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나연지 기자] 한국타이어의 3분기 영업이익은 5860억원. 오너가 법정구속된 상황에서 나온 실적이다. 단순한 선방이 아니라, 한국타이어가 더 이상 총수 리더십에 기대 움직이는 회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번 실적의 중심에는 기능별로 나뉜 3축 시스템이 있다. 이상훈 사장은 글로벌 영업과 OE 전략을 총괄하며 EV·고인치 중심의 믹스 개선을 이끌었다. 안종선 사장은 생산 효율·품질 체계를 재정비하면서 해외 공장의 라인 효율과 조정 속도를 높였다. 박정수 상무는 재무·환율·리스크 관리를 통해 변동성을 줄였다.
올해 들어 EV용 OE 확대, 고인치 타이어 비중 증가, 헝가리·중국 공장의 생산 스케줄 조정 속도가 유난히 빨랐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총수의 결재가 아니라, 각 기능의 책임자가 자기 영역에서 판단하고 움직인 결과였다.
위기 국면이 되면 비용과 재고, 환율, 원가가 더 정밀하게 관리되고, 불필요한 지출과 의사결정 병목이 빠르게 제거된다. 한국타이어는 2분기부터 운전자본이 줄고 제조원가율이 안정되는 흐름을 보였고, 이는 조직이 스스로 구조를 정비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였다. 오너 부재가 위기가 아니라 시스템 점검의 기회가 된 셈이다.
더 주목할 변화는 인적 구조의 조합이다. 내부 출신인 이상훈 사장은 시장·고객·판매 구조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외부 출신인 안종선 사장과 박정수 상무는 경영·재무 체계를 정교하게 다듬었다. 내부 감각과 외부 전문성이 섞이면서 특정 개인의 리더십이 아니라 구조 자체가 작동하는 경영 방식이 자리를 잡았다. 한국타이어가 과거보다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지고, 분기 실적의 변동성이 줄어든 원인은 이 지점에 있다.
결국 이번 실적은 한 가지 질문을 남긴다. “오너가 없어도 실적이 난다면, 그동안 실적이 흔들렸던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한국타이어는 이번 분기를 통해 답을 내놨다. 흔들리는 사람보다 흔들리지 않는 구조가 기업을 움직인다. 그리고 지금 한국타이어는, 그 구조가 리더를 대체할 만큼 견고해진 회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