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신동현 기자] 2024년 메이플스토리 큐브 확률 조작으로 홍역을 치룬 넥슨이 또 다시 '메이플 키우기' 확률 조작 논란에 휘말렸지만 이번에는 1500억원 규모의 전액 환불을 결정하면서 신속하게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NXC를 필두로 한 넥슨 그룹 수뇌부들의 용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잠수함 패치’에서 촉발된 확률 조작 논란
이번 ‘메이플 키우기’ 확률 조작 논란은 2025년 11월 6일 진행된 이른바 ‘잠수함 패치’에서 시작됐다. 넥슨은 해당 시점부터 모바일 방치형 RPG ‘메이플 키우기’ 서비스 과정에서 어빌리티(장비 능력치 옵션) 최대 수치가 실제로는 등장하지 않도록 설정했지만 게임 내 안내에는 최고 수치 옵션이 존재하는 것처럼 표기된 상태를 유지했다.
이 문제는 12월 2일 오후 6시 27분경 넥슨 내부 담당 부서에 의해 인지됐으나 넥슨은 오류 사실이나 수정 내용을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공지 없는 수정 패치, 이른바 잠수함 패치를 진행했다.
이후 2025년 말부터 2026년 1월 중순까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유료 재화를 수만 번 사용해도 특정 최고 옵션이 나오지 않는다는 제보가 잇따르며 확률 조작 의혹이 확산됐고 공격속도 능력치와 전투력 수치 표기가 실제 체감 성능과 다르다는 허위 표기 논란도 함께 불거졌다.
넥슨은 초기에는 공격 모션 프레임 제한 등 성능 구조를 이유로 체감 성능과 수치가 비례하지 않는 현상이라고 해명하며 일괄 보상 방침을 내놨지만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26일 강대현·김정욱 넥슨코리아 공동 대표가 공식 입장을 통해 2025년 11월 6일부터 12월 2일 오후 6시 27분까지 약 1달간 어빌리티 옵션 최대 수치가 안내와 달리 실제로는 등장하지 않았고 이를 인지한 뒤 이용자 공지 없이 수정 패치를 진행했다고 인정했다.
이후 한국게임이용자협회는 이용자 1507명의 위임을 받아 공정거래위원회에 전자상거래법상 기만적 유인행위와 하자 은폐 혐의로 신고서를 제출했고 게임물관리위원회 산하 이용자 피해 구제센터에도 집단 피해 구제 신청을 접수했다.
이에 넥슨은 2026년 1월 28일 ‘메이플 키우기’ 출시 이후 이용자들이 결제한 금액 전액을 환불하기로 결정하며 해당 사안을 이용자 신뢰를 저버린 중대한 문제로 규정하고 담당 책임자에 대해 해고를 포함한 최고 수준의 징계를 예고했다.
◇결단의 중심에선 인물들을 보니
현재 확인된 환불 금액 규모는 150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대규모 환불 결정과 함께 대표이사들이 직접 나서 사건 경위와 책임을 설명한 사례는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결국 사내 이사들의 용단이 필요하다.
이러한 용단을 내린 사내 이사들의 면면은 어떨까. 먼저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넥슨 그룹은 지주회사인 NXC를 정점으로 일본 법인인 넥슨 재팬, 한국 법인인 넥슨코리아로 이어지는 수직적 지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그룹의 최상단에는 제주도에 소재한 NXC가 위치한다. NXC는 지주회사로서 그룹 전체의 경영권과 투자 전략을 총괄하며 창업주 유가족인 유정현 의장 측이 약 70%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해 절대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상속세 물납으로 확보한 지분 30.6%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중간 가교이자 본사 역할은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사인 넥슨 재팬이 담당한다. NXC는 벨기에 법인인 NXMH 등 종속회사를 포함해 넥슨 재팬 지분 약 48% 이상을 확보하며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넥슨 재팬은 그룹 내 글로벌 투자와 자본시장 대응을 총괄하는 등 사실상 넥슨 그룹 경영의 중추로 평가된다.
지배구조의 하단에는 한국 내 실무 사업을 총괄하는 넥슨코리아가 자리하고 있다. 넥슨코리아는 넥슨 재팬이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자회사로 네오플과 넥슨게임즈 등 주요 개발사를 산하에 두고 실질적인 수익 창출을 담당한다.
임원 구성으로 시선을 옮기면 넥슨코리아 등기부등본 기준 현재 사내이사는 강대현·김정욱 공동 대표이사 2명과 감사를 포함해 총 6명이다. 공동 대표와 감사를 제외한 나머지 사내이사는 이재교 NXC 대표, 이정헌 넥슨 재팬 대표, 이승면 CFO로 구성돼 있다.
이재교 NXC 대표이사는 넥슨 창업 초기부터 재직한 원년 멤버다. 이화여자대학교 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자동차 홍보실을 거쳐 1998년 넥슨에 합류했다. 이후 넥슨 브랜드홍보본부장과 홍보이사를 역임하며 대외협력과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총괄했다. 2012년 지주회사인 NXC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사회공헌과 커뮤니케이션 부문을 맡았고 2018년 넥슨재단 설립 과정에도 참여해 이사로 취임했다.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 등 주요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관리해 왔다.
그는 ‘김정주의 복심’으로 불릴 만큼 고 김정주 창업주의 신임을 받았으며 이러한 배경 속에 2021년 7월 김 창업주 사임 이후 NXC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2024년 2월 유정현 의장이 이사회 의장에 취임한 이후에도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며 지주사 경영 실무와 투자 전략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이정헌 넥슨 재팬 대표는 2003년 넥슨코리아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뒤 20여 년간 실무를 두루 거친 ‘넥슨맨’이다. 네오플 조종실 실장과 피파실 실장 등을 거치며 ‘던전앤파이터’와 ‘FIFA 온라인’ 시리즈의 흥행을 이끈 사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2018년 넥슨코리아 대표 취임 이후 신규 IP 발굴과 라이브 서비스 강화를 통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24년 3월 넥슨 재팬 대표이사로 선임돼 그룹 전체의 글로벌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이승면 CFO는 삼일회계법인을 거쳐 2008년 넥슨에 합류한 이후 18년간 재무 분야를 담당해 온 핵심 인물이다. 재무관리실장과 재무관리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넥슨의 자금 흐름과 회계 시스템 정립에 기여했다. 2019년 8월 넥슨코리아 사내이사로 등재되며 경영 일선에 참여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도트 그래픽 전문 법인 TDF의 대표이사를 겸임하며 법인 운영 전반을 관리했다.
정리하자면 이번 사안에 대해 넥슨 그룹 최고위층 차원에서 중대한 문제로 인식했고 이에 15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이용자 신뢰 회복을 최우선이라 판단해 움직였다는 관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