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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전략과 레거시 D램의 위치 변화 '주목'

전력 제약 심화 속 공정 믹스 재검토, 용인·평택 투자 변수 부상
AI 반도체 전력 수요 확대가 메모리 투자 전략 고려 변수로 주목

[FETV=나연지 기자] AI 반도체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전략의 핵심 변수는 설비 투자에서 전력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평택 캠퍼스를 둘러싼 투자 검토 과정에서는 고전력 공정인 HBM·첨단 파운드리뿐 아니라, 전력 효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레거시 D램의 전략적 위치도 함께 재검토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최근 AI·반도체 산업 확산에 따라 중장기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국가 차원의 전력 공급 대응 방안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2047년까지 약 700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팹을 확충하는 장기 계획을 제시했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전력·용수 공급을 국비로 뒷받침하고 관련 제도 특례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첨단 반도체 공정이 고집적·고전력 구조로 전환되면서, 전력 수요 관리가 국가 산업 정책 차원의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는 인식이 정책·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대통령실 주관 반도체 전략 보고회에 고위 경영진을 참석시켜 정부·산업계가 함께 산업 전략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전력·용수·인프라 등 산업 인프라 전반의 중요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레거시 D램의 전략적 위치도 재조명되고 있다. 레거시 D램은 HBM이나 최첨단 파운드리 공정 대비 전력 소모가 상대적으로 낮아, 전력·인프라 제약 국면에서 수익 구조상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구조 변화는 이미 시장 가격 흐름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HBM 위주로 투자 방향이 이동하면서 기존 레거시 D램 라인의 생산 여력이 줄어든 반면, 스마트폰·PC·서버향 수요는 예상보다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이 영향으로 범용 D램 공급이 빠르게 타이트해지고, 가격 강세가 이어지는 구조”라고 전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HBM 중심으로 투자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신규 레거시 D램 증설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지만, 기존 물량과 생산 라인은 유지해 왔다. 업계에서는 레거시 D램 하락 국면과 달리 현재는 전력·인프라 제약이 공급 조절 변수로 작용하면서, 기존 물량을 보유한 업체의 전략적 선택지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역시 이러한 구조 변화와 맞물린다. 장기적으로는 파운드리·차세대 메모리 중심의 초대형 클러스터로 육성되지만, 전력망 구축 일정과 공급 용량이 투자 속도를 좌우하는 상황에서 고전력 공정 중심의 확장보다 기존 레거시·범용 메모리 활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평택 캠퍼스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HBM 비중 확대와 함께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모든 증설을 고전력 공정으로만 채우기에는 제약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레거시 D램 라인의 역할이 검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평택의 경우 전력 여건과 수요 환경에 따라 레거시와 고부가 메모리 간 생산 믹스 조정의 중요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의 반도체 전략은 단순히 ‘어떤 공정을 더 짓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전력이라는 제약 조건 아래에서 수익성과 효율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AI 시대를 맞아 고전력·고부가 공정이 주목받고 있지만, 전력 병목 국면에서는 레거시 D램이 삼성전자 실적과 투자 전략에서 하나의 조정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