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신형 기자] 올해 3분기 SK이노베이션·S-OIL 등 정유사들의 흑자전환 효과가 석유화학사로 확산되는 추세가 확인되고 있어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도 여전히 공급과잉으로 가격 하락 압력이 강해 숨고르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다.
올해 3분기 정유사들은 일제히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사업 매출 12조4421억원, 영업이익 3042억원을 기록해 전분기 영업손실 4663억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S-OIL 역시 정유부문 영업이익 1155억원으로 전분기 영업손실 4411억원에서 반등했다. HD현대오일뱅크도 영업이익 1912억원으로 전분기 영업손실 2413억원 대비 만회한 실적을 보였다.
유가 하락과 그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은 석유화학사에도 간접적인 긍정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유사는 원유 정제 과정을 통해 휘발유, 등유(항공유), 경유, 나프타 등을 원유에서 분리한다. 이 가운데 나프타는 석유화학 제품의 핵심 기초 원료로 꼽힌다. 정유업계 정제마진 개선으로 나프타 가격이 안정되면 석유화학사들의 원가 부담이 줄어들고 제품 스프레드(마진)이 개선되는 구조다.
올해 3분기 국내 주요 석유화학사 실적에서도 연쇄적 개선세가 확인됐다. LG화학 석유화학부문은 영업이익 29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2분기 이후 5개 분기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SK이노베이션의 화학사업부문 매출은 2조4152억원, 영업손실은 368억원으로 전분기(영업손실 1186억원) 대비 적자가 대폭 개선됐다.
S-OIL 석유화학부문도 3분기 영업손실 199억원으로 전분기(영업손실 346억원) 대비 42.5% 개선된 영업이익을 보였다.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 역시 영업손실 90억원으로 전분기(영업손실 468억원) 대비 대폭 축소된 실적이 확인됐다.
유가 하락에 따른 나프타 가격 안정과 함께 일부 기초 제품 스프레드도 개선세를 보였다. LG화학은 올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 “미국의 관세 영향과 전방산업 둔화로 매출이 감소했지만 원료가 하락에 따른 스프레드 개선과 비용 절감 노력이 더해져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언급했다.
또 SK이노베이션과 S-OIL의 경우 3분기 실적발표에서 나프타 공정으로 생산되는 대표 제품인 "PX(파라자일렌) 스프레드 개선세가 지속됐다"고 언급되기도 했다. 유가 하락에 따라 범용 제품의 스프레드 개선세가 이어지고 공급 조정에 따른 시장 균형이 일부 회복된 영향이다.
다만 이번 개선세를 구조적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중국과 중동의 신규 설비 도입 이후 이어진 공급과잉이 여전히 진행중이고 범용 제품 중심의 수익 구조는 여전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정부 주도 산업 구조조정에 참여중이다. 이번 정부 주도 석유화학 구조 개편의 중점은 NCC(나프타 분해 설비) 270~370만톤 감축, 고부가 스페셜티 중심 사업 전환 등이 핵심 축이다.
결국 이번 3분기 석화사들의 실적은 유가 하락과 원가 낙수효과에 따른 일시적 회복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시장은 정유·석화 시장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잠시 숨통은 트였지만 공급과잉 구조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한 완전한 반등은 어렵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 주도 구조조정은 현재 업계 간 자율협약 원칙에 따라 계획서 제출 단계에 있다. 지난 4일 진행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는 "일부 논의가 가시화되고 있지만 일부 산단과 기업의 사업재편이 여전히 지지부진하다"며 "연말까지의 골든타임을 허비한다면 정부와 채권금융기관도 조력자로만 남기는 힘들 것"이라 전했다.
증권업계는 석유화학 업계에 대해 “국제유가의 하락 압력이 여전히 우세한 상황"이라며 "4분기 유가 약세가 본격화되면 제품별 수익성 개선 규모가 커질 것”이라 전했다. 이에 따라 향후 석유화학 업계의 흐름은 정부 구조조정 대응과 유가 추이에 따른 수익성 확보가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