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임종현 기자] 현대카드가 해외 자금조달을 확대하며 차입 비중이 15%에 육박했다. 예년 10% 수준에 머물던 비중이 지난해부터 빠르게 늘고 있다. 조달시장 경색 등 위험에 대비해 자금 조달원을 분산해 차입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상반기 현대카드의 총 차입부채는 18조9042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차입이 16조800억원, 해외 차입은 2조8242억원이다. 해외 차입 규모는 2023년 1조5470억원에서 2024년 2조6786억원으로 늘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카드의 해외 조달 비중은 14.90%로 롯데카드(15.77%)·KB국민카드(15.20%)에 근접한 수준이다.
현대카드는 국내에 국한됐던 조달원을 해외로 다변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글로벌 신용평가 관리에도 공을 들여왔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Moody's·S&P·Fitch)로부터 BBB+ 등급을 받았으며 일본 JCR에서는 기존 A+에서 AA-로 상향 평가됐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현대카드에 대해 현대자동차그룹의 전략적으로 중요한 자회사로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점과 선제적 리스크관리를 통해 자산 건전성을 탄탄하게 유지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등급은 해외 투자자들이 기업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작용한다. 높은 등급을 받을수록 외화채권 발행 등 해외 자금조달이 원활해지고 조달비용 부담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카드는 지난해 아시아와 유럽에서 5억 달러 규모의 달러화 채권을 발행했으며 글로벌 우량 투자기관들의 대거 참여로 시장 신뢰도를 입증했다. 채권 발행 공모에는 최종 발행 금액 대비 6.4배수가 넘는 32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 수요가 몰렸다. 이에 5년 만기 단일물로 최종 가산 금리는 최초 제시 금리(170bp) 대비 35bp를 끌어내는 135bp로 결정됐다.
현대카드는 유동성리스크 관리 세칙을 마련해 자금조달 편중을 통제하고 있다. 차입 포트폴리오 만기 구조를 정기적으로 위험관리위원회에 보고하며 필요 항목에는 과목별 허용 한도를 설정한다. 이 같은 전략에 따라 단기차입금 의존 비중은 적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고 해외 조달 비중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해외 조달 국가 다변화 역시 현대카드의 강점이다. 2023년 업계 최초로 일본 신용평가사 등급을 획득해 사무라이본드 발행 길을 열었다. 일본은 기준금리가 0.50%에 머무는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발행사 입장에서는 조달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지난 2월 KT가 발행한 사무라이본드는 2년물 233억엔(금리 1.217%), 3년물 67억엔(금리 1.367%) 규모였다. KT가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A급 신용등급을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카드가 발행할 경우 이보다 다소 높은 금리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국내 여전채(AA+급 3년물) 민평금리가 연 2.78%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사무라이본드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사무라이본드 발행 계획은 있지만 구체적 규모와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