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원일 기자]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을 둘러싼 소송 리스크가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우리자산신탁이 소송 4건 중 2건에 대해 손해배상금을 선지급하며 법적 불확실성 일부를 털어냈다. 나머지 2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리스크 완전 해소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다만 대규모 충당금 적립을 사실상 마무리한 만큼 회사는 2026년을 기점으로 실적 정상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우리자산신탁의 위기는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토지신탁(책준형 신탁)에서 비롯됐다. 분양 지연과 공사비 상승이 겹치며 시공사 책임준공 기한이 도과된 사업장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신탁사가 자금을 직접 투입해야 하는 구조가 현실화됐다.
특히 기한이 지난 4개 사업장을 둘러싸고 대주단과의 법적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회사는 우선 2개 사업장 대주단에 손해배상금을 선지급하고 관련 충당금을 설정했다. 소송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차단하겠다는 판단이었다. 나머지 소송 2건에 대해서는 타 신탁사의 1심 판례들을 면밀히 검토해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다는 게 회사 관계자 설명이다.
이 같은 조치는 재무제표에 즉각 반영됐다. 2023년 234억원에 불과했던 신탁계정대 대손충당금은 2024년 말 958억원으로 늘었고 2025년 3분기 말에는 2117억원까지 확대됐다. 충당금 적립률은 73.1%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책준형 관련 잠재 손실을 대부분 털어낸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충당금 확대는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다. 우리자산신탁은 2025년 3분기 누적 181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3분기 기준 영업손실은 1846억원으로 업계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2000억원 유상증자로 2024년 말 4598억원까지 늘었던 자기자본은 2025년 3분기 말 2787억원으로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자본 확충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
건전성 지표도 2024년을 거치며 악화됐다. 자기자본 대비 순고정이하자산비율은 2023년 말 6.7%에서 2024년 말 29.9%, 2025년에는 32.5%까지 상승했다. 책임준공형 사업의 부실이 자산 건전성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다만 회사 측은 추가 소송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선을 긋는다. 기한 도과 사업장에 대한 손해배상과 충당금 설정을 마친 만큼 추가 자금 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 신탁계정대는 2025년 3분기 말 2897억원으로 상반기 말 대비 4.3% 감소했다. 금융지주계열 신탁사 중 감소 전환 사례는 우리자산신탁이 유일하다. 책임준공 확약 사업장이 대부분 준공되면서 구조적 증가 요인이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조직도 소송 및 계정대 회수 중심으로 재편했다. 사업총괄본부를 전면에 세워 신탁계정대 관리와 회수에 집중하고 있으며 도시정비·담보신탁 등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이동시키고 있다. 특히 담보신탁 수탁고는 2023년 말 45조6729억원에서 2025년 3분기 말 58조8075억원으로 증가하며 안정적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우리자산신탁이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 만큼 우리금융지주의 추가 지원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반대로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미 손실을 선제 반영해 법적 리스크를 상당 부분 해소한 만큼 현재로선 추가 자본 확충은 없을 것 같다는 예상을 전하기도 했다.
책임준공 관리형 토지신탁을 둘러싼 소송전이 업계를 재편하는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우리자산신탁은 ‘선제 손실 인식’이라는 정면 돌파 전략을 택했다. 2026년 흑자전환 전망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이번 선택의 성패가 시험대에 올랐다.
우리자산신탁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총 4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었으나 그중 2건에 대해서는 손배금 선지급으로 마무리한 상태”라며 “나머지 소송은 앞선 2건과 달리 기존 판례들을 검토해 당사의 입장을 적절히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책준형에 집중됐던 사업구조를 차입형, 리츠, 담보신탁 등으로 다변화시킬 계획”이라며 “특히 차입형은 타 신탁사와 달리 수행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확실한 매입처를 가진 수도권 우량지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진척시킬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