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신동현 기자] KT 해킹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소형기지국 관리 부실을 시작으로 미숙한 대응 체계와 은폐 의혹까지 곳곳에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국회는 청문회를 열어 김영섭 KT 대표를 비롯한 해킹사태와 연관된 임원진의 전원 사퇴를 촉구하는 등 강하게 질타했다.
김영섭 KT 대표는 2023년 8월 취임 직후부터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밀어붙였다. 취임 당시 그가 내세운 핵심 공약은 ▲KT의 본질적 역량 강화 ▲조기 리더십 회복 ▲ICT·AI 주도권 확보였다. 더 나아가 6G, 메타버스, 에너지 등 미래 성장 신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조직문화 혁신과 인사 적체 해소, 선택과 집중을 통한 계열사 역할 구분과 효율화 역시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김 대표는 희망퇴직 2800명과 자회사 전출 1700명을 포함해 총 4500명의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이니텍과 플레이디 등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하고 자산 매각을 추진하면서 비용 구조 혁신과 현금 확보에 나섰다. 아픈 수술이었지만 “실질적 성과 창출을 위한 비용 절감과 구조 개편”이라는 당초 약속에 부합하는 행보였다.
성과도 가시적이었다. KT클라우드는 2024년 매출 7832억원, 영업이익 52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000억원, 100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ICT 계열사들의 성장은 김 대표가 강조한 ‘AI·ICT 집중 전략’이 단순한 청사진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했다. 2025년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5% 급증했고 연간 예상 영업이익은 2조5425억원으로 전년 대비 214% 증가가 전망된다. 국내 5대 시중은행과의 MSP 계약, 글로벌 데이터·AI 사업 협력 강화도 성과로 꼽힌다.
그러나 순항은 오래가지 않았다.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정부 주도의 독자 AI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데 이어 최근 해킹 사태까지 터지며 ‘보안 관리 부실’ 논란이 겹쳤다. ICT 전환과 미래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어온 지난 2년의 성과가 단숨에 퇴색될 위기에 놓였다.
임기 종료까지 6개월. 김영섭 대표는 그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해킹이라는 악재로 인해 ‘잘한 일보다 못 막은 일’이 더 크게 부각되며 순항하던 경영 성과가 가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