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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오비맥주 '카스 vs 하이트진로 '테라'..."맥주시장 판도 뒤집힌다"

신제품 '테라', 돌풍 일으키며 7년 독주 카스 아성에 도전장
하이트진로, 5년 적자 맥주사업 턴어라운드 '청신호'
카스 가격인상, 신제품 출시로 맞불…점유율 수성 최우선

 

[FETV=김윤섭 기자]  하이트진로가 야심차게 내놓은 레귤러맥주 '테라'가 판매 신기록을 이어가며 맥주 시장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테라 판매호조로 내리막을 걷던 하이트진로 맥주 매출도 반등에 성공하며 국내 맥주시장 1위인 ‘카스’를 맹추격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테라' 초반 페이스 맥주시장 강타  

 

테라는 하이트진로가 지난 3월 21일 ‘청정 라거'를 표방하면서 내놓은 신제품 맥주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지난 3월 판매를 시작한 테라는 출시 100일 만에 1억병 판매를 돌파했다. 지난달 29일(출시 101일) 기준으로 누적판매 334만 상자(330ml 기준), 1억139만병이 팔렸다. 초당 11.6병이 판매됐고, 국내 성인(20세 이상, 4204만명 기준) 1인당 2.4병씩 마신 셈이다.

 

역대급 속도다. 과거 맥주 신제품 출시 한 달을 기준으로 보면 테라는 3200만병(330ml 기준) 판매를 돌파했다. 2017년 롯데주류에서 출시한 피츠(1500만병)는 물론 1994년 나온 오비맥주의 카스(2424만병)의 실적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한 달은 물론 100일로 기준을 확대해도 국내 맥주 신제품 판매량은 테라가 단연 1위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피츠의 출시 100일 판매량은 4000만병이다. 테라 판매량이 정확히 2.5배 더 많다.

 

하이트진로는 본격적인 성수기가 시작되는 만큼 테라 판매량은 더욱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1년 판매 목표인 1600만 상자로 무리 없이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라 효과는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하이트진로 맥주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이트진로 맥주 부문 매출은 매년 내리막을 나타내고 있다. 2013년 9162억원이서 2015년 8391억원, 지난해 7460억원으로 감소했고 2013년 이후 최근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테라 출시 이후 초기 마케팅 비용 등으로 올해 역시 맥주 부문 적자가 지속될 전망이지만 맥주 점유율 및 공장 가동률 상승으로 고정비 부담이 줄어들 경우 이르면 내년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메리츠증권은 내년 하이트진로의 맥주부문 영업이익을 20억원으로 전망하며 흑자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이트진로 김인규 VS 오비맥주 고동우...한미 CEO의 진검승부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테라의 흥행 뒤에는 '필사즉생(반드시 죽고자 싸우면 그것이 곧 사는 길임)'이란 간절함이 있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테라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몇 년간 하이트진로의 맥주사업은 치열한 경쟁, 수입맥주 파상공세로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며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야만 했다"며 "테라 출시와 함께 모든 직원이 '필사즉생'의 각오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 힘든 시기에 마침표를 찍고, 반드시 재도약의 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내 맥주사는 1930년대 세워진 조선맥주(현 하이트진로)와 동양맥주(현 오비맥주)의 경쟁의 역사로 볼 수 있다. 1950년대 이전 조선맥주의 크라운맥주가 크지 않은 격차로 1위, OB맥주가 그 뒤를 잇다가 1980년대 순위가 뒤집어 진 후 OB맥주의 장기 집권이 이어졌다. 한때 8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OB맥주는 맥주 시장의 독재자였다.

 

93년 조선맥주가 하이트를 출시하면서 대성공을 거두고 다시 맥주 시장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 했지만 오비맥주가 카스를 대표상품으로 내세우면서 판세는 다시 뒤집혔다. 조금씩 점유유율을 높인 카스는 2012년 다시 시장점유율 1위를 탈환한다.

 

이후 하이트맥주의 시장점유율은 20%대로 떨어졌으며 롯데주류의 클라우드와 수입맥주까지 시장에 들어오면서 하이트의 실적은 매년 감소세를 보이게 됐다.

 

 

이런 상황에 출시한 테라는 김인규 하이트 진로 대표의 ‘필사즉생’의 각오가 담긴 승부수였다. 김 사장은 국내 맥주사업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반맥주에서 점유율을 끌어 올리는 것이 핵심이라고 판단하고 테라의 출시와 함께 판촉활동에 공을 들였다.

 

하이트진로는 테라를 론칭한 뒤로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해 서울 주요 상권으로 꼽히는 강남과 대학가 등을 중심으로 판촉활동을 벌이면서 적극적 홍보활동을 전개했다.

 

하이트진로의 테라의 품질과 적극적 홍보활동으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맥주 판매량이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일반맥주의 격전지인 유흥시장에서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올해 6월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5%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테라 출시로 기존 하이트진로의 맥주제품인 하이트와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펼질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있었지만 오히려 맥주 제품군 확대로 맥주사업에서 반등을 이뤄냈다.

 

김 사장은 내친김에 올해 맥주사업에서 하이트진로가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오비맥주는 가격 인상과 신제품 출시로 맞불을 놨다. 오비맥주는 4일 '카스' '프리미어OB' '카프리' 등 주요 맥주 제품 공장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한다. 2016년 11월 이후 약 2년5개월 만의 출고가 인상이다.

 

대표 제품인 카스 병맥주의 경우 500㎖ 기준으로 출고가가 현행 1147.00원에서 1203.22원으로 56.22원(4.9%) 오르게 된다. 브랜드별 세부적인 인상률은 △카스프레시 5.3% △카스레몬 5.0% △카스라이트 4.8% △카스레드 4.9% △프리미어OB 6.4% △카프리 5%다. 카스 브랜드의 평균 인상률은 5%이며 병, 캔, 페트 제품의 인상률은 상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주요 원부자재 가격과 제반 관리비용 상승 등 전반적인 경영여건을 고려할 때 출고가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원가 압박이 가중되고 있으나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인상폭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주류업계에서는 오비 맥주의 갑작스러운 가격 인상이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테라'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류 도매상이 시장 1위 제품이 가격을 인상하기 전 물건을 사재기하는 경향이 있어 '신제품 '테라'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라는 의혹이다.

 

 

▲테라, '역대급 페이스'로 맥주시장 판도변화 예고

 

테라의 성공으로 카스가 장기집권하고 있는 맥주 시장 판도가 바뀔지도 주목된다.

 

현재 맥주시장은 오비맥주가 52%, 하이트진로가 25%, 롯데주류가 7%, 수입맥주 등이 16%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경쟁사인 오비맥주와 롯데주류가 카스, 클라우드 출고가를 인상한 반면 '테라' 가격을 유지한 것도 테라 판매량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내년 주세법 개정, 테라 등 하이트진로 맥주 가격 인상 가능성 등 다양한 변수가 기다리고 있어 당분간 맥주시장은 변화의 바람이 거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