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임종현 기자]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명분으로 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정작 사태의 원인인 유통 플랫폼 규제는 빠지고 책임은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가 온전히 떠안게 되면서 '반쪽짜리' 법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티메프 사태의 본질은 정산 주기를 악용한 판매 대금 유용이었다. e커머스와 PG업을 겸업한 티몬·위메프는 입점업체 정산금을 다른 용도로 돌려쓰고도 당시 법적제재가 어려운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약 1조3000억원의 정산 지연을 초래했다.
국회는 '제2의 티메프 사태'를 막겠다며 PG사가 보유한 정산 자금을 선불충전금 수준으로 보호하는 전금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공포 1년 뒤부터 80%, 2년 뒤부터는 100%를 외부 기관에 예치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절차만 남았다.
개정안은 PG사를 '제3자 간 재화나 용역 거래 대금을 전자지급수단으로 받아 정산을 대행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대규모유통업법·전자상거래법·가맹사업법 등 판매중개와 결합된 경우는 제외된다. 이 기준에 따라 금융당국에 e커머스 겸업 PG사로 등록된 8개 업체(롯데쇼핑, 인터파크머스, SSG닷컴 등)는 규제 대상에서 비켜나게 됐다.
이들 e커머스 겸업 PG사는 전금법이 아닌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 적용을 받는다. 해당 개정안은 정산금의 50% 이상을 금융기관에 별도 예치하거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전금법과 달리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PG업계는 소비자 보호 조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전업 PG사에만 100% 외부관리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또한 과도한 규제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계한다. 신탁·예치·지급보증보험 방식별로 별도 관리해야 해 실무 부담이 크고 유동성 제약과 정산 지연으로 소비자 편익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각 수단별 절차 복잡성, 비용 부담, 한계도 문제로 꼽힌다.
업계는 정치권과 금융당국에 전금법에 '전자금융거래사고배상공제조합' 설립 근거법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전자금융업과 외국환거래법 등 다른 소비자 보호 규정을 함께 적용받는 업권에는 통합 공제 방식을 도입하고 전자금융업자 분담금으로 조합을 운영해 금융사고 시 신속한 배상을 가능하게 하자는 취지다.
공제조합 설립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조합 의무 가입 요건을 통해 무허가 PG사의 불법 영업을 차단하고 부실 경영사를 시장 퇴출을 유도하는 등 업권의 자율 정화 기능도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발을 막으려면 규제만으론 부족하다. 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현실에 맞는 제도적 틀을 함께 세워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와 형평성을 외면한 입법은 또 다른 개정 요구와 사회적 비용을 불러올 뿐이다. 국회가 보다 숙고하는 절차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