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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중공업


[숨은 효자] 한화엔진, 조선 업사이클 타고 3년치 수주잔고까지 확보

대형 엔진 주력 제작…유지·보수 담당 AM 사업 병행
수주잔고 약 4조, DF엔진 비중 87%로 친환경 경쟁력

[편집자 주] 기업의 실적은 대개 시장에서 잘 알려진 주력 사업 성과에 좌우된다. 하지만 전사 성과의 흐름을 실제로 견인하는 축이 때로는 조용히 성장한 비주류 사업에서 등장하기도 한다. FETV는 각 기업에서 새롭게 부상한 사업부나 기존에 비춰지지 않았던 효자 계열사를 조명하며 기업의 성장 흐름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FETV=이신형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조선업 업사이클이 본격화되면서 한화그룹의 엔진 계열사인 한화엔진이 조용하지만 확실한 실적 개선 흐름에 올라탔다. 선박 발주 회복과 맞물린 엔진 수요 증가가 수주와 실적 전반을 밀어올리며 그룹 내 숨은 효자 계열사로 재평가되는 분위기다.

 

한화엔진은 대형 선박용 저속엔진과 발전시설용 디젤엔진 제작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엔진 제작사다. 한화엔진은 지난 1999년 한국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엔진사업을 통합해 설립된 이후 HSD엔진이라는 사명으로 선박엔진 중심의 사업을 이어왔다. 그러던 도중 지난해 2월부로 한화그룹에 편입됐고 현재는 선박엔진과 함께 엔진 핵심 부품 공급과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AM(After Market) 사업도 병행하며 엔진 전주기의 수익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매출 구조를 보면 선박엔진 비중이 절대적이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는 전체 매출의 약 88.9%가 선박엔진과 SCR 사업에서 발생했다. AM, 디젤발전·임대 등의 매출 비중은 11.1%에 그쳤다. 선박엔진 부문의 경우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 뿐 아니라 중국 조선사 비중도 높은 편이다. 실제로 수주잔고 기준 거래처 비중을 보면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사와 중국 조선사가 고르게 분포돼 있다.

 

올해 실적 흐름도 뚜렷하게 개선됐다. 한화엔진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1조32억원, 영업이익 82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55.2% 증가해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분기 별도 기준으로도 매출 2973억원, 영업이익 266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상승한 영업이익률 8.9%를 달성했다.

 

한화엔진은 “고마진 수주물량 매출 확대로 평균 판매 단가(ASP)가 상승해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전했다.

 

 

실적 개선의 핵심 배경은 조선업 업사이클이다. 지난해와 올해 주요 조선사들의 컨테이너선과 LNG선 중심의 신조 발주가 이뤄지면서 엔진 수요도 동반 확대됐다. 업계에 따르면 엔진 수주는 선박 계약 이후 평균 18개월의 시차를 두고 매출로 인식되는 구조로 이 때문에 선가 흐름이 둔화 국면에 진입하더라도 엔진 업체의 실적은 후행적으로 유지되는 특성이 있다.

 

한화엔진의 올해 실적 역시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마진 수주분이 올해 본격적으로 인도되며 발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수주잔고 역시 안정적이었다. 3분기 말 수주잔고는 약 3조98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8% 증가했다. 이는 약 3년치 인도 물량에 해당하는 규모로 이 가운데 이중연료를 사용하는 DF엔진 비중이 약 87%로 높아 향후 친환경 규제 강화 국면에서도 경쟁력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재무 구조도 점진적으로 안정세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224%로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전년 말 대비 36% 개선됐다. 자산총계 역시 1조4943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812억원 증가했고 순차입금은 –2971억원으로 순현금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수주 산업 특성 상 선수금과 장기선수금, 계약부채 등의 비중이 높은 것을 감안하면 재무 부담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전망 역시 조선 사이클과 함께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조선사들이 안정적인 수주를 이어가고 있고 다수의 중국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발주 증가의 수혜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AM사업 역시 선박 운항 증가와 환경 규제 대응 수요 확대에 따라 중장기 성장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증권업계는 “3분기 누적 수주액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든든한 수주잔고를 보유 중”이라며 “엔진 수주단가는 선가의 하락시점보다 늦기 때문에 선가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실적 고점이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