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신형 기자] HD현대중공업이 합병 전략으로 MASGA(미국 조선업 부흥) 수혜 기대를 키우는 가운데 노조 파업 장기화 조짐과 노란봉투법 변수까지 겹치며 구조적 리스크가 드러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조선업 호황과 최근 화제인 MASGA의 대표적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달 27일에는 HD현대미포와의 합병 결정을 공시하며 양적·질적 대형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와 해외 사업 확대를 선언했다. 합병은 HD현대중공업에 HD현대미포가 흡수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합병기일은 12월 1일, 신주 상장은 12월 15일로 예정됐다.
합병 비율은 HD현대미포 보통주 1주당 HD현대중공업 보통주 약 0.4059주 배정으로 정해졌다. HD현대중공업은 이번 합병을 통해 대형선에 강점을 둔 중공업과 중형선·일반선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HD현대미포의 역량을 통합해 선종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HD현대미포가 보유한 함정 개발 역량을 활용해 방산과 특수선 시장을 확대하고 싱가포르 투자법인을 거점으로 해외 진출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 합병 안내 자료 [이미지 HD현대중공업 IR자료]](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7/art_17576597794393_c67058.png?iqs=0.542445315025189)
그러나 HD현대중공업의 이러한 전략적 행보는 노사 갈등으로 제동이 걸렸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번 합병이 일방적으로 추진됐다고 입장문을 통해 밝히며 합병 과정에 대한 불만을 표현했다. 또 지난달 28일부터 임금요구안 쟁취 관련 선전전을 시작했고 지난달 29일, 이번달 2~5일 4시간씩 부분파업을 실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번달 9일부터 12일까지 또 다시 7시간 부분파업을 진행을 예고했으나 협상의 진척이 느려지자 11일부터는 하루 8시간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특히 백호선 현대중공업 노조 지부장이 40m 크레인에서 고공 농성을 병행하는 등 파업이 격화됐고 HD현대미포와 HD현대삼호 노조도 파업에 동참하는 등 계열 3사 전체로 쟁의가 확산됐다.
HD현대중공업 노조의 조직력은 ESG 보고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HD현대중공업은 노조 가입률이 98%로 지난해 파업 참여 인원은 561명에 달했다. 특히 HD현대미포는 노조 가입률 100%로 전체 임직원의 27.8%에 해당하는 1115명이 지난해 쟁의에 참여했다. 노사 협의도 매 분기 1회씩 총 4회 진행했다.
![2024년 기준 HD현대 계열 조선 3사 노동 관련 리스크 [자료 2024 HD한국조선해양 ESG보고서]](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7/art_17576597738313_9d51ca.png?iqs=0.8586116591790529)
HD현대중공업은 3354곳, HD현대미포는 1917곳의 협력사를 두고 있어 국내 조선 3사 가운데 가장 많은 공급망을 보유했다. 양사의 중요 협력사 구매 비중은 각각 59%와 58%로 공급망 구조상 노조 리스크가 곧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법제도 변화도 부담이다. 지난 8월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은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사용자의 연대 책임 범위가 확대되면서 협력사까지 포함한 분쟁 비용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합병 이후 조직 재편 과정에서 노사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충격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합병과 MASGA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파업 장기화와 제도 변화가 겹치면 수주·납기 지연, 비용 증가, ESG 노동 부문 평가 저하 등이 불가피하다. 이는 조선업 호황의 실적 효과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7월과 9월 임단협을 조기 타결하며 안정성을 확보한 것과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는 점도 크다.
종합적으로 HD현대중공업은 합병을 통해 외형 성장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지만 노조와의 갈등 등 '노무 리스크'를 조기에 해소하지 못한다면 합병 프리미엄과 MASGA 수혜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향후 노사 협의 결과와 제도 환경 대응이 업계의 핵심 관전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