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임종현 기자] 삼성카드는 전통적으로 회사채 발행 등 장기 조달에 무게를 둔 보수적 전략을 펼쳐왔다. 금리·유동성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차입 만기를 장기화 한 것이다.
덕분에 업계 전반이 고금리로 조달비용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충격이 적었다. 실제 2022년 10월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 절차 사태 이후로 채권시장이 경색되며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가 연 6%대까지 치솟는 국면에서는 장기물 중심 전략의 효과를 발휘했다.
하지만 지금은 여전채 금리가 크게 낮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18일 기준 신용등급 AA+급 3년 만기 여전채의 민평금리는 연 2.78%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10월에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으면서 시장에서는 여전채 금리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같은 금리 환경 변화를 감안하면 단기 조달 확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2023년 4분기만 해도 총 조달금리(누계)와 신규 조달금리(누계) 간 격차가 1.39%포인트(p)까지 벌어졌지만 이후 점차 좁혀지며 두 금리가 같아졌다. 분기 기준으로는 오히려 신규 조달금리가 총 조달금리보다 낮아지는 흐름도 나타났다. 즉 단기물을 활용할 경우 총 조달금리를 일부 낮추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카드의 올 2분기 말 기준 총 조달 잔액은 19조450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회사채와 장기 기업어음(CP)이 15조1027억원으로 전체의 77.6%를 차지했고 자산유동화증권(ABS)이 3조9981억원(20.6%)으로 뒤를 이었다. 회사채·장기CP와 ABS는 1년 이내 단기물부터 3년 이상 장기물까지 만기를 분산해 유동성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여전히 장기물 중심의 보수적 조달 전략을 유지하고 있지만 2024년 말부터 단기차입금(단기사채·단기CP)을 확대하며 조달구조에 미세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조달 포트폴리오에서 단기사채·단기CP가 포함된 것은 2023년 4분기 이후 1년 만이다.
삼성카드 리스크관리 부서를 통해 조달 방법과 만기를 점검하며 유동성 리스크를 관리하며 주요 의사결정은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집행위원회에서 이뤄진다.
유동성 리스크의 관리 대상은 현금흐름을 수반하는 전체 자산·부채와 관리자산 기준으로 3개월 누적 유동성 비율을 100% 이상으로 유지한다. 이를 위해 자산·부채 만기, 가용시재, 조달방법 등을 관리한다. 카드자산은 표면 만기가 단기라 하더라도 사실상 매월 반복적으로 거래가 발생함을 감안해 장기자산으로 인식하고 장기 조달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원칙은 회사채, ABS, CP, 은행 차입 등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을 활용하며 특정 조달 수단에 편중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 차입금의 만기도래 시기를 다양하게 분산해 만기도래에 따른 차입금 상환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유동성 리스크 현황은 별도 관리지표를 설정해 월·분기 단위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주요 지표로는 ▲즉시가용유동성비율 ▲보유유동성비율 ▲단기조달·차입 비중 ▲신규발행·잔존만기 ▲회사채 발행만기 분포 ▲편중도지표(거래상대방·부채만기·조달수단·시장별) ▲평균조달만기 대비 자금운용만기 등이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내년까지는 과거 저금리 시기에 조달한 차입금의 만기가 지속적으로 도래할 예정"이라며 "총차입금리가 본격적으로 하락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 앞으로도 회사채 등 장기차입금 비중을 유지하고 만기를 분산해 유동성 리스크를 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