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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이온2, 달라진 엔씨소프트의 모습

[FETV=신동현 기자] 지난달 19일 엔씨소프트가 오랜 공백을 깨고 대형 신작 ‘아이온2’를 출시했다. 한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국내 PC방을 양분했던 대표 IP ‘아이온’을 잇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용자와 시장 모두 기대가 컸다. 시연행사에서 직접 플레이해봤던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출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서비스 시작 직후 약 2시간 동안 접속 장애가 이어졌고 사전 캐릭터명 예약 이용자 일부는 구조적 오류로 게임 진입조차 할 수 없었다. 사전 방송에서 성장 핵심 아이템은 유료화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지만 실제 출시 버전에서 ‘영혼의 서’, ‘전투 강화 주문서’가 고가 유료 패키지에 포함되며 "결국 또 P2W"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응이 달랐다. 지난달 19일 오후 소인섭 사업실장과 김남준 개발 PD는 곧바로 긴급 방송을 열어 직접 사과했다. “판단이 부족했다”는 말과 함께 문제 패키지 4종을 삭제하고 판매를 중단했다. 성장 아이템은 전 이용자에게 무료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날 임시 점검에서 실제 패키지 삭제·BM 수정이 이뤄졌고 접속 불가 문제를 위한 서버 조정도 병행됐다.

 

출시 이후에도 논란은 이어졌다. 자동사냥 비중, 콘텐츠 입장 제한, 필드 점유 구조 등에서 “리니지식 운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고 일부 시간제·유료권 상품에 대한 비판도 계속됐다. 특정 커스터마이징 프리셋이 실제 아이돌을 연상시킨다는 문제 제기에는 지난달 26일 업데이트에서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즉각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논란이 생길 때마다 개발·사업 책임자가 직접 방송에 나섰다. 공지만 던져놓던 과거와 비교하면 ‘말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 문제 BM을 즉시 삭제하고 난이도·보상 구조를 빠르게 손보는 패치 주기도 빨라졌다. 서버 대기열 문제에는 긴급 서버 증설과 서버 이전권 도입으로 대응했고 진영 불균형 완화를 위한 구조 조정도 시작했다.

 

이전의 엔씨소프트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행보다. 수년간 엔씨소프트는 ‘불통’이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있었다. 과금·운영 논란이 반복됐을 뿐 아니라 유저들이 요구한 간담회·해명 자리도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리니지M 문양 롤백 사태, 경험치·어뷰징 방치 논란, 트릭스터M·블소2의 사전 홍보와 실제 게임 간 괴리 등 사례는 누적돼 유저 신뢰를 크게 갉아먹었다.

 

그래서인지 아이온2 초반 분위기는 싸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BM 삭제와 운영 개선이 이어지자 일부 이용자 층은 “그래도 예전보다는 낫다”고 평했고 PC방 점유율도 안정적으로 올라가는 모양새다. 업계 추정 기준 출시 1주일 만에 DAU 150만명, 추정 매출 약 250억원, 일평균 매출 15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26일 기준 구글 매출 6위, 앱스토어 9위로 양대 마켓 10위 권에 진입했다. 대만 매출까지 합산하면 출시 첫 달 1000억원을 넘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구조조정을 거쳐 올해 신년사에서 “벤처 정신으로 재무장해 변화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여론은 반신반의했다. 그런 점에서 아이온2 출시 과정에서 확인된 ‘즉각적인 소통·빠른 조치·투명한 설명’은 분명 과거와 다른 장면이다.

 

이번 변화가 일회성인지 아니면 엔씨소프트가 진짜로 바뀌기 시작한 신호인지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다만 오랫동안 굳어졌던 불신의 벽에서 작은 균열이 생긴 건 분명해 보인다. 이 균열이 ‘게임 명가’의 부흥으로 이어질지 앞날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