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원일 기자] 태영건설이 연달아 공공·환경 인프라 사업을 따내며 ‘워크아웃 탈출 가속화’를 외부에 강조하고 있지만 내부 체력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이 짙어지고 있다. 수주잔고 감소와 고원가 현장 손실, 그리고 업계 평균을 웃도는 부채비율이 겹치면서 단순한 수주 확대로는 위기 구조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태영건설은 최근 수주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누적 수주액은 1조550억원으로 ‘울릉 하수처리시설’(1735억원)을 확보할 경우 지난해 연간 실적(1조667억원)을 넘어선다. 환경·기술형 입찰 시장에서도 ‘하남교산 환경기초시설’, ‘동부권 광역자원회수시설 증설사업’ 등에서 단독 입찰 가능성이 거론되며 ‘수주 풍년’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주 확대 성과에도 불구하고 3분기 수주잔고는 4조1742억원으로 작년보다 4000억원 넘게 줄었다. 아울러 시장에서는 “수주가 늘어난다 해도 만약 현금이 남지 않는 구조라면 결국 재무 리스크만 더 키우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태영건설 재무는 여전히 위기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3분기 부채비율은 654%로 지난해 말 720%보다는 낮아졌지만 업계 위험 기준(200% 이상)을 세 배 넘게 상회한다. 올해 6월에는 918%까지 치솟기도 했다.
실적 역시 불안정하다. 3분기 매출은 5078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가까이 줄었고 영업손실 5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원가율은 95.9%로 상승해 경쟁사들이 고원가 현장을 정리하며 실적을 개선한 것과 대조적이다. 재고자산 감소에 따른 추가 비용 반영도 실적 부진을 키웠다. 한편 당기순이익은 1138억원으로 전년 대비 800% 넘게 급증했는데 이는 기타금융수익 중 채무면제이익 발생분 1054억원이 반영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수주 실적이 외형을 급히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태영건설은 대형 준공 현장 종료로 외형이 역성장하는 상황에서 신규 수주 확보에 대부분의 역량을 쏟고 있다. 하지만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은 사업 확대는 오히려 재무 리스크를 가중시킬 수 있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이행을 위해 PF 60개 사업장 중 19곳을 준공했고 일부 청산 절차도 마무리했다. 지난해와 올해를 합쳐 총 6609억원의 유상증자도 단행했다. 그러나 이는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진행되는 조치에 가깝고 기업 자체의 수익 창출능력 회복과는 거리가 있다.
업계에서는 태영건설이 기술력과 공공사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자리 잡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지금의 수주 확대 행태가 워크아웃 졸업의 근거가 되기엔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공공 수주 확대는 단기적으로 현금흐름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수익성이 미비한 상태에서 수주 드라이브만 반복하면 오히려 부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주는 늘어도 이익이 남지 않으면 부채 상환에 활용할 현금흐름도 확보하기 어렵다며 ‘안정적 수주 기반’이 실제로는 ‘불안정한 재무 기반’ 위에 서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수주를 밀어 올리는 전략은 결국 또 다른 위험을 예고할 수 있다”며 “근본적인 수익성 개선 없이 수주 확대만 강조하는 것은 착시효과”라고 지적한다. 공격적 수주보다 ‘본질 개선’이 먼저라는 데 업계의 시선이 모인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안정적인 수주를 기반으로 손익 개선을 이루고 기업개선계획에 따라 우발부채를 비롯한 주요 채권의 출자전환과 자구계획에 맞는 자산 매각·고정비 감축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며 “재무건전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수익성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사업장이 준공되고 신규 사업장이 착공되는 시점이라 매출은 당분간 좋지 않을 수 있다”며 “영업적자는 3분기에 공사 손실을 선반영한 효과로 일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