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나연지 기자] LG이노텍이 광학 의존에서 벗어나 기판 중심 수익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CES 2026에서 문혁수 사장이 “부품이 아닌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강조한 가운데, 이미 확대돼 온 패키지솔루션 사업의 이익 기여가 실적 숫자로 확인되고 있다.
LG이노텍의 패키지솔루션 사업은 2025년 들어 수익성 지표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패키지솔루션 매출은 1조23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802억원으로 65% 늘었다. 매출 증가율을 웃도는 이익 성장세가 나타나면서, 패키지솔루션이 전사 이익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를 넘어섰다.
전사 실적과 비교하면 변화는 더 분명해진다. LG이노텍의 2025년 연간 영업이익은 7411억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이 5% 안팎에 그쳤다. 반면 패키지솔루션 사업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이를 크게 웃돌았다. 같은 기간 광학솔루션 사업은 매출 규모는 유지했지만, 고객사 출하량과 제품 믹스 변화에 따라 수익성 변동성이 이어졌다. 전사 실적 방어의 중심축이 광학에서 기판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전분기 흐름에서도 기판 중심 변화는 이어졌다. 2025년 3분기 기준 패키지솔루션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증가한 반면, 광학솔루션은 성수기와 비수기 영향으로 분기별 실적 변동성이 지속됐다.
매출 증가율보다 영업이익 증가 폭이 더 크게 나타난 배경으로는 제품 믹스 개선과 가동률 상승이 함께 거론된다. RF-SiP, FC-CSP 등 고부가 반도체 기판 비중이 확대되며 평균 단가가 높아졌고, 메모리 업사이클 진입과 맞물려 적용처도 넓어졌다. 여기에 가동률 상승에 따른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더해지며 수익성 개선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LG이노텍은 패키지솔루션 라인의 가동률이 최대 수준에 근접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기판 수요 증가를 배경으로 “현재 가동률이 사실상 풀에 가까운 상태”라며 증설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투자 시점과 규모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수익성이 높은 기판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자원이 재배분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사업 구조 변화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같은 실적 흐름은 CES 2026에서 제시된 경영진의 전략 방향과 맞닿아 있다. 문혁수 사장은 현장에서 “단순 부품 납품 모델은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고객의 페인포인트를 해결하는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단일 부품 공급이 아니라 기판·센싱·제어 기술을 결합한 통합 제안 방식이 핵심이다. 패키지솔루션 사업의 이익 기여 확대는 경영진이 제시한 전략 방향을 기존 실적 흐름 속에서 뒷받침하는 지표로 해석된다.
시장도 숫자를 근거로 해석을 바꾸고 있다. 증권가는 패키지솔루션을 중심으로 한 수익 구조 개선을 이유로 실적 추정치를 상향 조정했다. 2026년에는 기판 매출 증가와 함께 영업이익률 개선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이익과 밸류에이션에 대한 시장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LG이노텍의 2025년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대비 26% 상향 조정했다. 패키지솔루션 중심의 수익 구조 개선과 함께 로봇·전장 등 신사업의 가시화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목표주가는 35만원으로 제시했으며, 2026년 ROE는 10%대 회복을 전망했다.
다만 아직 ‘전환이 완성됐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패키지솔루션 증설이 실제 투자로 이어질 경우 단기적으로는 감가상각 확대와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광학솔루션 사업 역시 여전히 전사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고객사 수요 변동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로봇과 유리기판 등 신사업도 중장기 성장 옵션으로 평가되지만, 현 시점에서는 실적 기여보다는 가능성의 영역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