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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칼럼] 동화약품, 로비 대신 4층에 배치한 창업자 흉상

[FETV=김선호 기자] 생명을 살리는 물이라는 '‘활명수(活命水)'는 동화약품의 전신인 동화약방(東和藥房)을 창업한 민병호 선생이 만든 한국 최초 신약이다. 궁중에서 전해진 비방과 서양 의학 지식을 접목한 이 소화제는 오랜 기간 소화불량으로 고통 받는 국민의 고통을 덜어줬다. 이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1897년 9월 25일 창립된 동화약품은 올해로 128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창업지 서울 중구 순화동에 건립한 신사옥 이름도 ‘빌딩1897’로 지었다. 동화약품의 탄생은 한국의 자주적 의약품 제조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긴 시간이 축적된 역사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민병호 선생과 아들 민간 선생이 운영한 초기 동화약방은 독립운동으로 인한 외압과 경영난에 시달렸다. 1937년 이를 인수해 명맥을 이은 인물이 보당 윤창식 선생이다. 윤창식 선생이 동화약품의 제2 창업자로 불리는 이유다. 

 

현재 동화약품의 대표는 윤창식 선생의 증손자인 윤인호 사장이다. 올해 윤인호 사장 ‘대표체제’를 구축한 동화약품은 올해 신사옥 빌딩1897에 입주를 완료했고 최근 창립식을 개최했다. 창립지에 세워진 신사옥에서 개최한 첫 창립식이다. 

 

이날을 준비하는 동안 오너가(家)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창업자를 기념하기 위해 사옥 1층 로비에 흉상을 배치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보당 윤창식 선생을 모시기에 1층 공간이 협소했고 이를 대신할 새로운 공간을 찾아야 했다. 

 

주차장 진입구가 중앙에 위치하면서 1층 공간이 둘로 분리됐고 한 곳은 안내데스크, 다른 곳은 기업의 역사가 담긴 기념관과 카페, 라운지 등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러한 도면이 짜여지자 창업자의 흉상을 배치할 만한 적당한 공간이 없었다.

 

집안의 어른들도 인테리어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부터 신사옥을 방문하며 흉상 배치를 두고 논의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접견실이 있는 4층이 눈에 띄었다. 동화약품을 방문한 외부인들에게 창업자를 알리고 기릴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의미도 담을 수 있었다. 

 

2층에는 지역사회와 연계한 공간, 3층에는 260석 규모의 대강당 보당홀이 자리했다. 공간 상의 제약이 없으면서 창업자를 기념할 수 있는 적당한 공간이 4층이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기업과 달리 동화약품이 창업자의 흉상을 1층이 아닌 4층에 배치한 이유다. 

 

당연히 ‘128주년 창립식’에 참석한 임직원과 오너가의 발걸음은 빌딩1897의 4층으로 향했다. 이에 앞서 창업자의 손자, 증손자는 보당 윤창식 선생을 뵈었다. 

 

이들 중 한 명은 흉상을 보며 “할아버지, 우리 할아버지”라고 읊조렸다고 한다. 흉상을 마주한 그 순간 떠올랐을 수많은 장면과 감정이 그 말 속에 녹아있을 거다. 창업자는 이제 신사옥을 찾은 방문객을 맞이하며 동화약품의 역사를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