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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매출부진, 리콜수사 그리고 노조파업…위기의 한국 자동차

현대차 해외판매 부진 지속…검찰 수사까지 이중고
르노삼성차 노사 12일 임단협 잠정합의안 도출…12개월 싸움 끝날까
한국GM 실적 제자리인데 노사는 교섭장도 못정해

 

[FETV=김윤섭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의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노조파업과 리콜문제까지 이른바 3중고가 국내 자동차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올해 5월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의 실적은 66만4200대로 전년동기대비 5.8% 감소했다. 내수 시장은 쏘나타를 필두로 한 인기차종들의 선전으로 비슷한 성적을 냈으나 수출에서 7.1% 감소폭을 보이면서 부진했다.

 

▲ 현대·기아차 실적부진도 뼈아픈데 엔진결함 리콜 수사까지

 

현대차는 쏘나타, 팰리세이드의 선전으로 내수에서 전년동기대비 9.5% 증가를 나타냈지만 해외 판매에서는 11% 감소를 보이며 신흥시장에서의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력 신차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기아차도 수 시장에서 총 4만3000대 판매하는 것에 그쳐 전년 동월대비 8.6%나 뒷걸음질쳤다.

 

특히 기아차 최대 판매 모델인 카니발도 전년 동기대비 23% 감소했으며, 주력모델인 쏘렌토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해외에서도 2.2% 감소를 보이며 날개없는 추락을 계속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현대차의 엔진결함 은폐·늑장 리콜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리콜 당시 현대차 품질을 총괄했던 신종윤 전 품질총괄 부회장을 소환하면서 수사의 강도를 높이고 있어 그룹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됐다.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12월 현업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10년 이상 현대·기아차 품질 부문을 책임졌다. 품질총괄본부장(부사장), 사장, 부회장을 잇달아 맡았다. 현대차는 세타2 엔진 결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당국의 조사가 있을 때까지 숨기면서 리콜 등 적절한 사후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신 전 부회장은 현대차가 소음, 진동, 주행중 시동 꺼짐, 화재 등의 문제로 2015년 9월 미국에서 세타2 엔진 탑재 차량 47만대를 처음 리콜할 당시 의사 결정권자였다. 이후 2017년 3월 미국 내 119만대 추가 리콜과 같은 해 4월 국내 17만대 리콜이 이어졌다.

 

현대차는 세타2 엔진 결함은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청정도 문제로 부품 내부에 이물질이 들어가 발생한 것이며, 설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미국 리콜 이후 국내 소비자들이 세타2 엔진 결함을 주장하자 현대차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엔진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다가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가 임박해서야 자발적 리콜을 결정했다.

 

검찰 조사에서 현대차는 엔진결함으로 소음·진동 문제가 나타났으나, 여기서 더 나아가 엔진 파손까지 일어날 줄은 몰랐다는 취지의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현대차가 엔진 설계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을 다수 확보한 상태다. 문건에서 현대차는 엔진결함을 '베어링 구조 강건성 취약' 등으로 진단하고 있으며, 엔진 설계·소재(메탈) 변화를 통한 결함 개선까지 모색한 것으로 나와있다.

 

세타2 리콜과 관련한 전결 권한은 신 전 부회장에게 있었지만, 현대차에서 리콜 건은 관행적으로 정몽구 회장에게까지 보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검찰의 윗선 수사가 부진의 늪에 빠져있는 현대차그룹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노조에 울고 웃는 르노삼성·한국GM

 

현재 자동차업계를 살펴보면 노동조합이 업체의 생사를 쥐는 모양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12일 극적으로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그동안 지속되온 파업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한국GM은 올해 임금협상조차 제대로 시작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쌍용자동차는 해고자 복직과 9년 연속 노사 무분규 기록 등 노사협력에 힘입어 국내 자동차 업체 3위 자리를 더욱 확고히 해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노조 리스크’에 완성차 업체가 위기를 넘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최악의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12일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로써 지난 5일 노조가 시작한 전면 파업은 종료됐고 회사측도 부분직장폐쇄를 철회했다. 르노삼성 노사의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놓고 시작된 갈등은 지난해 6월부터 12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생산 손실은 약 2806억원에 달한다.

 

5월달 내수 판매도 613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6.5% 감소해 국내 ‘최하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 파업에 따른 일감절벽은 고용위협·생산차질 등 경쟁력을 깎아 먹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프랑스 르노는 임단협이 마무리 되기 전까지 수출물량 배정을 논의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생산 예정이던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XM3가 스페인 공장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GM도 비슷한 상황이다. 임금협상을 두달 가까이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당초 한국GM 노사는 지난달 30일 올해 임협 교섭 첫 만남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교섭 장소를 정하는 것부터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연기됐다. 과거 4월이면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올해는 기약 없이 늦어지는 상황이다.

 

노조는 협상 테이블에 기본급 5.6% 인상과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성과급으로 통상임금의 250%(약 1000만원), 정년 연장 등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임단협 성과를 뒤엎는 수준으로 노사의 임단협이 결코 평탄치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판매에서도 한국GM의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내수 6727대 판매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쌍용차와의 격차는  좁히지 못한 상황이다. 역시 최하위인 르노삼성과의 차이도 크지 않다. 르노삼성차에 언제든지 발목을 잡힐 수 있는 처지다. 

 

 

쌍용차는 정반대로 긍정적인 ‘노사 화합’을 보여주고 있다. 2010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에서 탈퇴한 뒤 지난해까지 9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어오고 있으며 올해 임협 역시 교섭 절차를 밟기 전이지만 무난한 협상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원만한 노사 관계는 신차 효과와 맞물려 판매 실적 개선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쌍용차는 올들어 5월 말 현재 자동차 4만7731대를 팔았다. 이는 전년 동기(4만1821대)대비 14.1% 증가한 수치다. 특히 내수 판매는 3개월 연속 1만 대를 돌파하면서 국내 3위 자리를 완벽하게 굳혔다.

 

내수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르노삼성, 한국GM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르노삼성 노조는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어기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회사가 없으면 노조도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가들 사이에서 완성차 업체는 ‘위기’를 넘어 ‘망하기 일보 직전’이라는 말이 나온다”면서 “경영 환경을 감안한 행동을 보여줘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정부도 적극 나서 중재 역할을 하는 등 ‘할 말은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