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정해균 기자] 한화손해보험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DB손해보험(옛 동부화재) 출신 박윤식 대표가 잇따라 영입한 '친정' 기업 출신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이들이 떠난 빈 자리는 한화생명 등 한화그룹 출신들이 속속 꿰차고 있다. 한화생명은 한화손보의 지분을 51.36%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둘째 이들인 김동원 씨가 한화생명 상무로 재직 중이다.
1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한화손보에서 DB출신 임원이 줄고, 한화생명 출신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 최대 7명에 달했던 DB출신 임원은 박 대표의 세 번째 연임이 확정 된 2018년 4명으로 줄었다. 박 대표가 영입한 DB출신들은 개인영업과 기업영업, 자동차보험, 리스크관리 부문 등을 차지하며 승승장구 했다. 또한 일부는 승진해 '별(임원)'을 달았다. 하지만 현재는 4명이 장기보험 부문에서 근무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새롭게 한화손보로 옮겨온 DB출신은 없다.
반면 20017년 정의봉 상무(경영지원실장) 한 명 뿐이었던 한화생명 출신들은 현재 3명으로 늘었다. 숫자 뿐만 아니라 이들이 맡고 있는 업무도 주목된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 영업총괄 겸 개인영업부문장인 도민구 전무다. 도 전무는 한화생명 경영기획팀장과 전략기획실장을 지낸 보험전문가이자 전략기획통이다. 또 정 상무는 이날 한화손보 출신 김민기 상무가 맡고 있던 자동차보험 부문장으로 이동했다. 한화손보에 대한 한화생명의 역향력 확대가 점쳐지는 대목이다.
한 때 7명에 달했던 한화그룹 계열사 출신 임원(한화생명 제외)은 현재 4명으로 줄었다. 인원 수는 줄었지만 담당 업무는 기획·인사·자산운용 등 핵심 업무를 맡고 있다. 이들 중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 지원부문 장창섭 상무가 같은 날 경영지원실장으로 이동했다. 지원부문은 계열사 및 자회사 관리와 신사업 투자를 담당한다.

이 같은 현상은 한화손보의 실적 부진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박 대표의 3번째 연임 성공의 밑바탕에는 실적 개선이 있었다. 그는 한화손보가 2009년 제일화재 합병한 후 연임에 성공한 첫번째 최고경영자(CEO)다.박 대표는 아더앤더슨코리아, PWC컨설팅, DB손보를 거쳐 2013년 한화손보 대표로 영입됐고, 2017년 11월 한화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박 대표는 위기관리와 영업, 고객 관리 등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며 뒷걸음치던 실적을 3년 만에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다. 2017년까지 매년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최근 브레이크가 걸렸다. 2018년 기준 영업이익 1105억원, 당기순이익 81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4.1%(1975억원), 44.6%(1476억원)씩 급감했다. 실적 부진은 올 상반기에도 이어졌다. 한화손보은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41억원으로 전년 동기 819억원 대비 82.8%나 줄어들었다. 원수보험료는 전년 동기보다 5.7% 늘어난 2조9404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2.9% 깎인 198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손보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어둡다. 업황이 좋지 못한 데다 시장 금리가 하락하면서 자산운용수익률까지 저조하기 때문이다. 올해 1월 한화손보에 대한 증권사들의 투자의견은 '매수'가 100%였다. 그러나 지난달 '매수' 의견을 보인 곳은 38.4%에 불과했다. 나머지 61.5%는 '중립'의견을 냈다. 한화손보에 대한 목표주가도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KB증권은 한화손보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하고 목표가를 종전 5800원에서 3500원까지 낮췄다.
박윤식 대표 체제의 유지 여부는 올 연말 한화그룹 임원 인사에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