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공정한 거래와 상생은 산업 전반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최근 포스코이앤씨에서 연이어 발생한 산재로 협력업체 안전 관리를 비롯한 거래 전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FETV가 하도급법 공시를 통해 산업계 전반의 하도급 대금 결제 실태를 짚어봤다. |
[FETV=나연지 기자] GS그룹 상장사 6곳은 올해 상반기 하도급 대금을 모두 법정 기한 내 지급했다. 그러나 ‘10일 내 지급 비중’은 계열사별로 달랐다. 삼양통상은 하도급 대금 전액을 10일 이내 정산한 반면 자이에스앤디의 10일 내 지급률은 7.39%에 그쳤다.
삼양통상은 하도급 대금 결제 부문에서 ‘모범생’으로 꼽힌다. 모든 대금을 10일 내 지급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무역 중심의 단순 정산 구조가 반영된 결과다. 협력사 입장에서는 운전자금 부담이 거의 없어 체감 안정성이 가장 높다.
GS리테일도 빠른 결제가 특징이다. 상반기 전체 하도급 대금 중 91.58%를 10일 내 지급했다. 나머지 8.42%도 15일 내 처리돼 사실상 단기 정산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소비재 유통업 특성상 회전이 빠르고, 이 흐름이 결제 속도로 연결됐다.
반면 휴젤은 장기 지급 구간 비중이 높았다. 10일 내 지급은 22.10%에 불과했고, 30일에서 60일 지급 구간이 59.32%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바이오·제약 업종은 원료 수급과 위탁 생산, 검수 절차가 복잡해 정산까지 시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 특성이 그대로 결제 속도에 반영되면서 협력사 자금 운용에는 부담 요인이 됐다.
GS글로벌 역시 장기 구간 편중이 뚜렷했다. 10일 내 지급 비중이 13.64%에 그쳤고, 30일에서 60일 구간이 44.44%로 가장 많았다. 원자재 트레이딩과 해외 운송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 구조 탓에 선적·통관·검수 등 리드타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협력사들은 대금을 받기까지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단기 유동성 확보가 쉽지 않은 구조다.
자이에스앤디는 하도급 대금 지급 속도 측면에서 그룹 내 ‘꼴찌’였다. 열흘 내 지급 비중이 7.39%로 가장 낮았다. 15일에서 30일 구간이 18.21%, 30일에서 60일 구간은 33.53%를 차지했고, 일부는 60일을 넘기기도 했다. 개발·시공 과정에서 준공과 검수 절차가 연동되는 건설업 특성이 반영된 결과지만, 협력사 입장에서는 대금 결제가 늦어져 유동성 압박이 크다.
GS건설은 단기 결제 비중이 76.47%로 높은 편에 속했으나, 일부에서 60일 초과 구간(0.01%)이 발생했다. EPC(설계·조달·시공) 중심 대형 프로젝트 기업임에도 열흘 내 지급 비중이 4분의 3을 넘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번 공시가 보여주는 건 같은 GS그룹 안에서도 업종별 결제 패턴이 뚜렷하게 갈린다는 점이다. 유통 계열(GS리테일)은 회전이 빨라 단기 정산이 가능했고, 제약 계열(휴젤)은 절차가 길어 장기 편중됐다.
무역 계열(GS글로벌)은 통관과 검수 리드타임 탓에 대금 도착이 늦었고, GS건설 계열은 EPC와 개발·시공에 따라 성적이 갈렸다. 결국 동일 그룹 내에서도 협력사 체감 유동성은 극명하게 엇갈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