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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


[부동산신탁사 점검] KB부동산신탁, 책임준공 리스크에 휘청…“성장전략이 부메랑 됐다”

호황기 공격적 수주→경기 침체기 대규모 부실로 확산
충당부채·부채비율 급등…PF 소송 리스크도 ‘시한폭탄’

〈편집자 주〉 국내 부동산신탁업은 14개사가 경쟁하는 427조원대 시장으로 단순 담보관리에서 개발형·책임준공형 신탁까지 외연을 넓혀 왔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융 규제 강화로 업계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본지는 이번 기획을 통해 부동산신탁업의 현주소와 각 사별 전략·리스크·전망을 심층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FETV=박원일 기자] 공격적인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수주로 성장세를 이어가던 KB부동산신탁이 이제는 동일한 사업 전략으로 인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PF 부실이 현실화되면서 실적은 적자로 전환됐고 소송 리스크까지 가중되고 있다. 단기간 내 위기 탈출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KB부동산신탁은 1996년 국민은행 출자로 설립된 ‘주은부동산신탁’을 모태로 하며 2002년 사명 변경 후 2008년 KB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됐다. 현재 KB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설립 초기에는 담보신탁 중심의 안정적 사업 구조를 유지했으나 2017년부터 책임준공형 관리신탁을 본격 도입하며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

 

 

문제는 이 전략이 ‘호황기’에는 빛을 발하지만 ‘침체기’에는 치명적 약점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책임준공형 신탁은 신탁사가 직접 자금을 조달하지 않는 대신 시공사의 준공을 보증하는 구조다. 시장 호황기에는 높은 수수료로 수익을 챙길 수 있지만 업황 악화 시 공사가 지연되면 금융비용과 법적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그동안 저금리와 부동산 호황기에 힘입어 공격적인 수주가 가능했고 매출은 2017년 761억원에서 2023년 1392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2022년 이후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책임준공 사업장이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KB부동산신탁의 책임준공 미이행 사업장 PF 대출 실행액은 8483억원(12건)으로 신한·우리·하나 등 금융계열 신탁사 대비 월등히 높은 규모다. 신한자산신탁은 3810억원(11건), 우리자산신탁은 893억원(3건)을 나타냈다. 하나자산신탁도 2건이 있었지만 대주단과 협의해 PF를 연장해 정상 상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은 지난 8월 신탁사의 책임준공 미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지난 5월 평택 물류센터 사건 판결에 이어 책임준공형 신탁 구조에서 신탁사의 배상 책임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두 번째 사례다.

 

신탁업계에서는 연이어 패소 판결을 받으면서 향후 유사 소송에서 신탁사에 불리한 해석이 자리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중소 시행사 부도가 늘어나면서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의 리스크 관리가 최대 과제가 됐다.

 

KB부동산신탁은 6월 말 기준 총 17개의 책임준공형 사업장 중 5개 사업장에서 총 6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상대방이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PF대출 원리금 기준으로 총 약 905억원이며 연체이자까지 포함하면 최대 1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편 KB부동산신탁의 신탁계정대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시공사 부실 등의 경우 신탁사인 KB부동산신탁이 자기 자금을 대면서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KB부동산의 신탁계정대는 2024년 6월 말 8852억원에서 2024년 12월 말 1조1540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KB부동산신탁의 신탁계정대는 1조2659억원으로 14개 부동산신탁사 중 최대 규모다.

 

 

실적도 급격히 악화됐다. KB부동산신탁은 2023년 841억원, 2024년 1133억원 순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2025년 1분기 86억원 흑자전환 했지만 2분기에 다시 305억원 적자를 냈다. 충당부채는 999억원으로 반기 만에 192% 증가했다. 부채비율도 2024년 129%에서 2025년 상반기 153%로 치솟아 재무 안정성도 빠르게 악화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의 본질을 ‘양질 사업장 선별 실패’로 본다. 책임준공형 사업은 애초부터 리스크가 큰 구조임에도 호황기 이익에 치중한 나머지 경기 반전 시 미분양과 중소형 시공사 부실을 충분히 시뮬레이션하지 못했다며 현재 부진은 단순한 경기 탓이 아니라 신탁사 내부 심사·검토 미흡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현재와 같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KB부동산신탁의 계속적인 실적 부진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KB부동산신탁이 단기적 실적 반등보다는 책임준공형 의존도를 줄이고 담보형·관리형 위주의 안정적 사업 구조로 체질을 개선하는 ‘긴 호흡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미분양 심화로 PF 시장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당분간 충당부채와 소송 리스크는 회사 경영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