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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52시간제 도입 현황 ] ①은행권, 조기 정착 위한 막바지 작업 한창

‘워라밸’ 확산 어디까지 왔나

[FETV=오세정 기자]  금융권이 주 52시간 근무제도 본격 시행을 한 달 앞두고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해 특례제외업종으로 분류돼 1년 간 유예기간을 받은 금융권이 제도를 기업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펴고 있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업권은 작년부터 PC오프제, 유연근무제 등을 도입해 시범 운용해왔으며, 여기에 업무 효율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문화 확산 등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금융업권 별 주52시간 근무제 대응·준비 현황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은행권은 오는 7월 주 52시간 근무제 정착과 함께 제도 시범 운용에 따른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저마다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부터 PC오프제, 유연근무제 등을 통해 주 52시간제를 조기 도입한 은행들이 페이퍼리스(paperless)를 통한 디지털창구 전면 확대,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도입, 회의 시간 단축 캠페인 등에 나선 것이다.

 

◆ 로봇, 디지털창구로 업무를 스마트하게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주 52시간제 근무제가 부작용 없이 빠르게 사내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KB국민은행은 750여개 영업점에서 운영 중인 페이퍼리스 시스템 기반의 ‘디지털창구’를 오는 9월쯤 전체 1055개 영업점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업무 전반에 종이서류가 필요 없는 페이퍼리스 시스템은 고객이 작성해야 하는 각종 신청서 등을 종이가 아닌 태블릿PC에 입력·처리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업무처리 시간과 행정 비용, 서류 작성 과정에서의 실수 등을 줄일 수 있어 은행들이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종이를 사용하던 때는 업무 처리 과정부터 마감 이후 보관·확인 절차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면서 “자동 전산화 시스템 도입으로 예를 들어 두,세시간 걸리던 업무가 한시간 내로 대폭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기존 디지털창구와 디지털상담 서비스인 ‘쏠깃(SOL Kit)’을 확대 강화할 계획이다. KEB하나은행도 하나스마트창구를 전면 시행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고객의 서류 작성을 자동 안내하고 필수 작성 항목이 입력되지 않으면 거래가 진행되지 않는 전자문서 시스템을 전 영업점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주 52시간제가 실질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업무 경량화, 효율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디지털 창구 확대와 비대면 서비스 전환 등을 통해 기존 근로시간이 상당 부분 줄었다”고 말했다.

 

 

특히 은행들은 업무 효율화는 물론 디지털 혁신의 일환으로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업무영역 확장에도 나섰다.

 

KEB하나은행은 최근 RPA 확산 프로젝트를 통해 총 19개 업무, 22개 프로세스에 협업로봇 34개를 투입하는 등 RPA 체계 구축을 마무리했다. RPA가 적용되는 업무는 기업 신용등급 자동 업데이트를 통한 통합신용대출 금리 산출, 주요 파생거래 실시간 확인, 자금세탁 고위험군 데이터 자동 추출 등이다.

 

앞서 신한은행도 올해 17억2000만원을 투입해 ‘RPA 전행 확산 프로젝트2’에 돌입한 상황이다. 여기에 영업현장에서 직원들의 빠르고 정확한 업무처리를 지원하는 지능형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인 ‘A.I 몰리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신한은행은 금융사기 본점접수와 금융거래 목적확인, 은행 업무양식 외부 발송, 고객 알림톡 안내발송 등 영업점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업무들에 대한 플랫폼을 우선 구축해 11월 시범 이행할 계획이다.

 

40여개 업무에 RPA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는 국민은행도 전행 확대를 위한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최근에는 ‘머신러닝 기반 기업여신 자동심사’ 도입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 '워라밸' 확산 위한 다양한 캠페인 ‘활발’

 

은행권은 단순한 근무 시간 단축에서 더 나아가 근무 환경과 조직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신한은행은 불필요하게 길어지는 회의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5·15·30·60분 단위로 정해둔 시간이 지나면 울리는 알람시계를 전 영업점과 본부 부서에 배치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알람시계는 주52시간제에 대응해 시간을 단축해보자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시행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점에서는 전체회의는 주 1회, 회의시간은 30분, 업무시간 중 4시 이후에 진행하는 ‘1·3·4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영업점 근무 시간을 고려해 아침회의를 없애고 회의는 16시 이후로 하도록 했다. 또 회의 시간 단축을 위해 1장 이내 회의자료, 1시간 이내 회의, 1일 이내 피드백을 내용으로 하는 ‘1·1·1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6월부터는 주 52시간 정착을 위해 업무시간 중 사적인 용무를 줄이고 윗사람이 앞장 서 정시 출·퇴근하는 등 캠페인에 나선다.

 

 

국민은행에서는 그룹 차원에서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아보는 ‘워크 다이어트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선정된 아이디어들은 개별 부서별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주52시간제가 단순히 제도로서 정착하는 것은 어느정도 한계가 있다”면서 “업무시간에 집중해서 일하고 퇴근할 때는 상사 눈치를 보지 않는 등 조직 문화와 직원 인식 개선 등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 ‘PC오프제’ 시행 중인 은행권 업무 환경 변화상

 

앞서 국내 시중은행들은 노사 합의를 통해 올해 1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일괄 도입하면서 PC오프제를 운영하고 있다. PC오프제는 일정 시간에 맞춰 컴퓨터가 자동으로 종료되고 출근 시간에도 일정 시점 이전에는 컴퓨터를 켤 수 없게끔 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주요 4대 시중은행 중 신한·국민·하나은행은 오후 6시 퇴근을 기준으로 한다. 우리은행은 PC오프 시스템을 기존 오후 7시 종료에서 유연근무제 등에 따른 본인 근무 종료시간에 ±20분으로 조정했다.

 

이들 은행은 모두 PC오프를 통해 직원들의 점심시간 1시간도 보장하고 있다. 또 일반 영업점 외에 업무 종료시간이 다른 본점 또는 특수 부서의 경우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 탄력적으로 근무 시간을 적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단축된 근로 시간에 대해 은행권 전반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로 보인다. 이른 퇴근 후 가족과 저녁식사하는 시간과 함께 강의를 듣거나 체육시설을 이용하는 등 자기개발을 위한 시간이 늘어나 직원들의 만족감이 크다는 후문이다.

 

 

다만 준비가 미비한 상태로 서둘러 조기 시행한 데 따라 발생하는 문제들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직원 김 모씨는 “업무량과 인력은 그대로인데 시간만 단축되다 보니까 퇴근 전까지 일을 처리하는 데 급급하고 시간 내 못다한 일이 밀리고 쌓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이 발표한 ‘금융노조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8월 기준 금융노조 조합원의 82.4%가 8시30분 전에 출근하고 있으며, 60.1%는 오후 7시 이후에 퇴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조합원들은 매일 평균 3시간의 초과노동을 하고 있었으며, 직원 1명 당 1일 8시간 근무 기준으로 총 3만명의 직원을 채용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정덕봉 금융노조 정책부위원장은 “시중은행들이 주 52시간제 조기 도입해 잘 정착되게 하려고 여러 시스템이나 장치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미진한 것 같다”면서 “제도 시행 과정에 여전히 초과근로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꼼수노동’ ‘공짜야근’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은행들이 의무적으로 출퇴근 기록시스템을 설치해 근로시간의 정확한 측정, 초과근로에 대한 정당한 보상, 더 나아가 추가 인력채용에도 나서야 한다”면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제도 및 업무환경 개선, 직장 내 근무 분위기 조성도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