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원일 기자]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에서 비롯된 소송 리스크가 무궁화신탁의 ‘경영 정상화’와 ‘매각 추진’을 동시에 가로막고 있다. 책임준공 미이행 사업장이 누적되며 대규모 손해배상 가능성이 부각된 가운데 법적·재무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인수·합병(M&A) 논의도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무궁화신탁은 2024년 1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경영개선명령을 받았다.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규제 기준인 100%를 크게 밑돌면서다. 2024년 말 NCR은 마이너스로 전환됐고 이후에도 하락세가 이어지며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확대됐다. 금융당국은 유상증자와 자회사 매각, 제3자 인수 계획 수립 등을 요구하는 한편 차입형·책임준공형 토지신탁 신규 영업을 한시적으로 제한했다.
재무 악화의 핵심 배경으로는 책임준공형 신탁사업 리스크가 지목된다. 시공사가 기한 내 공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신탁사가 준공 책임을 떠안거나 대출 원리금과 지연이자를 배상해야 하는 구조다.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는 고수익 모델로 확산됐지만 경기 침체 이후에는 손실이 한꺼번에 현실화되고 있다.
무궁화신탁은 현재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지 못해 피고로 연루된 손해배상 소송 4건을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1건은 이미 1심 패소 판결이 내려졌고 나머지 3건은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소송가액은 600억원을 웃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책임준공 미이행 사업장은 17곳에 달하며 연관된 PF 대출 규모는 약 4400억원에 이른다.
최근 법원 판결 흐름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시공사 부도나 외부 변수만으로는 신탁사의 면책이 어렵다는 해석이 우세해지면서 PF 대주단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책임준공 확약을 전폭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소송 리스크는 매각 추진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궁화신탁은 자회사나 최대주주 지분 매각을 추진해왔지만 책임준공 소송 결과에 따라 우발채무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인수 후보들의 판단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예비입찰 이후에도 매각 논의는 가시적인 진전을 보이지 못한 상태다.
한편, 책임준공 대주단 가운데 최대 익스포저를 보유한 새마을금고의 역할이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새마을금고의 책임준공형 계약 익스포저는 약 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무궁화신탁은 단기적인 비용 부담을 확정·완화하기 위해 채무 재조정과 소송 보류 등을 포함한 합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새마을금고는 지역 기반 금융기관 특성상 중소 시행사와의 거래 비중이 높아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상대적으로 크다. 무궁화신탁 책임준공 미이행 사업장 대주단에서도 중앙회와 지역 금고를 합친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새마을금고의 대응 방향이 향후 무궁화신탁의 소송·채무 조정 논의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맞물려 금융당국은 새마을금고의 재무 건전성 관리에 힘을 싣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관계기관과 함께 2025년 12월부터 2026년 6월까지 합동 특별관리 체제를 가동해 연체율과 유동성, 부동산 PF 부실에 따른 부담 등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배경을 감안할 때 무궁화신탁과 새마을금고 간 책임준공 소송 및 채무 조정 협의가 정상화·매각 논의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새마을금고가 일정 수준의 합의에 나설 경우 우발채무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무궁화신탁의 경영 정상화와 매각 추진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새마을금고로서는 PF 부실이 재무 건전성 전반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무궁화신탁 책임준공 관련 익스포저 역시 더 이상 장기화하기 어려운 부담 요인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책임준공 리스크가 단순한 개별 사업 문제가 아니라 기업가치와 존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구조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법원 판결 흐름 역시 신탁사의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형성된 상황에서 소송 결과와 자본 확충 여부가 기업 존속과 매각 성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무궁화신탁의 향후 행보는 경영개선계획 이행과 책임준공 리스크 관리 여부에 달려 있다. 유상증자와 자산 매각이 계획대로 진행되더라도 소송 결과에 따른 추가 부담을 감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신중하다. 책임준공형 신탁 확대가 남긴 후유증이 매각과 정상화의 최대 변수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
소송 현황 및 향후 대주단과의 협의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무궁화신탁 측에 문의하였으나 담당자 부재라 연결이 불가하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