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나연지 기자] LG전자가 만 50세 이상과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전사로 확대했다. 생활가전·TV 등 안정적인 흑자 사업부까지 포함된 것은 비용 압박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보상 조건은 파격적이지만 내부에서는 사실상 구조조정이라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LG전자는 희망퇴직 신청자에게 법정 퇴직금 외에 최대 3년치 연봉, 2년간 자녀 학자금, 창업·재교육 프로그램(브라보마이라이프)을 제공한다. 보상 조건은 업계 최고 수준이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퇴직연금 및 임금피크제 적용 여부에 따라 실제 수령액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DART 공시에 따르면 2024년 LG전자의 연결 기준 매출은 87조728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3조4196억원으로 전년(3조6539억원) 대비 6%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3.9%에 그쳐 최근 3년 사이 최저 수준이다.
비용 구조를 보면 판매비와 관리비가 17조9596억원으로 1년 새 1조8000억원 넘게 늘었다. 연구개발비 역시 2조6878억원으로 매년 증가세다.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 매출총이익률은 방어했지만, 판관비와 연구개발비 부담이 커지며 단기 영업이익률은 압박을 받았다.
증권가도 올해 영업이익을 2조6800억원으로 전망했다. 전년보다 21% 줄어드는 수치다.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 미국의 고율 관세 등 외부 요인이 겹치며 마진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희망퇴직은 흑자 사업부까지 포함된 점이 주목된다. H&A(생활가전)는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꾸준한 이익을 내왔고, VS(전장)도 전기차 부품 수요 확대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왔다. HE(TV)와 BS(비즈니스솔루션) 역시 일정 수준의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임직원 현황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LG전자 총 직원 수는 3만5727명이다. 이 중 생활가전 9193명, HE 4840명, VS 3918명, BS 1426명이 소속돼 있다. 평균 근속연수는 11.4년, 1인 평균 보수는 약 1억1700만원이다. 고연차·고연봉 인력이 다수 분포한 흑자 사업부까지 포함된 것은 단순 비용 절감이 아닌 전사적 구조 개편 의지를 반영한다는 평가다.
회사는 “인력 구조의 선순환을 위한 자발적 제도”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저성과자 기준이 불투명하다”며 사실상 구조조정이라는 불만이 제기된다. 평균 근속연수 11년 이상, 1인당 보수 1억원대 인력이 대거 포함될 수 있어 숙련 기술 이탈과 조직 사기 저하 우려가 크다.
LG전자의 2024년 말 기준 퇴직급여충당부채는 2조원대 중반 수준이다. 단기 현금 유출 부담은 크지 않겠지만, 대규모 희망퇴직 시행이 노사 갈등으로 번질 경우 장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타 대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는 글로벌 TV가전 수익성 악화에 직면해 있고, SK·한화 등도 인건비 압박을 받고 있다. 업계 전반에 인력 구조조정 바람이 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LG의 전사 희망퇴직 확대는 업황 악화 속에 비용 절감과 체질 개선을 동시에 노린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숙련 인력 이탈과 성장 동력 약화라는 이중 리스크를 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