서 허가를 위해 식약청에 커피 열매껍질을 조회해 보니 식용가능 리스트에 제외 되어 있다고 해서 신청이 반려됐다. 커피 체리와인으로 기술특허를 받았는데도 주류제조허가는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됐구나가 이제는 끝났구나” 로 바뀌어 버렸다. 커피 체리와인만 보면 화가 나서 아예 보이지 않는 곳에 두었다. 그래도 너무 억울해서 식약청을 설득할 만한 기술적 해결책을 찾아보기로 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 총장을 찾아가서 기술적 지원을 부탁했다. 다행히 몇 가지 해결책을 제시해서 커피와인에 다시 도전하였다.

그러나 식약청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2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다. 제주도 촌동네에 있는 커피농부입장에서는 왜 안 되는지의 이유를 아는 것 만으로도 소득이었다. 다시 신제품 개발의 절벽위에 선 것이다. 뛰어 내릴 것인가? 날아 오를것인가?

그린빈의 마술 – 커피와인

마지막 절벽위에서는 발상을 바꿀 수 밖에 없다.“체리가 허가가 불가능하다면 생두(GreenBean)로 와인을 담구어 보자” 커피생두로 와인을 담구어 보겠다고 하니 모든 사람이 “이제는 미쳤구만” 했다. 커피생두로 와인을 담근 사례를 구글에서 찾아보니 전무하다. 사람들이 날 더러 미쳤다고 할 만 하구나. 심지어 생두의 당도가 몇브릭스(Brix)인가에 대한 자료도 없다. 그래서 모든 것은 내가 하기로 했다. 생두의 성분상 당분이 10%이고 당도를 측정해보니 놀랍게도 26브릭스가 나왔다. 그렇다면 발효가 될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커피생두를 와인을 담구는 일에 도전했다. 제주몬순 발효생두를 이용해서 2개월 정도 발효하니 6브릭스로 당도가 떨어졌고 와인 맛이 났다.

이로써 세계최초로 커피생두를 자연발효시켜서 만든 커피와인(Coffee wine)이 탄생하였다. 나는 즉시 커피생두로 국세청에 전통주 신청을 해서 주류제조 허가를 받았다. 커피나무를 응용한 신제품 개발을 농업을 기반으로한 해커톤 방식으로 도전한지 3년만에 커피와인을 만들었다. 그동안 커피나무를 응용한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해 보았지만 모두 실패하여 몸,마음,자본이 고갈되었지만 끊임없이 도전하였다.

만약 커피잎차가 성공했다면 거기에 멈추었을 것이다. 커피 열매껍질(Cherry)와인이 성공했다면 그것에 만족했을 것이다. 이것 저것 모두 다 안되니 커피생두로 발상 전환을 하게 되었고 대기업도 하기 어려운 일을 혼자 힘으로 해냈다. “커피가 나에게 더 큰 일을 하라고 먼저 작은 고난을 주었다”

(사진) '나는 매일 아침 제주 문순 커피를 마신다' 를 함께 쓴 동생 김영안 전 단국대 교수 (왼쪽) 와 김영한 교수
(사진) '나는 매일 아침 제주 문순 커피를 마신다' 를 함께 쓴 동생 김영안 전 단국대 교수 (왼쪽) 와 김영한 교수
====================================================

이 글을 쓴 제주커피농부 김영한 교수는 삼성전자 컴퓨터 마케팅 책임자를 거쳐 국민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창조 아카데미 대표로 활동한 바 있다. 지금까지 67권의 책을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주요 저서로는 『총각네 야채 가게』,『스타벅스 감성 마케팅』,『스토리로 승부하라』,『나는 매일아침 제주몬순커피를 마신다』,『삼성처럼 회의하라』 등이 있다.

환갑이 지난 나이에 제주도로 이주해 카페 <씨앤블루 Sea & Blue>를 창업하고 새롭게 도전을 시작했다. 제주 커피 연구소를 세워 ‘제주 몬순 커피'로 특허 출원을 했으며, 제주화장품과 제주커피와인을 개발했다. 제주도의 산방산 밑 사계리에 ‘제주 커피 수목원’ 을 열어 우리나라 최초로 영하의 기온에서도 자랄 수 있는 커피 나무를 재배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글 김영한 제주커피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