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의 해외 부동산 펀드 판매 경쟁이 격화되면서 '제2의 KB증권' 사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936/art_1567659159849_130549.jpg)
[FETV=유길연 기자] KB증권에서 발생한 대규모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이 판매 경쟁에 눈이 먼, 증권사의 실적 우선주의가 원인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 뿐만 아니라 중소형증권사까지 해외 부동산 펀드 판매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때문에 다른 증권사에서도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를 낳고 있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말 기준 해외 부동산 펀드 판매잔고는 46조4200억원으로 지난해 말 (37조7871억원)에 비해 약23%(8조6329억원) 늘었다. 해외 부동산 펀드 판매 증가는 대형증권사들이 이끌었다.
미래에셋대우는 작년 말에 비해 5조2752억원의 해외부동산 펀드 판매액수를 기록해 1위를 기록했다. KB증권도 2조8037억원으로 4위를 기록했다. 이 밖에 삼성증권(5위), 신한금융투자(6위), 하나금융투자(8위), NH투자증권(9위)이 판매잔고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삼성증권은 작년 말에 비해 약 27%(7846억원) 늘어난 2조8684억원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작년 말 7위였던 삼성증권은 5위로 올랐다.
해외 부동산 펀드 판매 경쟁에 중소형증권사도 참여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작년 말 대비 1조303억원이 불어난 3조 9208억원의 판매 잔고를 기록해 대형증권사들을 제치고 미래에셋대우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IBK투자증권도 같은 기간 1조1584억원 늘어난 3조3132억원을 판매해 5위에서 4위로 뛰어올랐다. 또 키움증권, 현대차증권이 각각 7위, 10위에 자리했다.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된 해외 부동산 펀드 액수는 한국투자가 2767억원을 기록해 금융사 전체 가운데 가장 많았다. KB증권은 295억원을 판매해 전체 6위를 기록했다. 하나금투가 219억원으로 8위에 위치했고 신한금투(194억원), 미래에셋대우(179억원)는 각각 9·10위를 기록했다.

KB증권이 판매하고 JB자산운용이 운용한 'JB호주NDIS펀드'는 이 펀드의 대출 차주인 호주 LBA캐피털이 대출 약정 내용과 다르게 자금을 집행해 원금 손실 위험에 빠지게 됐다. 투자액 가운데 2015억원은 현금으로 회수 완료했고 882억원 상당의 현금과 부동산은 아직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문제는 KB증권이 개인 투자자에게도 이 펀드를 판매해 논란을 더 키웠다.
KB증권 사태의 원인은 증권사들 간의 투자금융(IB) 실적 경쟁으로 현지 실사 등 기본적인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KB증권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대출 대상의 사업 수지, 안정성 등에 대한 실사를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펀드 투자 대상을 처음 발굴해 상품화를 추진했던 KB증권의 부서는 그 동안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및 해외부동산투자를 전담해온 IB2본부가 아닌 리테일 관련 부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KB증권과 비슷한 규모로 해외 부동산 펀드를 판매하고 있는 증권사에서도 손실 발생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KB증권의 사태에서 나타난 부동산 금융의 리스크에 주목해 지난 6월 부동산 금융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증권사들에 대한 부문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KB증권 사태는 결국 증권사들이 현지 실사를 꼼꼼히 해야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라며 “실사에 소흘했던 증권사들이 해외 부동산 펀드로 손실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