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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


서희건설, 상장폐지 기로에…지주택 불투명 관행이 부른 ‘신뢰 붕괴’

임원 횡령 등으로 거래정지…거래소, 개선계획 검토 후 상폐 여부 결정
지주택 구조적 허점 속 제도 개선 본격화…‘투명성 확보가 생존 조건’

[FETV=박원일 기자] 횡령 혐의와 청탁 의혹으로 흔들리는 서희건설이 상장폐지 여부를 앞두고 중대한 분수령에 섰다. 회사는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하며 경영 정상화 의지를 내비쳤지만 지주택 중심의 사업 구조와 불투명한 관행이 제도적 한계로 지적되면서 향후 심의·의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희건설이 지난 9월 23일 임원 횡령 혐의와 관련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된 가운데 거래소가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를 통해 상장폐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서희건설은 10월 21일 개선계획서를 제출했으며 거래소는 이달 18일까지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유지 ▲개선기간 부여 ▲상장폐지 중 하나를 결정할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회사 주식의 거래정지 해제 또는 상장폐지 절차로 이어진다.

 

 

이번 사태는 지난 7월 31일자로 서희건설 개발사업 총괄 부사장이 약 13억원대 횡령 혐의로 공소 제기된 데서 비롯됐다. 거래소는 8월 11일 조회공시요구를 통해 ‘현직 임원의 횡령·배임혐의 설의 사실여부 및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회사는 당일 해당 내용(횡령·배임 혐의 발생)을 확인했다.

 

이에 거래소는 대상 여부 결정을 위한 조사를 진행했고 한 차례 조사기간 연장을 거쳐 9월 23일 서희건설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고 결정했다. 결정 이후 통보일로부터 15일(영업일 기준) 이내인 10월 21일 회사가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함에 따라 거래소는 계획서 제출일로부터 20일 이내(25년 11월 18일 限) 상장폐지 여부 또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거래소는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 따라 ‘임원이 10억원 이상 횡령 또는 배임을 저지른 경우’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서희건설 주식은 거래가 정지됐으며 회사는 개선계획서를 통해 내부통제 강화 및 경영 투명성 제고 방안을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 비리 수준을 넘어 회사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희건설은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나토 순방 당시 김건희 씨에게 고가의 목걸이를 선물하고 이봉관 회장의 사위를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앉히기 위해 청탁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특검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정·재계 유착 논란이 회사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서희건설의 주력 사업인 지역주택조합(지주택) 부문은 제도적 불투명성과 이해상충 문제로 오랜 기간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지주택 제도는 일반 분양보다 낮은 가격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 하에 조합이 직접 토지를 확보하고 시공사를 선정해 아파트를 짓는 방식이다. 그러나 ▲토지 확보 부족 상태에서의 무리한 사업 추진 ▲조합원 수 미확보 ▲정보공개 부실 ▲공사비 증액 기준 불명확 등 구조적 허점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조합 운영도 대행사나 일부 임원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조합원들이 실질적인 감시나 적절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대두됐다. 이런 구조 속에서 시공사의 설계 변경이나 공사비 증액 요구에 조합이 종속되는 악순환이 반복돼왔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국토연구원이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지주택 사업의 공사비 증액 기준 불명확, 조합원 감시 부재, 조합 운영의 폐쇄성 등을 주요 문제로 지적하며 “현 구조로는 신뢰 회복이 어렵다”고 꼬집었다. 서희건설은 이 같은 지적의 대표적 사례로 언급돼왔다.

 

정부와 국회는 이미 제도 개선에 착수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공사비 증액 시 승인 절차와 기준을 강화하고 조합 설립 단계에서 토지 확보율 및 조합원 모집 요건을 엄격히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또한 정보공개 시스템 의무화, 온라인 투명성 제고, 위법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 등 실효성 있는 개선책도 병행될 예정이다.

 

한편,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김윤덕 장관은 서희건설 사례를 들며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여러 문제를 제기한 이건태 의원 질의에 “현재 국토부 차원에서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거의 폐지 수준으로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회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가시화됐다. 복기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공사비가 일정 비율 이상 증액되거나 일정 인원이 동의하는 경우 전문기관의 검증을 의무화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지주택 사업 전반의 불투명성을 해소하고 시공사와 조합 간의 권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장치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단순한 경영진 비리가 아니라 지주택 사업의 구조적 신뢰 문제와 맞닿아 있다”며 “제도 개선과 내부 개혁 없이는 회복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