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사진= 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414/art_15540826201399_c4f08b.png)
[FETV=박민지 기자] 유통업계 주주총회 시즌이 대체로 마무리됐다. 이번 주총에서 정교선 현대백화점 부회장이 백화점 사내이사로 선임되어 정지선 회장과 함께 사내이사로 등록됐다. 정용진·유경 신세계 남매는 계열사 단 한곳도 등기이사를 맡지 않는 등 현대백화점과 정반대의 길을 선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15일 7개사 모두 전자투표제를 도입해 주주총회를 열어 진행했다. 현대백화점은 22일 주총을 열어 정교선 부회장이 현대백화점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정용진·유경 신세계 남매는 신세계 계열사 한 곳도 등기이사를 맡지 않고 있다. 반면 정지선·교선 현대백화점 형제는 백화점 사내이사로 등기되면서 본격적인 책임경영을 선포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2013년 이후부터 사내 등기이사를 맡지 않고 있다. 이명희 회장과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 역시 신세계 계열사 등기이사 명단에서 찾아 볼 수 없다. 정유경 총괄사장 남편인 문성욱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사장도 마찬가지다. 신세계 계열 7개 상장사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올해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미등기 임원이면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고 연봉도 공개되지 않는다. 실제로 정용진·유경 남매는 신세계 그룹 계열사인 이마트와 백화점으로 각각 분리경영을 하면서 막대한 권한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등기이사를 맡지 않아 책임을 회피한다는 업계 안팎의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의사결정에 법적 책임을지지 않기 때문에 의무에서 자유롭지만 책임경영을 회피한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정용진 부회장은 2010년 신세계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된 바 있다. 2011년 신세계에서 인적 분할된 이마트의 대표이사에도 올랐다. 하지만 3년 임기가 끝난 2013년 재선임 후보로 오르지 않았고, 이후 7년 동안 미등기임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2012년 말 공정거래위원회는 신세계그룹이 오너 2세가 운영하는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며 4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논란이 커지자 정유경 부사장은 제빵사업 계열사 신세계SVN의 지분 40%를 모두 처분했다. 검찰은 정유경 부사장 뿐 아니라 정용진 부회장도 소환해 조사를 펼쳤다.
이마트가 노동조합 설립에 대응하는 시나리오를 만들고, 노조 관계 직원을 사찰, 미행, 감시하는 등 조직적으로 부당노동행위를 펼쳤다고 보고 정용진 부회장을 비롯해 이마트 임직원 135명을 소환해 조사했다.
이후 정 부회장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자 '법적 책임 회피'를 위한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신세계 그룹 관계자는 등기이사만이 회사에 책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며 오너 일가는 대주주로서 회사의 중장기적인 성장성에 무한한 책임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사진= 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414/art_15540826529463_ecbc55.png)
신세계 남매와 달리 정지선·교선 형제는 현대백화점에 모두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본격적인 ‘형제 책임경영’을 알렸다. 이번 주총으로 현대백화점 이사회 구성원 중 사내이사는 기존 정지선 회장, 이동호 부회장, 박동운 사장에서 정교선 부회장까지 포함 4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정교선 부회장은 지난 2004년 미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린지 15년만에 등기임원이 됐다. 그간 그룹 부회장직을 맡으며 현대그린푸드, 현대홈쇼핑 등 주요 계열사 사내이사로서 이사회에 참여해왔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은 미등기 임원에 머물렀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을 중심으로 유통부문은 정지선 회장, 현대그린푸드 등 비유통 부문은 정교선 부회장이 각각 챙기는 '형제경영'을 구축했다. '유통-비유통' 계열 분리 가능성도 점쳐졌던 상황이다.
정 부회장의 개인 소유 지분은 없지만 현대그린푸드(12.1%)를 통해 현대백화점을 간접 지배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4월 순환출자고리 해소 과정에서 현대그린푸드에 대한 지배력을 15.3%에서 23.0%로 높였다. 또 현대그린푸드는 현대홈쇼핑(25.0%), 현대리바트(39.9%), 에버다임(45.2%) 등의 주요 계열사를 지배한다.
정 부회장이 백화점 경영에 참여하면 식품, 가구 등 계열사와 백화점 사업간의 사업 시너지 모색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 부회장의 백화점 이사회 참여로 계열분리 보다 형제가 함께 경영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그룹은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이 함께하는 형제경영 체제로 운영돼 왔다”며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정교선 부회장이 사내이사에 선임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