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정신신경용제 전문기업 환인제약의 최대주주가 최근 창업주인 이광식 회장에서 장남 이원범 사장으로 바뀌었다. 한때 경영권을 위협받기도 했지만 드디어 창업주가 환인제약을 인수한지 47년 만에 승계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평가된다. FETV는 그 기간 동안 환인제약의 지분구조 변화를 훑어보고 오너 2세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를 진단해보고자 한다. |
[FETV=김선호 기자] 환인제약의 최대주주가 최근 ‘이광식 외 1명’에서 ‘이원범 외 1명’으로 변경됐다. 창업주인 이광식 회장이 1978년 환인제약소(현 환인제약)를 인수하면서 사업을 본격화한지 47년 만에서 최대주주 지위를 장남 이원범 사장에게 내어줬다. 올해는 이광식 회장이 78세가 된 해다.
눈에 띄는 건 그 이전까지는 장남 이원범 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기기 위한 주식 증여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원범 사장은 2010년으로 증여가 아닌 장내매수를 통해 처음으로 환인제약 주식을 보유했다. 이로부터 15년 뒤인 올해에서야 첫 증여를 받고 최대주주에 오른 셈이다.
이는 2006년 경영권을 위협받으면서 생긴 결과로 보인다. 당시 미국계 투자기업 데칸펀드((Deccan Value Advisors Fund)는 경영권을 노리고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섰다. 금융권을 동원해 이광식 회장이 다시 최대주주 지위를 되찾기는 했지만 오너가(家)의 지배력을 보다 확대할 필요성이 커졌다.
오너 2세인 이원범 사장이 시간외매매, 장내매수 등을 통해 지분을 확대해 나갔다. 보유 중인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해 자금을 차입하고 여기에 근로소득을 더해 지분을 매입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3.27%’을 기록했다.
◇이광식 회장, 종근당서 수립한 전략 '제약소 인수'
이를 통해 이광식 회장과 이원범 사장은 광복 이전에서부터 역사를 지니고 있는 환인제약의 경영권을 사수하고 있는 중이다. 환인제약은 일본인이 경영하던 마루진제약에서 시작했다. 이를 신호균 중앙약품공업 창업자가 적산으로 인수받아 환인제약소를 세웠다.
이광식 회장인 1978년 환인제약소를 인수하면서 사업을 본격화했다. 창업주인 이광식 회장은 1947년 생으로 전북 익산 남성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첫 직장은 종근당이었다.
종근당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던 시기 이광식 회장은 신경정신과 치료제 분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기로 하면서 환인제약소를 인수했다. 이후 1982년 법인전환(자본금 5000만원)했고, 1987년 안성 KGMP 공장준공, 1991년 연구개발전담부서 제제 연구실 설치했다.
자본금은 1992년 30억원, 1994년 39억원으로 늘어났다. 상장을 한 건 1996년이다. 이로써 공모증자로 자본금은 65억원으로 늘어났다. 1999년에 유상증자을 진행해 91억원으로 늘었다. 오너가에서는 이광식 회장과 함께 부인인 김관봉 씨도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회사연혁을 살펴보면 2001년 무차입 경영기업으로 진입, 2005년 상황버섯 균사체 배양 시설 준공, 2006년 안성공장 리노베이션을 완료했다. 2010년에는 매출이 1000억원을 돌파했다. 주요 제품은 정신·신경질환 치료제 렉사프로, 리페리돈 등(76.6%)이다.
현재 종속기업으로는 의약품 연구개발 ‘앰브로비앤피’, 종합유통업 ‘애즈유’를 두고 있다. 각각 2018년 7월, 2020년 설립된 종속기업으로 이들을 포함한 환인제약의 2024년 연결기준 매출은 259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2.95%로 재무건전성을 유지 중이다.
◇오너가 지배력 강화 ‘초점’, 경영권 분쟁 후유증
그러나 이러한 성장 속에 이광식 회장은 2006년 최대주주 지위를 잃은 적이 있다. 전자금융공시를 살펴보면 2006년 12월 최대주주가 이광식 회장에서 Deccan Value Advisors Fund L.P. 외 3인으로 변경됐다. 데칸펀드의 지분 인수 목적은 ‘경영참여’였다.
직전 연도인 2005년 이광식 회장이 보유 주식을 장내매각하면서 지분율이 21.77%에서 20.64%로 낮아졌다. 이외의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은 없었다. 앞선 2004년에는 부인인 김관봉 씨도 보유 주식을 전량 매도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데칸펀드가 2006년부터 집중적으로 환인제약 주식을 장내매수하면서 지분율이 급격히 상승했고 이로써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광식 회장은 뒤늦게 시간외매매로 주식을 매입해 최대주주 지위를 되찾아 왔지만 경영권 분쟁은 2019년 초까지 지속됐다.
이광식 회장은 데칸펀드의 공세를 환인제약 자사주를 통해 방어한 것으로 분석된다. 환인제약과 이광식 회장은 2007년 각각 자사주 35만주, 30만주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우리투자증권에 처분했다. 우리투자증권은 공동보유자로 표기됐다.
더불어 우리은행, 현대스위스저축은행, LIG투자증권이 공동보유자로 등장하면서 이광식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었다. 2009년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데칸펀드 측은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소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이광식 회장 측의 승기로 종결됐다.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은 주총 개최 직전에 취하했다.
해당 정기 주주총회에서 데칸펀드 측이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 건과 비상근감사 선임 건이 부결됐다. 이를 계기로 데칸펀드는 보유 중인 환인제약 주식을 잇따라 장내매도하면서 주요 주주에서 제외됐다.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던 시기에 오너 2세인 이원범 사장이 환인제약에 입사한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1974년생인 그는 서울대 공대 졸업 후 미국 듀크대에서 MBA를 마치고 2006년부터 환인제약에서 근무했다. 그의 나이 32세 때다.
이원범 사장으로서는 조기에 부친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으면 이에 따른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었지만 오너가로서는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니었다. 처음으로 주식을 보유한 건 2010년으로 이때에 부동산을 담보로 자금을 차입했고 이를 통해 주식을 매입했다.
이로부터 15년 뒤인 올해에서야 부친의 증여가 이뤄졌고 이로써 이원범 사장이 최대주주로 등극할 수 있었다. 2012년에 대표에 올라 경영 전면에 나섰지만 지분 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가 장기간 유지됐다. 그러다 올해 주가가 1만원대에 머물며 지분 증여 적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원범 사장은 올해 51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