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조성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법원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파기환송 판결을 받으면서 오는 10월 사내이사 선임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뇌물 액수가 크게 늘어난 데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도 인정되면서 사내이사 자격 논란이 일어날 전망이다.
대법원은 지난 29일 이 부회장의 뇌물 및 횡령 혐의에 대해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특히 삼성이 최순실씨에게 지원한 말 3마리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을 모두 뇌물로 판단하면서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 액수도 36억원에서 86억원으로 크게 늘어나게 됐다.
파기환송심에서 이를 모두 인정하게 되면 이 부회장의 실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행법상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이면 징역 5년 이상을 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집행유예는 사실상 불가능해진 셈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과 삼성은 파기환송심 재판 대응이 최우선 과제가 됐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경제보복 등 계속되는 악재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현장경영 활동에 몰두해 온 이 부회장으로서는 이제 자신의 재판에 집중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재계에서는 파기환송심에 앞서 오는 10월 열리는 삼성전자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통과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사내이사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임기 만료 전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통과돼야 한다. 이 부회장의 임기는 10월 25일까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들이 대법 판결에 따른 이 부회장의 자격을 문제 삼으며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삼성전자 지분 9.97%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본격화한 상황이어서 이 부회장과 삼성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 연장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면서 “대내외적으로 악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마저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 삼성전자의 리더십 공백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이 부회장이 실형이 확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임기 연장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활동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는 3년 전인 2016년 “급변하는 사업환경 변화에 대처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이 부회장의 이사 선임과 공식적인 경영 참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 부회장을 사내이사에 선임했다.
이에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파기환송심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고 이후 대법원에 재상고된 뒤 최종 선고까지는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다소 제약이 걸린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삼성전자를 둘러싼 글로벌 악재에 대응하고 미래 핵심 사업 육성을 위해서는 이 부회장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횡령액을 모두 변제했다는 점과 경제위기 상황 속 삼성전자 경영에 기여한 점, 이미 1년 동안 구속됐던 점을 감안해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우 뇌물 액수가 70억원이였는데도 집행유예가 선고된 바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대법원 선고 직후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 상황에서 삼성이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성원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의 재판 등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