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원일 기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에너지 체계를 재생에너지 위주로 전환하는 기존 정책 방향이 새 정부 들어 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중심에 두되 에너지 전환에 원전도 활용하는 '에너지 믹스' 정책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우건설을 포함한 주요 건설사들은 신성장동력·에너지 게임체인저로 ‘SMR(소형모듈원자로)’ 사업에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정부 정책 변화는 일차적으로 AI 산업 육성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으로 전력 공급원 문제가 곧 닥칠 것이라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다. 기후위기의 심각성 때문에 석탄 화력발전 퇴출이 시급한 것도 이유에 포함된다. 재생에너지로 이를 감당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기장 수출용신형연구로 조감도 [사진 대우건설]](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832/art_17545509829831_dfa6a0.jpg?iqs=0.7135844435872714)
◇SMR, AI 산업에 안정적 전력 공급 역할 기대
SMR(Small Modular Reactor)은 기존 대형원전(1GW 이상)과 달리 출력이 300MW 이하의 소형 원자로로, 주요 설비를 공장에서 모듈 형태로 제작해 현장으로 운송해 조립한다. 이 때문에 공사 기간과 초기 투자비를 크게 줄일 수 있으며 원자로를 지하에 설치하는 방식(NuScale, i-SMR 등)으로 방사능 유출 위험도 낮춰 안전성이 크게 향상됐다.
또한 중앙 집중형 발전소가 아닌 소규모로 분산된 발전소를 운영할 수 있어 대규모 송전망 의존도를 줄이면서 지역 에너지 자립을 가능하게 만든다. 지역난방, 해수 담수화, 그린수소 생산 등 기타 다양한 활용도 가능하다. 이처럼 SMR은 글로벌 탈탄소 기조 속에서 새로운 에너지 해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SMR 시장 확대 분위기는 이미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김정관 후보는 제11차 전력기본계획에 의거해 신규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건설을 변함없이 진행하겠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같이 가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취임식에서도 김 장관은 "원전도 에너지 가격안정, 탄소중립 달성, 글로벌 수출 등 산업 측면에서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만큼 안전성과 수용성을 바탕으로 차질없이 추진하자"고 강조한 곳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정부는 AI 산업 육성이라는 대통령 핵심 공약 추진을 위해서 SMR 육성을 통한 에너지 정책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대우건설, 30여 개 원전 프로젝트 실적·기술력 보유→SMR로 확장
대우건설은 91년 월성 원자력 3,4호기 주설비공사를 시작으로 신월성 1,2호기 주설비공사,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 1단계 공사, 기장 수출용 신형 연구로 건설, 국내 민간기업 최초의 원자력 EPC(설계·조달·시공)로 준공한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등 30여 개의 원자력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실적과 기술력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한 팀코리아의 시공 주관사로 선정될 수 있었다.
![대우건설 시공한 원자력발전소 전경 [사진 대우건설]](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832/art_17545509924634_053202.jpg?iqs=0.9009465765236404)
대우건설은 최근 체코 신규 원전 건설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SMR 분야로의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향후 한국형 i-SMR 건설 프로젝트와의 연계를 통해 국내 실증사업에서 해외 대형 프로젝트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한편, 타 건설사들도 SMR 관련 기술 개발과 사업화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미국의 뉴스케일 파워, 플루어, 서전트앤룬디 등과 함께 SMR 기본설계를 수행 중이다. 기본설계는 플랜트 공정 설계 전 핵심 기능 사양과 기초 구조를 검토하는 과정으로 삼성물산은 이를 기반으로 에스토니아, 루마니아, 스웨덴 등 유럽 SMR 프로젝트에도 활발히 참여 중이다.
현대건설은 미국 홀텍과 손잡고 미시간주에 300MW급 SMR 2기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인허가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올해 말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DL이앤씨는 2023년 2월 미국 엑스에너지(X-Energy)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해 지분 2%를 확보했다. 현재 미국 워싱턴주의 에너지노스웨스트가 발표한 SMR 3기 건설 입찰에 시공사로 참여할 계획이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사업화 행보와 별개로 SMR의 본격적인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고, 일부 경제성 문제도 과제로 남아 있는 상태다. 시민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SMR을 포함한 원전의 경제성·안전성에 여전히 우려를 제기하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탈원전을 내세웠던 정부 여당이 원전으로 회귀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는 상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SMART 표준설계인가 획득 등 사업 초기부터 SMR에 대한 투자를 시작해 SMART 모델을 기반으로 한 단계 더 진화한 혁신형 SMR(i-SMR)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한수원과 i-SMR 기술개발 사업 참여·투자를 적극 추진하면서 해외 SMR 원천기술 업체 및 유럽지역 발전회사와도 협업을 적극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