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선호 기자] 최근 SNS 상에서 ‘영포티(Young Forty)’가 조롱의 대상이 됐다. 젊은 40대가 아니라 젊은 척하는 이미지가 형성되면서 반감을 사기도 한다. 젊어 보이려고 애써 노력하는 패션, 묘한 꼰대 감성, 2030을 이해하지 못하는 중년이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처음부터 조롱의 대상으로 영포티라는 신조어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외모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마인드 등 자기관리를 하며 젊게 사는 40대를 의미했다. 1990년대에 X세대 붐을 일으킨 1970년대생부터 1980년대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가 이에 속한다.
X세대는 주위의 눈치를 보지 않는 개성파, 경제적 풍요 속에서 성장했던 세대로 1990년대 보급된 워크맨과 당시 유행한 삐삐가 이들을 대변한다. 파격적인 음악과 춤으로 흥행한 ‘서태지와 아이들’도 상징적인 존재다. X는 ‘정의할 수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후 등장한 밀레니얼 세대는 ‘N세대’로 불리기도 했다. N세대는 넷 제너레이션(Net Generation)의 줄임말로 각종 디지털 매체를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문화의 주체로 등장했다. 정보사회학자인 돈 탭스콧은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세대’로 이들을 정의했다.
X·N세대가 이제 영포티가 됐다. 세월의 무게인지 어느덧 이들이 젊은 꼰대로 통칭되며 조롱의 대상이 됐다는 점이 의아하기도 하다. 태어난 시기만으로 세대를 구분 짓고 정의 내리기는 힘들지만 X와 N세대가 기성세대가 됐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SNS에서 일고 있는 영포티 논란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중 그 유래를 들으며 위로를 받기도 했다. CJ올리브영에서 근무했던 홍보 담당자는 “자기관리 등 화장품을 사기 위해 올리브영 문턱을 넘는 40대, 주로 해당 연령의 남성을 타깃으로 만든 마케팅 용어”라고 설명했다.
2018년 CJ올리브영은 유통업계의 블루칩으로 자신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젊은 중년인 영포티가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40대 이상 회원 고객 매출 2012년 6.8%에 불과했지만 2017년 18%, 2018년 상반기 20.7%로 상승했다는 내용이다.
이때만 해도 영포티는 ‘멋쟁이 40대’라는 타이틀로 기사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40대가 된 X세대가 유행을 주도하는 영포티로 돌아왔다라는 매거진 제목에서부터 당시 유통시장의 키워드를 읽을 수 있었다.
이런 흐름을 거친 지금, 올리브영 매장에 있는 중년 남성이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렇게 세대 간 문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건 아닐까. X와 N를 거쳐 Z세대, 그 다음 알파세대가 영포티가 되는 그날 또 세상은 바뀌어 있을 거다. 그 미래의 영포티가 문턱을 넘을 때 조롱보다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