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선호 기자] 지난해 11월 LG생활건강 대표로 선임된 이선주 사장이 ‘2026년 신년사’에서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가장 강한 종이나 똑똑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반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며 LG생활건강을 이러한 기업으로 진화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어 과거 K-뷰티 시장은 몇몇의 큰 배가 전체 시장을 이끌었던 시대였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지금은 수많은 작은 요트들이 저마다의 목표를 향해 빠르고 민첩하게 항해하며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민첩함을 LG생활건강이 탑재해야 한다는 의미다.
LG생활건강이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한 건 2021년이다. 당시 IR자료에 따르면 17년 연속 성장을 이뤄내며 매출 8조915억원, 영업이익 1조2896억원을 달성했다. 중국 럭셔리 시장에서 브랜드의 글로벌 입지를 재입증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간 사업부문별 매출과 영업이익은 Beauty(화장품)사업이 4조4414억원에 8761억원, HDB(생활용품)사업이 2조582억원에 2089억원, Refreshment(음료)사업이 1조5919억원에 2047억원을 기록했다. 화장품의 중국 매출이 실적을 견인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2021년 정점을 찍고 매출이 그 이후부터 줄곧 감소했다. 2024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조8119억원, 459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이정애 전 대표는 2025년 신년사에서 글로벌 사업 재구조화(리밸런싱)에 집중하겠다는 중점 전략을 공개했다.
미주 시장에서는 빌리프, CNP, 더페이스샵 브랜드를 중심으로 젊은 고객 위주 제품 구성과 마케팅을 전개하고, 일본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오랄 케어와 색조 브랜드 힌스, 더마 화장품 CNP를 중심으로 온라인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했다.
2024년 11월에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며 2030년에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은 4조88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41.4% 감소한 2434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LG생활건강이 해태htb 등 음료 자회사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풍문에 시달렸다. 관련해 LG생활건강 측은 코카콜라음료의 매각설은 사실무근이고 음료사업부문 경영효율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을 뿐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LG생활건강은 이러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2025년 11월 대표 교체라는 초강수를 뒀다. 신임 대표로 선임된 이선주 사장은 국내외 화장품 업계에서 30년 간 몸담으며 키엘, 입생로랑, 메디힐, AHC 등 다양한 브랜드를 키워낸 마케팅 전문가다.
그는 대표로 선임된 후 2025년 12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뷰티·생활용품사업부를 럭셔리뷰티, 더미&컨템포러리뷰티, 크로스카테고리뷰티, 네오뷰티, HDB 등 5개 조직으로 재편했다. 특히 기존 HDB사업부의 닥터그루트·유시몰 브랜드를 운영하는 네오뷰티사업부문이 신설됐다.
이러한 조직개편으로 사업부문의 의사결정 구조가 변경됐다. 기존에는 뷰티·생활용품·음료사업부문 3개 축을 중심으로 전체 사업전략이 수립되고 실행되는 체제였다. 이를 더욱 세분화해 브랜드별로 배치된 각각의 임원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책임경영 구조가 됐다.
LG생활건강에 따르면 개편 이후 세분화된 조직 내에서 모든 의사결정과 비용을 그 안에서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주요 공략 해외 지역과 브랜드가 크게 변화하지는 않았지만 의사결정 구조와 체계 변화로 시장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이선주 사장은 이를 통해 큰 배에서 목표를 향해 민첩하게 항해할 수 있는 작은 요트로 LG생활건강 조직을 옮게 태운 셈이다. 과거의 조직 운영 방식으로는 더 이상 LG생활건강이 진화를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선주 사장은 “브랜드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고성장 브랜드에 집중 투자해 소비자 중심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주요 기능을 브랜드 조직에 내재화해 브랜드 전환과 고성장 브랜드 가속화를 집중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