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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롯데 인사&조직] 작은 전략실 ‘BU→HQ→폐지’, 부회장이 사라진 시대

문 닫은 '작은 전략실', 롯데지주와 계열사 '직접 소통'
'신규 81명 vs 퇴임 112명' 임원 감소 등 '조직 슬림화'

[편집자 주] 사업방향과 전략, 그리고 지난 기간 동안의 성과에 따라 임원 승진과 퇴임이 결정되곤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완성된 임원 배치와 조직은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대한 대응방안이자 생존전략이다. 이에 FETV는 고강도 인사혁신을 단행한 롯데그룹의 2026년 인사와 조직개편을 살펴보고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전략을 파악해보고자 한다. 

 

[FETV=김선호 기자] 롯데그룹은 2026년 정기인사에서 사업군별 ‘작은 전략실’로 불렸던 HQ 체제를 폐지했고 그 과정에서 부회장 직급의 임원이 모두 용퇴했다. 기존 부회장 직급의 임원은 롯데지주를 비롯해 각 사업군HQ를 이끌며 사실상 ‘그룹의 체질전환’을 이끌었던 주요 인물이었다.

 

HQ 체제가 폐지됨에 따라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롯데지주의 지배력이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각 계열사는 그동안 사업군HQ 조직을 거친 후 롯데지주의 최종 승인을 받는 구조로 의사소통을 해왔다. 그러다 올해부터 계열사에서 롯데지주로 바로 이어지는 형태가 됐다.

 

특히 부회장 직급의 임원이 사라지면서 그 아래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가 각 계열사의 신임 대표에 올랐다. 2026년 정기인사에서 계열사 대표 중 사장으로 승진한 임원은 1968년생인 차우철 롯데쇼핑 마트·슈퍼사업부 대표가 유일하다.

 

이외에 롯데지주에서 1966년생인 박두환 HR혁신실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그룹은 그에 대해 국내 대기업 최초 직무기반 HR제도 도입, 생산성 고도화 등 그룹 전반에 혁신을 강력하게 추진한 점을 인정받았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승진 인사가 있었지만 HQ 조직이 폐지되고 기존 고위 임원이 맡았던 직책 등을 그 아래 직급의 임원이 넘겨받으며 전체적으로는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신규 임원 승진이 81명, 퇴임이 112명으로 그룹 전체적으로는 임원 수가 감소했다.

 

대신에 오너 3세인 신유열 부사장의 입지는 더욱 확대됐다. 롯데지주에서 미래성장실을 이끄는 신유열 부사장은 계열사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각자 대표로 선임됐다. 이와 함께 롯데지주에 신설되는 전략컨트롤 조직에서 비즈니스 혁신,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등 중책을 맡기로 했다.

 

이러한 구도는 사실상 승계와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회장은 총수을 보좌하는 전문경영인이기도 하다.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 시기에는 고(故) 이인원 전 부회장을 비롯해 소진세 전 위원장(전 교촌에프앤비 회장), 황각규 전 부회장이 승진 가도를 걸었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임원은 이인원 전 부회장이었다.

 

이인원 전 부회장은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해 2007년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장을 맡았고 2011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11년은 신동빈 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며 2세 경영체제가 본격화된 시점이다. 이러한 이인원 전 부회장의 뒤를 이은 것이 황각규 전 부회장이다.

 

 

롯데그룹에서 이들은 총수에 이은 2인자로 불리며 부회장 직급으로 그룹 경영을 총괄했다. 이러한 구도에서 롯데그룹은 2017년 비즈니스 유닛(BU) 체제를 도입했다가 2022년 HQ체제로 전환하면서 화학, 유통, 식품, 호텔 등의 사업군을 이끌었다. 각 사업군에 맞는 작은 전략실을 구성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 가운데 황각규 전 부회장도 2020년 용퇴를 했다. 2인자의 바통을 이어받은 임원이 이동우 전 부회장이다. 그는 2020년 롯데지주 대표로 선임된 후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했다. 롯데하이마트 대표를 맡다가 롯데지주 대표로 선임된 이동우 전 부회장은 HQ 체제를 도입한 후 외부 영입 등 파격 인사를 진행했다. 

 

HQ체제 도입 후 4년 만인 2026년 정기인사에서 이동우 전 부회장은 사업군HQ의 총괄대표 부회장과 함께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롯데지주 신임 대표는 고정욱 사장과 노준형 사장이 공동대표로 선임됐다. 이들은 각각 재무와 관리, 전략과 기획 두 분야로 나눠 전문성을 기할 방침이다.

 

이전과 달리 신동빈 회장과 함께 롯데지주를 이끄는 전문경영인을 공동대표 2인으로 구성해 권한의 편중을 없앤 것으로 보인다. 사장 직급의 임원으로서는 그 성과에 따라 부회장으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한편으로는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기도 하다.

 

롯데그룹은 2026년 정기인사에서 그룹 전체 60대 이상 임원 중 절반이 퇴임하는 등 리더십 세대교체에도 속도를 내며 조직을 슬림화하는 등 빠른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그룹의 체질전환에 이어 올해 화두로 실행력 강화, 젊은 리더십이 떠오른 배경이다.

 

올해의 경영성과 등에 따라 2027년 정기인사에서 부회장 승진자가 나올지가 업계의 초미 관심사다. 롯데지주 대표로 선임된 고정욱 사장, 노준형 사장에 이어 이동우 전 부회장과 같이 계열사 대표 중에서 발탁될지가 관건이다.

 

관련해 롯데그룹의 2026년 상반기 VCM(옛 사장단 회의)에서 신동빈 회장은 수익성 중심 경영으로 전환할 것을 주문하며 효율적 투자 중심의 ROIC(투하자본이익률)를 원칙으로 삼아 내실을 다질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