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어떤 기업이든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가 있다. 이들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퍼스트클래스’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경영진과 임직원의 치열한 고민이 담긴 핵심 매개가 존재한다. FETV는 기업을 상징하는 특정 제품과 사업·프로젝트의 성장 과정과 그에 담긴 노력, 성과를 조명한다. |
[FETV=신동현 기자] 국내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언리얼 엔진과 유니티 등 외부 상용 엔진을 주로 사용하는 가운데 펄어비스는 유일하게 자체 엔진을 개발해왔다. 2010년 회사를 설립한 김대일 의장은 ‘창작의 자율성’을 강조하며 엔진 개발에 착수했고 2014년 ‘검은사막 엔진’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차세대 엔진 ‘블랙스페이스 엔진’을 완성해 신작 ‘붉은 사막’에 적용했다.
◇2010년 회사 창립 동시에 개발 시작…현재도 연구개발 진행 중
펄어비스는 설립 초기부터 상용 엔진에 의존하지 않고 MMORPG에 최적화된 자체 개발 엔진 ‘검은사막 엔진(Black Desert Engine)’을 제작했다. 김대일 펄어비스 창립자가 직접 개발을 총괄했으며 2010년대 초부터 수년간 개발이 이어져 2014년 '검은사막' 정식 서비스에 적용됐다. 김 의장은 'C9'과 '릴 온라인' 등에서 엔진을 직접 다뤘던 경험을 토대로 대규모 필드·실시간 전투·캐릭터 렌더링에 최적화된 맞춤형 구조를 설계했다. 상용 엔진의 제약을 피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렌더링·툴·UI 시스템까지 모두 독자 개발했고 2012년 지스타(G-Star)에서 첫 빌드가 공개된 후 2014년 오픈베타 시점에 완성형 엔진이 등장했다.
2016년부터는 콘솔과 모바일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멀티플랫폼 구조를 갖췄다. Xbox One 및 모바일 버전 개발 과정에서 엔진 구조가 모듈화(v2.0)되었고 2018년 '검은사막 모바일'로 이어지며 ‘v2.5’ 버전으로 진화했다. 같은 해 ‘리마스터 프로젝트’를 통해 물리 기반 렌더링(PBR)과 이미지 기반 조명(IBL), HDR, DOF 등 최신 그래픽 기술이 추가된 ‘v3.0’ 엔진이 적용되면서 그래픽 품질이 한층 높아졌다. 이후 2020년대 초에는 개발 효율과 툴 통합성을 강화한 ‘v3.5’ 버전이 완성되며 차세대 엔진 ‘블랙스페이스(BlackSpace)’ 개발의 기술적 토대가 마련됐다.
펄어비스의 차세대 자체 엔진 ‘블랙스페이스 엔진(BlackSpace Engine)’은 '붉은사막 등 핵심 프로젝트에 적용된 4세대 버전으로 김대일 의장이 직접 총괄 개발을 맡았다. 이 엔진은 ‘Look & Feel’, ‘Complete Control’, ‘Multi-Platform’을 철학으로 삼아 “상상 가능한 모든 세계를 제약 없이 구현한다”는 목표 아래 설계됐다.
블랙스페이스 엔진은 로딩 구간이 없는 심리스 오픈월드(Seamless Open World) 시스템을 탑재하고 거리 기반 렌더링(Distance Rendering)을 통해 원거리 풍경까지 고품질로 유지한다. 또한 모든 전투와 환경 반응을 실시간 물리 연산으로 처리하며 바람·마찰·파괴·충돌 등의 물리 효과를 정교하게 계산한다. 레이트레이싱 없이도 고품질 라이팅을 구현할 수 있는 조명 시스템과 기상·시간대 변화에 따른 색조 변화를 반영하는 물리 기반 조명 기술도 포함됐다.
해양 시뮬레이션과 얕은 수역 물리(Shallow Water Simulation)를 활용한 유체 표현, 오브젝트 반복을 최소화하는 형상 변이(Shape Variation) 시스템, PC·콘솔·클라우드 스트리밍을 통합 지원하는 멀티플랫폼 구조까지 갖췄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펄어비스는 상용 엔진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하이퍼리얼리즘 오픈월드를 완성했다.
GDC 2025에서 '붉은사막' 엔진 데모가 공개되자 Wccf테크 등 북미 주요 매체들은 “최근 본 엔진 중 가장 아름답다”, “리얼리즘의 한계를 허물었다”고 평가했다. 펄어비스는 블랙스페이스 엔진을 붉은사막을 시작으로 차기작인 '도깨비'와 'Plan 8'에도 확대 적용해 모든 프로젝트를 단일 엔진 기반에서 운영하는 공용 파이프라인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 3년간 가장 높은 연구개발비 투자율 기록
독자엔진 개발에 공을 들이는 만큼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투자 비율도 게임사들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펄어비스는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투자 비율을 37.8%를 기록했다. 동 기간 기준 매출 상위권 게임사들을 살펴보면 넷마블이 32%, 카카오게임즈가 약 24.7%의 비율을 기록했다. 그리고 엔씨소프트는 23%, 크래프톤은 19%를 기록했다.
![[자료 각 사 사업·반기보고서]](http://www.fetv.co.kr/data/photos/20251043/art_17611842075465_069bf6.png?iqs=0.2738849448741687)
한편 펄어비스는 자체엔진인 블랙스페이스 엔진을 기반으로 준비해왔던 '붉은 사막'이 8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다. 2018년부터 개발이 시작된 '붉은 사막'은 2026년 3월 19일(UTC 기준), 한국 시간으로는 2026년 3월 20일 오전 7시에 전 세계에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