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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건설업 하지 말라는 말입니까?”

[FETV=박원일 기자] 최근 포스코이앤씨, DL건설 등 주요 건설사 현장에서 인명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그 여파로 정부는 건설업계 전반에 대한 안전 대책을 강력히 주문하고 있으며 심지어 면허 취소까지 거론되면서 업계는 “회사 존립을 위협할 수준”이라며 긴장하고 있다. 각 기업들이 부랴부랴 안전 강화책 마련에 나서는 이유다.

 

건설업은 우리 산업 전반에서 여전히 ‘안전 취약 분야’로 꼽힌다. 지난해 우리나라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근로자 1만 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0.29명)을 크게 웃돌았다. 정부가 2030년까지 이를 OECD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나선 것도 바로 이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건설업계 주장에도 일정 부분 귀 기울일 필요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장 사고의 상당수가 하청업체에서 발생하는데 원청이 아무리 환경을 개선하고 사전 점검과 경고 등을 통해 세심하게 관리해도 근본적인 한계는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더구나 공공·민간을 막론하고 공기와 공사비 제약 속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면허 취소 등 극단적인 제재는 사실상 ‘건설업을 하지 말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는 하소연을 쏟아냈다.

 

타 건설사 임원도 “안전 담당은 아니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백여 곳 넘는 우리 현장에서 간밤에 아무 일 없었는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출근한다”며 “인명손실은 분명 안타깝고, 그래서 미리 막아야 하는 것이지만 그로 인해 회사가 일을 멈추도록 만드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청에 소속된 임직원 가족, 하청기업과 수많은 거래처들의 생계도 연관돼 있으므로 단기적인 강력 제재만으로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포스코이앤씨의 경우도 지난해와 올해 발생한 사고를 빼면 그동안 큰 안전사고 없이 현장관리를 잘 해온 기업에 속한다. 그야말로 한 순간에 회사 이미지는 물론 실제 존립까지 흔들리는 상황에 처하는 것을 보면 내일은 또 누가 타깃이 될지 알 수 없어 업계 내 불안감만 고조되고 있다.

 

결국 “안전은 곧 비용”이라는 오래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제재 등은 불가피한 흐름일 수밖에 없다. 다만 제도의 정당성이 곧바로 현장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것이므로 제도와 문화가 정착되는 데 있어 시간과 현실적 보완책이 함께 주어져야 한다는 점은 정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건설 현장은 안전과 효율, 두 가지 가치가 늘 충돌하는 공간이다. 어느 하나를 소홀히 할 수 없다. 그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야말로 한국 건설업계가 앞으로 넘어야 할 가장 큰 과제다.

 

안전을 외면한 효율, 효율 없는 안전은 현장을 멈춰 세운다. 두 가치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날 비로소 건설업은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