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국내 부동산신탁업은 14개사가 경쟁하는 427조원대 시장으로 단순 담보관리에서 개발형·책임준공형 신탁까지 경계를 넓혀 왔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책임준공 리스크, 자본 규제 강화, 리츠·자산운용사와의 경쟁 등 불확실성이 동시에 불거지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FETV가 부동산신탁업의 현주소와 각 사별 전략·리스크·전망 등을 심층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
[FETV=박원일 기자] 국내 최대 부동산신탁사인 한국토지신탁이 업계 1위 자리를 지키며 ‘신탁 본가’의 위상을 이어가고 있다. 차입형 토지신탁을 주력으로 리츠·정비사업까지 영역을 넓히며 안정적 신탁 구조와 브랜드 신뢰도를 앞세운 결과다. 다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시행사 부도 위험 확대로 업계에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사업모델을 어떻게 강화할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한국토지신탁은 1990년대 신탁업 제도 도입 초기부터 시장을 이끌어온 대표적 사업자다. 전국적인 영업망을 기반으로 대형 개발사업부터 지역 소규모 프로젝트까지 고르게 참여하고 있다. ‘토지신탁의 본가’라는 별칭처럼 브랜드 신뢰도가 가장 높은 회사로 꼽힌다.
![사업군별 수주비중 추이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40/art_17592147433927_6e92d6.jpg?iqs=0.6266613266042849)
사업군별 수주 비중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토지신탁은 ‘차입형 토지신탁’ 위주의 사업을 영위하는 신탁사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사업기획, 자금조달, 시공사 선정, 건축공사 발주·관리, 분양에 이르기까지 부동산사업에 대한 일체를 전문성 갖춘 신탁회사가 대행하는 방식이다.
사업 소요자금을 신탁사에서 조달하므로 다른 사업군 대비 자금조달이 용이하고 공신력 있는 신탁사 명의로 사업을 시행하게 돼 여러 외부 리스크 헷지가 가능하다. 아울러 수분양자의 불안감 해소, 사업이익 증대 등 여러 특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사업 진행과정에서 신탁사 명의 대여금에 대한 손실 리스크 또한 수반되기도 한다.
2024년 말 기준 차입형 토지신탁 비중은 38.2%로 가장 높고 이어서 리츠(34.3%), 기타(20.4%), 도시정비(7.2%) 순이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2020년 전체 수주의 절반을 담당했으나 점차 줄어 2023년에는 2%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다시 비중이 늘어났고 2025년 상반기 다시 55.8%를 달성하며 제자리를 찾은 모양새다.
최근 한국토지신탁은 수도권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견 시행사들이 자금난에 몰리는 상황에서 안정적 신탁 구조를 통한 사업 추진이 부각되며 시장 점유율을 지켜냈다.
지난 5월 말 한국토지신탁은 수원 월드컵1구역 재개발 추진준비위원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해당 정비사업에 신탁사로 참여하게 됐다. 9월에는 서울 양천구 목동 10단지 재건축준비위원회가 신탁방식 정비사업 진행을 위한 사업시행자로 한국토지신탁을 지정했다. 이어 부산 동래구 수안역일대(구 수안2구역 재건축정비구역) 도심복합개발사업에서도 토지등소유자 동의를 거쳐 한국토지신탁이 사업시행예정자로 결정됐다.
![양천구 목동 10단지 전경 [사진 네이버 지도]](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40/art_1759215124857_29b579.jpg?iqs=0.9096221648655095)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차입형 토지신탁과 유사하게 재건축·재개발조합으로부터 신탁사가 토지 등을 수탁받은 후 조합을 대신해 사업을 완수하게 된다. 기존 조합방식 정비사업이 초기 사업비 조달이나 개발 노하우 부족으로 사업 추진에 다소간 어려움이 있었던 반면,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신탁사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대출보증 또는 자체자금을 활용하여 자금조달 및 공사발주, 관리, 운영 등을 시행·대행하고 발생한 수익을 토지등소유자에게 돌려준다.
한편 신탁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신탁사의 책임준공 미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지난 5월 평택 물류센터 사건 판결에 이어 책임준공형 신탁 구조에서 신탁사의 배상 책임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두 번째 사례다.
업계에서는 연이어 원고 전부승소 판결이 나오면서 향후 유사 소송에서 신탁사에 불리한 해석이 자리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중소 시행사 부도가 늘어나면서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의 리스크 관리가 최대 과제가 됐다.
하지만 한국토지신탁은 전체 수주에서 관리형 토지신탁 비중이 낮을 뿐만 아니라 2025년 6월 현재 관리형 토지신탁 중 ‘책임준공형’은 1건뿐이며 3분기에 준공을 앞두고 있다. 따라서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에 따른 우발채무 위험은 높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금융위원회가 2027년까지 차입형 토지신탁의 총위험액을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할 방침이 알려지면서 한국토지신탁의 주력 사업군인 차입형 신탁사업에 제약을 받을 우려가 더 크다. 한국토지신탁이 주력해 온 고수익 구조에 직접적인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신탁 리츠사업 관리자산 규모 추이 [자료 한국토지신탁 2025년 2분기 경영현황]](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40/art_17592154779219_157881.jpg?iqs=0.3527970163486195)
업계 관계자는 “한국토지신탁은 자금 여력이 타 신탁사보다 높아 차입형 토지신탁을 주력 사업모델로 해왔고 상대적으로 관리형 토지신탁, 특히 책임준공형은 비중을 낮게 가져왔다”며 “차입형 토지신탁이 위험도가 높기는 하지만 그간 쌓인 역량으로 위험도 관리를 해나가고 여기에 신탁방식 정비사업과 리츠 부문도 안정적으로 결합시켜 실적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