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의 최근 발행 자료에 따르면 2023년도 연금 수급자가 받은 월평균 금액은 69만 5천으로 나타났다. 2023년 1인 가구 최저생계비가 월 124만 6753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65세 이상 고령층의 연금 수급액은 최저생활비의 약 56% 정도밖에 충족되지 않는 수준이어서 연금액이 생계비에는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고령자가 되기 이전에 연금자산을 늘려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 우리나라의 언론에서 기업들이 매칭기여(Matching Contribution) 방식으로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데, 이를 통해 연금자산 늘리기 방법으로 활용해 나가도록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기업이 복지지원금을 활용하여 직원의 노후생활보장을 제고한다는 점에서 퇴직연금을 도입한 기업이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OECD 자료에 의하면 매칭기여 방식은 미국, 영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멕시코, 칠레 등 많은 국가에서 운영 중에 있었다. 호주, 뉴질랜드, 오스트리아 등은 정부가 매칭기여를 통해 보험료를 지원하는 형태로, 미국, 영국, 일본, 이탈리아, 뉴질랜드 등은 보험료 지원 주체가 기업으로 되어 있다. 국가별로 매칭지원 비율을 보면 호주, 뉴질랜드, 칠레, 터키 등은 가입자 납입액의 50%, 멕시코는 325%를 지원하는 등 국가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매칭기여 방식이 소득공제, 세액공제 등을 통한 세제지원의 수단으로 주로 활용되었으나, 최근에는 저소득층의 연금가입 유도를 위한 방법으로 보조금 또는 매칭기여 방식 적용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주도의 매칭기여제도 운영은 저소득층, 소기업 근로자 등 연금 취약계층의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주된 목적으로 한다.
예를 들면, 호주에서는 저소득층 및 중산층 근로자가 퇴직연금제도에 가입할 경우 정부가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보조적립(Super Co-contribution)제도를 2003년부터 시행 중에 있다. 이는 가입자가 납입한 보험료 1달러 당 50센트(연간 최대 500달러 지원 한도)를 정부가 지원하며 소득 수준에 따라 지원액은 차등을 두고 있다. 또한 칠레에서는 18~35세의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매칭기여 방식을 운영하고 있으며, 콜롬비아의 경우 저소득⦁비정규직 근로자, 소기업 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미국 등의 경우에서는 기업이 매칭기여제도 운영을 통해 가입자에게 보험료 지원을 하는 목적이 주로 근로자 복지혜택 제공을 통한 기업의 생산성 향상이나 인력수급의 유연성 등에 두고 있다. 미국의 퇴직연금에서 활용하는 매칭기여 방식은 IT 등 전문 업종에서 핵심인력의 유출을 방지하고 경영실적 제고를 유도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나아가 고령 및 고임금 종업원의 퇴직을 유도하고 신규 채용인력을 확대하는 등 인력수급의 유연성을 제고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사용자의 매칭기여율 역시 증가하는 추세이며, 기업의 60% 이상이 기업복지 차원에서 매칭기여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고령화율이 우리나라보다도 높은 일본의 경우도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에 2012년부터 근로자에 대한 매칭기여가 허용되면서 부담금 납부한도의 50%까지 납부가 가능하고, 납부한도 내에서 전액 소득공제하고 있다. 소득세법에 따라 기업이 기여금액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종업원의 추가 기여 또한 가능하다. 일본 기업연금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 중 매칭기여 방식 운영비율은 50%에 가깝다.
매칭기여 방식의 제도를 운영하는 대다수 국가들은 우리나라와 동일한 퇴직연금제도 운영체계를 가지고 있지는 않으나,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지원하는 이유는 기업의 생산성 향상,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복지를 위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퇴직연금 납입액(8.3%)이 의무적으로 적용되어 기업이 퇴직연금제도를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선진국들과 다르므로, 8.3% 이상 납입액에 대한 매칭기여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의 현실적 상황을 고려하여 노사합의를 통해 도입을 유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추가적인 기업의 보험료 부담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가면서 선택적으로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저소득층 등 연금취약계층의 가입유도를 위해 매칭기여 방식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현행 연금체계 내에서 매칭기여의 본인부담은 개인퇴직연금계좌(IRP)에 자동 연계시킴으로써 세제혜택이 발생하도록 하고, 사업주 부담에 대해서는 손비인정을 통해 사업주 부담을 줄여주면서 앞으로 더욱 매칭기여제도를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형기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