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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LG유플러스-화웨이의 불편한 관계와 몇가지 오해

미·중 패권전쟁 속 화웨이 ‘보안’ 다툼…EU 중립으로 돌아서
유독 국내서 LG유플러스와 화웨이 ‘포비아’ 갈수록 커져

 

[FETV=김수민 기자] “화웨이 장비 쓰는 ‘親中’기업.”

 

인터넷 상에서 LG유플러스의 기사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댓글이다. 유럽연합(EU)이 5G 통신망 구축 사업에서 중국의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글로벌에서 화웨이 입지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유독 국내에서만 화웨이 포비아가 지속되는 추세다.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 LG유플러스-화웨이의 불편한 관계, 그리고 잘못된 오해에 대해 짚어봤다.

 

지난 26일(현지시간) EU는 중국 IT기업 화웨이의 5G 이동통신 네트워크 시스템이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이를 도입하지 말라는 미국의 권고를 무시했다. 몇 달전 화웨이 포비아가 전세계를 뒤덮었던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대신 EU 집행위는 화웨이 시스템의 위험성을 자체 평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EU는 오는 6월 30일까지 회원국 이동통신 네트워크 인프라의 안보위협을 보고할 것을 요구하고 유럽 사이버안보청(ENISA)으로 하여금 10월 1일까지 유럽의 안보위험평가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보안 이슈’에 가려진 미·중 패권 전쟁

업계에선 화웨이 장비가 보안 이슈보단 미·중 무역전쟁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을 견제하고 사이버 패권 다툼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화웨이를 견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웨이는 글로벌 통신 장비 1위 업체다.

 

2012년 미국 정부 의회에서 화웨이 장비가 백도어를 통해 스파이활동에 악용될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온 이후 화웨이 포비아는 미국의 주도 하에 국제적으로 커졌다. 이에 화웨이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면 반박해왔다.

 

실제로 미국은 우방국가를 중심으로 화웨이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독일 등 EU를 필두로 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으며, 경쟁사 대비 가격도 저렴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할 경우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5G 출시 자체가 늦어질 수도 있다.

 

▲화웨이 장비의 보안 위험성은?

그렇다면 국내 소비자들이 궁금해 하는 보안 문제는 어떨까.

 

비록 화웨이 장비 도입이 미·중의 패권 다툼의 일환이지만, 백도어 가능성은 다른 문제다. 특히나 5G 시대에는 360억개의 사물이 서로 연결되는 상황에서, 자칫 보안이 뚫리거나 유출된다면 큰 사고로 직결될 수도 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전세계 170개국에서 어떠한 보안 문제도 제기된 적 없다”고 설명했다.

 

같은날 최주식 LG유플러스 기업부문장은 “통신 부문에는 유선과 무선이 있는데, 유선 장비에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는 회사는 거의 없다”며 “삼성 등 여타 제조사들은 보안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화웨이 장비에 문제가 없는데도, 유독 화웨이에게는 들이대는 기준이 엄격하다는 의미다.

 

현재 화웨이는 스페인의 국제 CC 인증기관에 보안 인증을 신청했으며, 지난해 11월 인증기관에 기지국 소스코드와 각종 기술 관련 자료를 넘겼다. 올해 상반기 중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다만 지난 28일(현지시간) 영국 정부 주도로 화웨이 장비에 대한 심사를 진행 중인 위원회는 40쪽이 넘는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화웨이가 이동통신 장비와 관련해 오래 지속된 보안 결함을 개선하는 데 실패했으며, 심각한 새 기술적 이슈를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종합적으로 볼 때 화웨이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사이버 보안 능력에 심각하고 시스템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같은 보안 위협은 영국이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며, 화웨이 장비의 결함이 중국 정부 개입에 따른 결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커지는 화웨이 ‘포비아’, 왜 유독 한국만?

런정 페이 화웨은 지난 1월 화웨이 캠퍼스에서 해외 언론들과 만나 중국 당국이 외국 고객이나 통신망에 대한 비밀정보를 요청하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노(NO)라고 말할 것”이라고 명확히 대답했다.

 

그러나 하현회 부회장과 런정페이 회장의 끊임없는 ‘보안’ 장담에도 불구하고, 유독 국내에선 화웨이 포비아가 지속적으로확산되고 있다. 그 이유는 화웨이의 기업적 특성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확신을 느끼지 못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화웨이는 ‘중화민족을 위한다’라는 뜻과 목표로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인 런정페이가 설립한 기업이다. 비록 민간 기업이지만, 런 회장은 중국 공산당과 밀접한 커넥션을 가지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중국은 모든 권력이 공산당에 집중된 국가다. 소비자들이 런정페이 회장의 단호한 발언에도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이상철 前 LG유플러스 부회장이 화웨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LG유플러스와 화웨이의 불편한 관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도 커졌다. 이 전 부회장은 2013년 화웨이의 LTE 장비를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한 바 있다.

 

2017년 5월 이 전 부회장이 LG유플러스 고문직을 떠나 화웨이 고문총괄직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일각에선 화웨이가 자사의 통신장비 고객인 LG유플러스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 전 부회장을 고문으로 영입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 전 부회장은 화웨이 고문직에서 약 1년만에 물러났다.

 

또 소비자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LG유플러스가 이통3사 중 유일하게 화웨이 장비 도입을 강행한데 따른 국민정서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LTE와의 연동성을 고려해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